[뉴욕=뉴스핌] 김민정 특파원 = 사우디아라비아 정부의 후원을 받는 로비스트들이 지난 2016년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워싱턴DC에 위치한 트럼프 호텔 방을 무더기로 예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같은 소식은 트럼프 대통령이 사우디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피살 배후로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지목됐는데도 사우디와 협력 관계를 강조해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전해졌다.
지난 5일(현지시간) 미국 유력 일간지 워싱턴포스트(WP)는 2016년 대선 이후 사우디 정부의 입장을 대표하는 로비스트들이 트럼프 호텔에 27만 달러(약 3억 원)를 썼다고 전했다. WP의 추산에 따르면 이들은 약 500박의 숙박을 예약했다.
이 로비스트들은 사우디가 반대하는 법안에 미국 퇴역군인들을 보내 의회를 압박했는데 당초 이 퇴역군인들은 버지니아 북부에 있는 호텔에서 묵을 예정이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승리 후 1개월이 지나지 않아 트럼프 호텔로 예약을 변경했다.
WP는 당시 행사에 참여한 24명의 퇴역군인과 진행한 인터뷰와 로비스트들이 작성한 문서를 인용했다. 한 퇴역군인은 자신이 사우디가 당시 행사에 연관됐는지 몰랐다고 전했다. 다만 이 행사를 계획한 한 수행원은 트럼프 호텔이 숙박료 할인을 제공해 호텔을 변경한 것이지 트럼프 대통령에게 아첨하기 위해서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해외 정부로부터 정치인이 금품을 수수할 수 없다는 미국 헌법을 어겼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미 상하원 의원 약 200명은 지난해 6월 트럼프 대통령이 의회의 승인 없이 해외 정부로부터 금품을 받았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월 취임 직전 트럼프 재단 경영에서 손을 뗐지만, 지분은 계속 보유하고 있다. 트럼프 재단은 올해 미 재무부에 15만1000달러를 보내 해외 정부로부터 받은 수익을 변제했지만 WP는 이 같은 수치가 어떻게 계산됐는지 재단 측이 설명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미국 워싱턴 트럼프 호텔[사진=로이터 뉴스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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