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동형 비례제, 1월 처리 합의 직후 단식중단 선언
72세 불구, 6일부터 열흘간 물·소금만 먹고 버텨
"이제 출발점...제7공화국 가는길 열 것" 의지 밝혀
[서울=뉴스핌] 김승현 기자 =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15일 여야 5당의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합의를 알리며 단식 중단을 선언했다.
72세(만 71세)의 나이로 아무런 준비 없이 ‘민주주의를 위해 죽겠다’며 차디찬 국회 로텐더홀에 그대로 주저앉아 단식에 돌입한지 열흘 만이다.
손 대표는 단식 중단을 알리며 문재인 대통령, 문희상 국회의장, 여야 5당 지도부에 대해 감사의 뜻을 표했다. 그러면서 연동형 비례제 도입은 정당민주주의의 출발점에 불과하다며 제7공화국으로 가는 길을 위해 계속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 이정미 정의당 대표가 13일 국회 로텐더홀 선거제도 개혁 촉구 농성장을 방문한 함세웅 신부와 함께 기도하고 있다. 2018.12.13 yooksa@newspim.com |
손 대표는 이날 여야 5당 합의문 발표 이후 국회 로텐더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단식 열흘째를 맞이하는 오늘,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5당은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위한 선거제도 개혁에 크게 합의를 이루었음을 국민 여러분과 당원 동지 여러분께 알려드린다”고 선언했다.
손 대표는 이어 “처음 단식을 시작한 것은 개인적 이익이나 단지 바른미래당의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면서 "민주당과 한국당의 예산안 야합을 통해 단적으로 드러난 구태정치, 낡은 정치의 근원, 바로 승자독식 양당제의 악순환을 이제는 우리 정치사에서 끝장 내야 한다는 절박한 마음 그 하나 때문”이라고 술회했다.
그러면서 단식 중단을 공식적으로 알리며 국회가 국정의 중심이 된 제7공화국을 만들기 위한 정치 여정을 이어가겠다고 공언했다.
손 대표는 “저의 투쟁은 끝나지 않았다. YS의 단식이 군부독재 종식의 기폭제가 되었던 것처럼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은 그 첫걸음이고 합의제 민주주의 정착을 위한 투쟁은 이제 막 시작되었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합의제민주주의가 꽃피는 국회를 통해 국회가 국정의 중심이 되고 내각이 제대로 기능을 발휘하는 7공화국을 만들기 위한 제도의 기초”라고 설명했다.
손 대표는 특히 “오늘 단식을 마치지만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최종적으로 도입될 수 있도록, 그리고 합의제 민주주의가 정착돼 우리 정치의 새로운 제도로 갈등과 대립의 정치가 아니라 대화와 합의로, 국민을 단결시켜 경제 발전과 복지, 평화와 통일의 길로 나아가기 위해 국민 여러분과 함께 싸워나갈 것”이라고 약속했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야3당 연동형 비례대표제 촉구 집중 피켓 시위가 열리기 전 의자에 누운 채 눈을 붙이고 있다. 2018.12.14 kilroy023@newspim.com |
가족에 대한 미안함과 함께 단식에 돌입한 이정미 정의당 대표와 협상을 마친 여야 5당 지도부, 문 대통령을 향해서는 일일이 감사의 말을 전했다.
손 대표는 “아내에게 송구스러운 말씀을 드린다. 단식을 시작하며 아무런 말도 못했고 안타까운 마음에 여기 왔을 때 ‘저도 조금 생각해주세요’라고 했을 때 마음이 미어졌다”며 “정의당 이정미 대표, 정말 대단하시다. 몸이 무척 불편하셨을텐데 함께 계셔서 서로 힘이 되고 지탱할 수 있었고 힘찬 목소리 내주신 것에 감사 드린다”고 말했다.
또한 연동형 비례제에 상대적으로 소극적이었지만 결국 합의 처리에 동의한 민주당과 한국당을 향해서도 감사의 뜻을 전했다.
손 대표는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 당내 사정으로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많은 양보를 하며 합의를 이끌어 내주신 것에 감사드린다”며 “아직 당내 사정을 다 파악하기 힘든 상황에서 당내 이견도 있고 당내 쇄신안을 발표하며 많은 어려움이 있는 속에서도 양보할 것은 양보한 나경원 원내대표님께 특별한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손 대표는 열흘을 이어온 단식 기간 동안 여야 지도부와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상, 국회 다선의원 등이 잇따라 농성장을 찾아 단식을 간곡히 만류했지만 오직 물과 소금 만으로 버텨냈다.
단식 중에도 기자회견과 당 회의를 열어가며 끝까지 버텼고, 당 대표에 출마할 때부터 공언해 온 연동형 비례제 도입을 관철시켰다.
정치권 안팎에선 "경륜의 정치가 뭔지를 보여줬다"며 "죽기 아니면 살기식으로 '필사즉생(必死卽生, 죽기를 각오하고 싸움에 임하면 살 길이 열린다는 고사성어)'에 나서는 원로 정치인의 모습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손학규 다운 무게감을 보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바른미래당의 한 관계자는 "(바른미래당이) 안팎으로 시끄러운 상황인데, 손 대표가 기적적으로 묘수를 들고 나온 것"이라며 "처음 단식을 한다고 했을 땐 다들 나이 드셔서 며칠이나 버틸까 싶었다. 하지만 기어코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관철시켰으니 우리 당도 이제 의원 수를 늘리는 해법을 얻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당 내에서 여러 의원들의 탈당, 한국당 입당에 대한 말들이 많은데, 일단 어느 정도 봉합은 되지 않을까 싶다"며 "아직 구체적인 비례 비율이 정해지지는 않았지만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도입되면 우리당도 최소 3~5석, 많게는 5~8석 정도 더 가져올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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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나경원 신임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로텐더홀에서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를 예방하고 있다. 2018.12.12 kilroy023@newspim.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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