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지 몰린 김정은, 시진핑 만나 제재 우회 논의할 듯
미중 무역전쟁 타결로 중국, 대북제재 강화 불가피
'새로운 길' 언급한 김 위원장, 中 지렛대로 활용 기대
[서울=뉴스핌] 김선엽 기자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극비리에 중국을 방문한 것과 관련해 북미정상회담이 임박했다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미중 무역전쟁이 종료되면서 중국이 북한에 대한 제재를 강화할 가능성에 대비하기 위한 대응이라는 분석이 여권 내에서 제기됐다.
향후 중국의 대북 제재 수위가 강화될 가능성을 누그러뜨리기 위한 사전 협의가 북중정상회담에 포함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북한으로서는 미국과의 협상이 장기전에 돌입할 경우에 대비한 포석이다. 앞서 김 위원장은 연초 신년사에서도 '새로운 길' 가능성을 거론한 바 있다.
지난해 방중 당시 열차에서 손을 흔들고 있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사진=로이터 뉴스핌] |
◆ "김정은 방중? 북미정상회담 임박 신호"
중국중앙(CC)TV는 김정은 위원장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의 요청으로 7일부터 10일까지 중국을 방문한다고 8일 보도했다. 김 위원장과 시진핑 주석과의 만남은 이번이 4번째다.
통상적으로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북중정상회담이 열리는 만큼, 북미정상회담이 임박했다는 방증으로 풀이된다. 지난해에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전후로 김 위원장은 시 주석과 만난 바 있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북한이 중국과의 공조 관계를 미국에 보여줘야 북미 정상회담에서도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이라며 "중국을 지렛대로 활용해 대미 협상력을 높여나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지난 6일(현지시간) "아마도 머지않아 장소를 발표하게 될 것"이라며 북미 회담이 임박했음을 시사했다.
◆ 송영길 "국경 통제 완화, 제재 내 교류방안 논의할 것...인도적 지원 요청할 수도"
이런 가운데 일각에선 김 위원장의 중국 방문을 두고 미중 무역전쟁 타결로 궁지에 몰린 북한이 대북제재가 한층 강화될 가능성에 대비해 방중을 서둘렀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그 동안 미국은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 중국에 강력한 대북 제재 유지를 줄기차게 요구해왔다. 지난해 말 미중 정상은 무역전쟁 휴전에 합의하면서, 대북 제재 강화를 시진핑 주석이 수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으로선 발등의 불이 떨어진 셈이다.
이에 김 위원장이 시 주석을 만나는 것은 단순히 북미회담을 앞둔 의례적 보고를 넘어 제재 완화에 대한 중국의 지지를 얻어내기 위한 수싸움이란 분석이 나온다.
대북 전문가들은 북한이 미국의 결단 없이도 버틸 수 있다는 것을 대내외에 보여주기 위한 수순으로 해석했다. 예컨대 북중정상회담을 통해 경제협력을 강화하는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실제로 김 위원장은 이번 나흘 간의 방중기간(7~10일) 중 경제시찰에도 나설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신화통신에 따르면 방중 기간 김 위원장은 중국 내 산업단지에 대한 경제시찰을 할 예정이다. 북한의 경제적 자생력을 강화하기 위한 행보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은 "미중 무역전쟁이 타결돼 가는데 그러면 중국이 북한에 대한 경제 제재를 한층 강화하게 될 것"이라며 "이 문제에 대한 협의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송영길 민주당 의원 역시 "김정은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새로운 길'을 제시했듯이 안전판을 가지고 협상력을 높이려는 것"이라며 "트럼프가 시간은 미국 편이라는 태도를 보일 때 북한도 버틸 수 있는 안전판이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송 의원은 이어 "북중 국경의 엄격한 통제를 완화하고 유엔제제에 어긋나지 않는 범위에서 탄력적으로 교류할 수 있는 방안, 예컨대 인도적 지원 등을 논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sunu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