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KYD 디데이
오피니언 내부칼럼

속보

더보기

[격동의 모스크바 이야기]...(2-3) 소련붕괴 앞당긴 '기이한' 쿠테타

기사입력 :

최종수정 :

※ 본문 글자 크기 조정

  • 더 작게
  • 작게
  • 보통
  • 크게
  • 더 크게

※ 번역할 언어 선택

누구도 예측못한 거함의 침몰...8인 위원회 쿠테타 주도 전권장악
국내외서 격렬한 반대 움직임...자중지란 지도부 3일만에 제압
쿠테타 후폭풍...옐친 부각-고르바초프 사임-공산당 해체-CIS 창설

2. 누구도 예측못한 거함의 침몰

(2-3) 소련붕괴 앞당긴 ‘기이한’ 쿠테타

[김흥식 뉴스핌 객원논설위원]

1991년 8월 19일 새벽 대사관의 서현섭 정무참사관으로부터 어학연수중이던 필자의 대학 기숙사로 전화가 왔다. 다급한 목소리로 쿠데타가 일어난 것 같다며 TV를 지켜보면서 안전을 위해 대사관과 긴밀한 연락을 유지하자고 했다. TV를 켜보니 정지화면과 함께 별다른 설명없이 클래식 음악만 흘러나오고 있었다.

6시경에 쿠데타에 동원된 탱크와 장갑차가 모스크바 시내로 진입하는 장면이 나왔다. 별다른 충돌은 보이지 않았고 분위기도 그다지 삼엄하다고 할 수도 없었다. 조금씩 무리지어 모인 시민들이 쿠데타군을 향해 항의를 하는데 군인들은 어색한 미소를 짓는가 하면 시민들과 대화하는 모습이 특이했다. 쿠데타군을 보면서 북방외교의 정점으로 과시했던 한·소 수교가 한 돌을 맞기도 전에 격랑 속으로 빠져들겠구나 하는 생각에 착잡한 기분이었다.

[서울=뉴스핌] 모스크바 크레믈린궁 대통령 집무실의 군인 (2008.09.29.)

◆쿠테타 주도 8인 위원회 전권 장악...고르바초프 부부 연금 후 감행

잠시 후 쿠데타를 주도한 8인의 국가비상사태위원회가 전권을 장악했으며 전국에 6개월간 비상사태가 선포됐다는 포고령을 발표했다. 8인 위원은 위원장인 야나예프 부통령을 위시해 파블로프 총리, 바클라노프 소련 연방국방위원회 위원장 대리, 야조프 국방장관, 푸고 내무장관, 크류츠코프 KGB의장 등이었다. 보수파임에도 고르바초프의 각별한 신임을 받은 인물들이었다. 쿠데타 동조자 중에는 고르바초프의 비서실장도 포함돼 있어 충격을 주었다.

이들은 쿠데타 결행 하루 전 흑해 크림 휴양지 포로스에서 휴가를 즐기던 고르바초프를 찾아가 비상사태(계엄)를 선언하든가 대통령 직을 사임하라고 강요했다. 페레스트로이카를 폐기하고 이전의 강력한 공산체제로 돌아가기 위한 목적이었다. 거부당하자 대통령 부부를 별장에 연금하고 다음날 쿠데타를 감행한 것이다.

비상사태위원장이 된 야나예프는 내외 기자회견에서 ‘와병중인’ 고르바초프를 대신해 자신을 임시 대통령이라고 선포하고 개혁·개방 노선을 계속 유지하며 대통령의 건강이 회복되면 함께 일하게 되길 바란다고 천연덕스럽게 말했다. 쿠데타의 정당성을 설명하는 기자회견인데도 알코올 중독자처럼 손이 떨리며 지친 기색이 역력한 그의 모습에서 쿠데타 지도자로서의 위상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시민들은 쿠데타를 일으킬 자격도 열정도 없다고 비웃었다. 8인 중에 가장 패기만만한 바클라노프가 실질적인 지도자라고 러시아 언론들이 지목했다.

[서울=뉴스핌]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대통령

◆국내외서 격렬한 쿠테타 반대 움직임...자중지란 지도부 3일만에 제압

쿠데타 발생 직후 러시아 초대 민선 대통령인 옐친이 결연하게 쿠데타 반대투쟁을 벌이면서 전국적인 집회와 시위가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났다. 미국을 위시한 해외에서도 격렬히 비난했다. 예상외의 사태 진전에 놀란 쿠데타 지도부는 자중지란에 빠졌다. 책임전가로 옥신각신하더니 7명의 위원이 국외 탈출하려다 체포됨으로써 3일 만에 싱겁게 막이 내렸다. 엉성한 준비에 상황판단도 치밀하지 못한 상태에서 눈치보다 제압되어 버린 것이다. 취재진들 사이에 ‘기이한 쿠데타’라는 비아냥이 나왔다.

