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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진단] "2차 북미정상회담 개최지, 판문점·몽골 유력"

기사입력 : 2019년01월08일 05:17

최종수정 : 2019년01월08일 05:17

조성렬 "김정은, 中 비행기 두번 빌리지 않을 것"
문성묵 "접근성 좋은 몽골 적합…상징성 높은 베트남도"
조진구 "하와이 가능성 낮아…美 셧다운 상황 간과 안돼"

[서울=뉴스핌] 노민호 기자 =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2차 북미정상회담이 가시권에 들어온 게 아니냐는 기대감이 일고 있다.

새해 벽두부터 김 위원장의 친서와 “만나고 싶다”는 의사를 양측이 교환하면서 외교가가 술렁이고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6일(현지시간) “북한과 2차 북미정상회담 개최 장소를 협상하고 있다”며 “머지않아 발표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사실상 2차 북미정상회담이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이에 따라 북미정상회담 개최 장소를 놓고 각종 분석이 쏟아지고 있다. 외교가에서는 2차 북미정상회담의 개최지로 몽골, 베트남, 인도네시아, 판문점 등 아시아권을 우선적으로 꼽았다.

지난해 6월 12일 싱가포르 센토사섬 카펠라 호텔에서 만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오찬 후 함께 걷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조성렬 “김정은, 中 비행기 두번 빌리지는 않을 것”

김 위원장은 지난해 6월 싱가포르 정상회담 당시 전용기인 ‘참매 1호’가 아닌 ‘에어차이나’라는 글귀가 새겨진 보잉 747 기종의 중국 여객기를 이용했다. 이 여객기는 중국 정부로부터 빌린 것이다. 시진핑(習近平) 주석, 리커창(李克强) 총리 등 중국 공산당 최고위급 간부들이 이용하는 항공기다.

김 위원장의 전용기인 참매 1호는 구소련 시절인 ‘일류신(IL)-62M’을 개조한 것이다. 항속거리가 1만km로 알려져 있으나, 노후화가 심각해 안전 우려가 끊임없이 제기돼왔다. 이에 따라 김 위원장이 중국 비행기로 싱가포르를 방문하자 자존심보다 안전을 택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다만 김 위원장이 2차 북미정상회담에서도 중국 비행기를 빌릴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 대북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두 번이나 중국 비행기를 빌릴 경우, 대내·대외적으로 비춰지는 북한의 대중 의존도가 지나치게 부각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또 소위 북한의 최고지도자로서의 위상도 낮아질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조성렬 전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김 위원장이 또 다시 중국 비행기를 타고 가기에는 부담이 클 것”이라며 “대외적으로 북한이 중국의 종속국가라는 이미지가 부각될 수 있고, 미중 ‘무역전쟁’이라는 변수가 있는 상황에서 과도하게 중국에 의존하는 것은 대미협상력을 떨어트릴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조진구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도 “김 위원장이 체면상 두 번이나 중국 비행기를 빌리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전용기로 안전하게 갈 수 있는 거리 내에 있는 국가 또는 전용열차로 이동하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전용기 참매 1호 내부 모습.[사진=뉴스핌 DB]

◆ 접근성 몽골·판문점이냐, 상징성 베트남이냐…전문가들 “판문점·몽골 모두 유력 후보”

중국으로부터 또 다시 비행기를 빌리지 않을 경우 2차 북미정상회담 장소는 김 위원장이 전용기 또는 ‘1호 열차’로 불리는 전용열차로 이동할 수 있는 국가가 될 가능성이 높다.

대북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이 접근성을 고려한다면 중국을 거쳐 열차로 이동할 수 있는 몽골을 1순위에 올릴 것으로 내다봤다. 또 두차례 남북정상회담을 치른 판문점도 유력 후보지 가운데 하나로 꼽았다.

아울러 개최 장소가 가지는 상징성만을 고려한다면 북한의 개혁개방 ‘롤모델’로 거론되는 베트남도 후보군에 포함된다.

조 전 연구위원은 “정상회담은 상징성보다도 경호와 항공편 등이 중요하다”며 “그런 점에서는 판문점이 1순위가 될 것이고 다음으로 몽골을 꼽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그러면서 “김 위원장이 신년사를 통해 평화체제 논의를 위한 다자협정을 제안했다”며 “미국 입장에서는 초반부터 (다자협정에) 중국을 껴주는 것을 피하려 할 것이다. 이는 북미 협상 구도가 미국이 원하는 구도로 나가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조 전 연구위원은 또 “북미협상을 빨리 진행시키고 한국을 포함해 남북미 종전선언 등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미국도 판문점을 선호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김 위원장이 전용기로는 먼 거리를 갈 수 없기 때문에 유럽 국가는 제외된 것 같다”며 “아시아권이 유력하고 그 중에서도 북한은 접촉, 소통의 편의성 등을 고려해 몽골을 선호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 센터장은 또한 "지난번 싱가포르처럼 개최국이 얼마나 적극적으로 유치할 의사를 보이느냐도 중요하다”며 “몽골과 베트남의 경우 이전부터 북미정상회담에 대한 긍정적인 시그널을 발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지난해 12월 미국 CNN을 통해 베트남 고위 당국자들이 2차 북미정상회담 개최에 관심이 많다는 뜻을 한국 정부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앞서 1차 북미정상회담 개최가 점쳐지던 지난해 4월께 할트마긴 바툴가 몽골 대통령이 자국 내 회담 개최를 적극 희망한다고 밝힌 바 있다.

문 센터장은 베트남 개최 가능성에 대해서는 “상징성만을 고려한다면 베트남에서 개최될 수도 있다”며 “베트남은 개혁개방, 미국과의 관계 개선과 더불어 최근 들어 가장 급부상하는 국가로 부각되고 있고, 북한으로서는 하나의 롤모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최근 중국을 방문하면서 북한 지도자들이 이용하는 1호열차를 타고 있는 모습. [사진=로이터 뉴스핌]

◆ 인도네시아·하와이도 거론…“유럽 내 중립국은 가능성 작아”

CNN은 지난 3일(현지시각) 베트남, 인도네시아, 몽골, 비무장지대(DMZ) 등 아시아권과 함께 하와이를 개최지 후보군으로 꼽았다.

일각에서는 스웨덴이나 김 위원장이 어린 시절 유학생활을 한 스위스 등 중립국에서 개최될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북한으로서는 접근성이 떨어지는 지역들이다.

대다수 전문가들은 유럽이 후보군에서 배제될 것이라고 한 목소리로 말했다. 또 인도네시아, 하와이도 가능성이 낮다고 말했다.

조 전 연구위원은 “과거부터 ‘비동맹국가’ 운동의 중심 역할을 해온 인도네시아는 최근 정치·경제적으로 불안하다는 평가가 나온다”며 “비동맹 국가라는 상징성은 북한이나 미국에 큰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하와이 개최 가능성과 관련해 “희박하다”고 잘라 말했다.

조 교수는 “김 위원장이 그렇게 멀리까지 간다는 것은 말이 안되고, 하와이를 가려면 워싱턴으로 가는 게 낫다"면서 "현재 미국 정부가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인 것도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noh@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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