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들 한목소리로 "올해 많이 어려울 것...걱정 많아"
'업계 맏형' 박진수 의장 "이번 기회에 실력 유감없이 발휘하길"
[서울=뉴스핌] 유수진 기자 = "건배사는 뚝배기로 하겠습니다. '뚝'은 뚝심 있게, '배'는 배짱 있게, '기'는 기운차게. 제가 먼저 선창하면 여러분 모두 따라해 주십시오."
김창범 한화케미칼 부회장은 테이블에 놓여있던 잔을 들더니 '뚝' '배' '기'를 한 글자씩 힘차게 외쳤다. 참석자들은 김 부회장의 선창에 따라 "뚝심 있게" "배짱 있게" "기운차게"를 또박또박 외친 후 와인잔을 부딪치며 새해 인사를 나눴다.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소공동 롯데호텔서울에서 열린 '2019년 석유화학업계 신년인사회' 자리에서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오른쪽 부터)과 문동준 한국석유화학협회장, 박진수 LG화학 이사회 의장이 8일 오후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2019년도 석유화학업계 신년인사회에서 건배를 하고 있다. 2019.01.08 leehs@newspim.com |
한국석유화학협회는 이날 2019년 기해년 새해를 맞아 석유화학업계 CEO 및 임직원 등 관계자들이 한 자리에 모여 인사를 나누는 자리를 마련했다. 급변하는 산업 환경 속에서 서로 협력하며 한층 더 도약하는 한 해를 보내자고 다짐하는 시간을 갖도록 하기 위해서다.
이날 행사 분위기는 전체적으로 '화기애애'했다. 최근 석유화학협회장에 취임한 문동준 금호피앤비화학 대표이사(사장)을 비롯, 부회장단인 김창범 한화케미칼 부회장과 박진수 LG화학 이사회 의장, 김교현 롯데그룹 화학BU장, 나경수 SK종합화학 사장, 김재율 여천NCC 사장, 장희구 코오롱인더스트리 사장(감사)은 일찌감치 행사장에 도착해 업계 관계자들을 맞았다. 이들은 반가운 표정으로 악수를 나누며 새해 덕담을 주고받았고, 서로 명함을 교환하기도 했다.
하지만 올해 업황에 대해 이야기 할 땐 이들의 목소리가 다소 어두워졌다. 석유화학업계 전체가 올해를 기점으로 다운사이클(불황)에 진입, 향후 2~3년 동안 어려운 상황에 놓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김창범 부회장은 행사 시작 전 기자와 만나 "올해 시황이 안 좋아 걱정이 많이 된다"며 "회사마다 주력 업종에 따라 불황 기간이 조금씩 다르겠지만 우리(한화)도 상당히 안 좋을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이럴 때일수록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기본으로 돌아가 뿌리를 굳게 내려야 한다"며 "R&D와 스페셜티 제품 개발 등에 집중해야 한다"고 극복 방안을 제시했다.
김교현 사장 역시 "올해가 작년보다 안 좋다. 연간으로 봤을 때 작년보다 안 좋을 것"이라면서 "앞으로 2~3년은 좀 어렵다고 봐야 한다. 위기는 우리의 숙명"이라고 말했다.
문동준 협회장은 "올해 미중간 무역 갈등 장기화와 글로벌 공급 과잉, 국내 전방산업의 내수 부진 등이 예상된다"며 "변화와 혁신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왼쪽 다섯 번째 부터)과 문동준 한국석유화학협회장, 박진수 LG화학 이사회 의장(왼쪽 네 번째)을 비롯한 내빈들이 8일 오후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2019년도 석유화학업계 신년인사회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19.01.08 leehs@newspim.com |
하지만 각 기업들이 그동안 선제적으로 불황에 대비해온 만큼 현재의 위기를 잘 극복할 거란 기대도 있었다.
지난해 말 경영일선에서 한 발 물러난 박진수 LG화학 이사회 의장은 오히려 지금이 '기회'라고 역설했다.
박 의장은 "우리나라가 잘하는 쇼트트랙을 보면 직선에서는 승부가 안 난다. (어려운) 곡선에서 승부가 난다"며 "오늘 업계 분들의 얼굴을 보니 준비를 많이한 것 같다. 올 연말에는 이번 기회에 (그동안) 준비해온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는 얘기를 많이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는 문 협회장과 김창범 부회장, 박진수 의장, 김교현 사장, 나경수 사장, 김재율 사장, 장희구 사장 등 업계 CEO 및 임원 150여명이 참석했다.
정부에서는 성윤모 산업통장자원부 장관이 참석해 "지난해 석유화학업계가 사상 최초 수출 500억 달러를 돌파하는 등 우리 경제 성장에 크게 기여했다"면서 "정부는 올해 지난해 말 발표한 '제조업 혁신전략'의 이행에 모든 정책 역량을 집중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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