쿠데타 제압과정에서 옐친의 적극적인 활약에 비해 고르바초프의 역할이 미미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한편으론 쿠데타가 실패한 배경에는 6년간 추진한 페레스트로이카의 잠재적인 영향력이 작용했다는 분석도 있다. 즉 고르바초프가 야심차게 추진한 개혁, 개방과 체제완화, 자유화조치가 이미 제도적으로 자리잡아 시민의 민주의식이 높아졌기 때문에 쿠데타 세력이 전혀 지지를 받을 수 없었다는 것이다. 설득력이 있어 보였다.

[서울=뉴스핌] 보리스 옐친 러시아 대통령. [사진=게티이미지]

◆쿠테타 후폭풍...옐친 부각-고르바초프 사임-공산당 해산-CIS 창설

어쨌든 실패했지만 쿠데타가 소련 정치판에 끼친 후유증은 심대했다. 옐친이라는 새로운 영웅이 부각되었고 개혁의 아이콘 고르바초프는 졸지에 구시대를 상징하는 인물로 전락했다. 쿠데타라는 원죄를 저지른 공산주의 세력은 혹독한 대가를 치르게 된다.
즉 쿠데타 사건 일주일만인 8월 24일 고르바초프는 소련 공산당 서기장 직을 버리게 됐고 이어 소비에트 사회주의 총본산격인 공산당을 해산하기에 이른다.

옐친은 고르바초프가 대통령으로 있는 소비에트 연방정부를 완전히 무력화시킨 후 우크라이나, 벨라루스 지도자와 함께 소련해체와 독립국가연합(CIS) 창설을 선언했다. 마침내 12월25일 고르바초프는 소련 대통령을 사임하고 거대한 붉은제국 소련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이런 일련의 엄중한 사태는 쿠데타 사건 이후 불과 4개월만에 전광석화처럼 일어났던 것이다. 쿠데타의 후폭풍은 그만큼 거셌다.

▲김흥식 뉴스핌 객원논설위원
한국외대 러시아어과를 졸업하고 1977년 동양통신 기자로 언론계에 첫발을 디뎠다. 1980년 신군부에 의해 강제로 해직되는 아픔을 겪고 쌍용그룹에 몸담고 있다가 1988년 연합뉴스 기자로 복귀했다. 1991년 한국의 첫 모스크바 특파원으로 파견돼 맹활약했다. 이후 연합뉴스 북한부장, 남북관계 부장, 문화부장, 논설위원실 간사, 경영기획실장을 거쳐 편집담당 상무이사를 지냈다. 퇴임후 연합뉴스 부설 동북아센터 상임이사, 중소기업진흥공단 비상임이사, 도로교통공단 비상임이사, 방송통신심의위원회 특별위원 등을 지낸뒤 현재 뉴스핌 객원논설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khs@newspim.com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정부, 故 윤석화 문화훈장 추서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문화체육관광부 최휘영 장관은 19일 오후 5시 30분에 고(故) 윤석화(향년 69세) 빈소를 방문해 깊은 애도의 뜻을 전하며 조문했다. [서울=뉴스핌] 사진공동취재단 = 고(故) 윤석화의 빈소가 19일 서울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고인은 2022년 뇌종양 수술을 받고 투병을 이어 왔다. 발인은 21일 오전 9시. 2025.12.19 photo@newspim.com 아울러 정부는 한국을 대표하는 연극배우로서 오랜 기간 한국 공연예술계 발전에 기여한 배우 윤석화의 공적을 기리기 위해 문화훈장 추서를 추진한다. 고 윤석화는 1975년에 연극 '꿀맛'으로 데뷔한 이후 연극 뿐 아니라 뮤지컬, 드라마, 영화 등 다방면으로 꾸준히 작품 활동을 이어 왔다. 연극 '신의 아그네스' '마스터클래스', 뮤지컬 '명성황후' 등 수많은 작품에 출연하며 폭 넓은 연기 영역을 보여주었고, 다수의 연극상·백상예술대상 등을 수상하며 한국 공연예술계를 대표하는 배우로 평가받아 왔다. 배우 활동과 더불어 연출가, 설치극장 '정미소' 대표로서도 역할을 수행해 왔으며, 한국연극인복지재단 이사장을 역임하여 연극계 발전에 다방면으로 기여했다. jyyang@newspim.com 2025-12-19 22:20
사진
관가 '이재명 사무관' 경계령 [세종=뉴스핌] 나병주 기자 = 정부 업무보고에서 보여준 이재명 대통령의 '예리하고 꼼꼼한' 질문이 관가를 잔뜩 긴장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특히 담당사무관이 아니라면 알기가 쉽지 않은 내용까지 놓치지 않는 예리함에 관가에서는 '이재명 사무관'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 예상 못한 '정원' 질문에 기후부 '멘붕'…장관·국장 모두 답변 못해 이 대통령은 지난 17일 오후 기후에너지환경부 업무보고에서 "왜 기후부는 정원이 2930명인데 현원이 2973명으로 초과됐느냐"는 '깜짝' 질문으로 모두를 당황하게 했습니다. 예상치 못한 질문에 김성환 장관은 물론 기후부 간부들 모두 제대로 대답하지 못하고 20초가량 침묵이 이어졌습니다. 이 대통령이 담당국장이 누구냐며 재차 묻자 그제야 정책기획관(국장)이 "자세히 확인은 못 했지만 긴급하게 필요한 것에 대해 추가 고용한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며 엉뚱한 대답을 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17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업무보고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그러자 이 대통령은 "보건복지부는 코로나19라는 특별한 상황이 있었지만, 기후부는 그런 상황이 없었는데 정원 초과된 게 이상하다. 원래 환경부 시절부터 추가가 됐는지, 아니면 기후부로 전환되면서 추가된 건지 답해달라"며 재차 물었습니다. 이에 김성환 기후부 장관이 "환경부에서 추가됐을 것으로 보인다"고 모호하게 답하자, 이 대통령은 "추정으로 답하지 말라"며 확답을 요구했습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의 질문에 답하는 사람은 결국 아무도 없었습니다. <뉴스핌>이 확인한 결과, 이유는 엉뚱한 곳에 있었습니다. 인원을 산정하는 과정에서 육아휴직자 51명을 현원에 포함하는 실수를 저질러 벌어진 해프닝이었습니다. 결국 현재 기후부 현원은 2922명으로 정원보다 8명이 적어 오히려 인력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다행히 상황파악 후 업무보고가 끝나자마자 이 대통령에게 보고해 오해는 풀었다고 하네요. ◆ 李대통령 예리한 질문에 관가 긴장…'이재명 사무관' 별명 생겨 이번 해프닝에 대해 기후부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온실가스 감축, 재생에너지, 탈탄소 등 주요 현안에 대해 만반의 준비를 했지만 예상치 못한 질문에 '한방' 얻어맞은 셈이죠. 사실 인원현황은 기후부 업무보고 1페이지에 제일 처음 나와 있는 내용이에요. 대부분의 사람은 크게 신경 쓰지 않고 넘어가는 부분이지만, 이 대통령은 이를 놓치지 않고 꼼꼼히 살펴본 거죠. 기후부 관계자는 "사실 이번 건은 실무를 담당하는 과장도 놓칠 수 있는 내용이다"며 "전혀 예상하지 못한 질문에 깜짝 놀랐다"고 혀를 내두르기도 했어요.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 17일 오후 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26년도 업무보고'에서 이재명 대통령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뉴스핌TV 갈무리] 2025.12.17 dream@newspim.com 작은 부분까지 세세하게 확인하는 대통령의 모습에 '이재명 사무관'이라는 말이 돌기 시작했습니다. 실무자인 사무관 같은 대통령의 꼼꼼함에 관가는 앞으로 있을 보고에 대해 부담감이 커졌습니다. 다만 지나치게 꼼꼼한 모습에 아쉬움을 표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A 씨는 "대통령이 공식석상에서 지적하기엔 사소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국민이 지켜보는 만큼 현안에 더 집중했으면 어땠을까 싶다"고 아쉬움을 전했습니다. 실제로 이 대통령은 최근 고(故) 김용균 씨 때와 비슷한 사고가 다시 발생한 서부발전에 대해서는 별다른 지적 없이 넘어갔습니다. 이 대통령이 서부발전 사장에게 질문한 시간은 답변을 합쳐도 약 10초에 불과했습니다. 앞으로 관가에는 '이재명 사무관'의 꼼꼼함을 경계하라는 '경계령'이 내려졌습니다. 작은 숫자 하나도 놓치지 않는 그의 꼼꼼함이 국정 운영의 새로운 기준이 될지, 아니면 과도한 긴장으로 작용할지 주목됩니다. lahbj11@newspim.com 2025-12-19 11:40
기사 번역
결과물 출력을 준비하고 있어요.
종목 추적기

S&P 500 기업 중 기사 내용이 영향을 줄 종목 추적

결과물 출력을 준비하고 있어요.

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이 내용에 포함된 데이터와 의견은 뉴스핌 AI가 분석한 결과입니다. 정보 제공 목적으로만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 매매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투자 판단 및 결과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주식 투자는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으므로, 투자 전 충분한 조사와 전문가 상담을 권장합니다.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