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난치성 질환 등 마땅한 치료제 없는 시장 주목
"경쟁자 없어 시장 빨리 진입, 다국적사 높은 관심"
[서울=뉴스핌] 김근희 기자 = 한국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지난해 5조원대의 기술수출 성과를 올린 데 이어, 올 초부터 글로벌 기술수출 성과를 내고 있다. 업계에서는 국내 업체들이 희귀난치성 질환 등 '언멧니즈'(unmet needs, 미충족 수요)가 큰 분야를 공략한 것이 성공의 열쇠라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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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9년 새해부터 기술수출 낭보
1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조원대 기술수출을 한 유한양행은 최근 미국 길리어드와 총 7억8500만달러(약 8800억원) 규모의 신약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하면서, 연타석 홈런을 날렸다. 유한양행은 길리어드에 비알코올성 지방간 질환(NASH) 치료 신약후보물질을 기술수출했다.
GC녹십자는 지난 8일 중국 현지 제약사인 캔브리지와 희귀질환인 헌터증후군 치료제 '헌터라제'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두 회사 합의에 따라 계약금과 마일스톤 등은 공개하지 않았다.
지난해에 이어 국내 제약·바이오 업체들의 기술수출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유한양행을 비롯해 코오롱생명과학, JW중외제약, 에이비엘바이오 등 다수의 제약·바이오 업체들이 기술수출에 성공했다. 지난해 제약·바이오 기업의 총 기술수출 규모는 5조원을 넘어섰다. 2017년 연간 기술수출 규모가 1조4000억원인 것을 고려하면 5배가량 증가한 것이다.
◆ "치료제 없는 시장 잡아라"
업계에서는 이 같은 기술수출 성과의 비결로 '언멧니즈(Unmet needs)'를 꼽고 있다. 언맷니즈는 미충족 수요라는 의미로, 제약·바이오 업계에서는 효과적인 치료제가 없는 질환이나 분야를 뜻한다.
지난해와 올해 기술수출된 대부분의 신약후보물질은 언맷니즈가 높은 질병의 치료제들이다. 유한양행이 다국적 제약사 얀센 바이오텍에 기술수출한 레이저티닙은 치료가 어려운 비소세포폐암 치료제다. 길리어드에 수출한 후보 물질은 NASH 치료 신약으로, 현재 NASH의 경우 효과가 있는 치료제는 없는 상황이다.
녹십자의 헌터라제는 선천성 희귀질환인 헌터증후군 치료제다. 현재까지 중국에서는 헌터증후군 치료제로 허가받은 의약품이 없다.
지난해 각각 미국과 덴마크에 기술수출된 코오롱생명과학의 골관절염 유전자 치료제 '인보사'와 JW중외제약 아토피피부염 치료제 'JW1601' 등도 언맷니즈가 높다.
이정규 브릿지바이오 대표는 "언멧니즈가 높은 신약의 경우 기존 치료제가 없기 때문에 시장에 빨리 진입할 수 있고, 성공 가능성이 있다"며 "다국적 제약사들도 언맷니즈가 높은 치료제에 관심을 보이면서 기술수출도 일어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언맷니즈를 충족시키는 치료제의 경우 시장 선점 효과와 경쟁이 치열한 제약 시장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수 있다. 이미 널리 사용되는 치료제가 있는 시장의 경우 신약이 기존 제품의 아성을 뛰어넘기 힘들다.
또 신약이라도 기존 치료제가 있는 경우 약값이 기존 약과 비슷한 수준으로 결정된다. 그러나 기존 약이 없으면, 신약은 더 높은 약값을 받을 수 있다.
언맷니즈가 높은 신약 개발에 집중하는 것은 세계적인 트렌드다. 최근 다국적 제약사 다케다는 영국의 희귀질환 치료제 개발 업체 샤이어를 약 7조엔(약 72조원)에 인수했다.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도 올해 초 740억 달러(약 83조5000억원)에 희귀난치질환 신약 개발사 세엘진을 인수한다고 최근 발표했다.
◆ K바이오, 언맷니즈 치료제 개발 증가세
언맷니즈가 높은 치료제를 개발하는 국내 제약·바이오 업체들은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기술수출 등이 유리하다는 판단에서다.
한미약품은 특히 희귀난치성 질환 치료제 개발에 중점을 두고 있다. 희귀난치성 질환 치료제가 시장이 연평균 113%씩 성장하고 있는 데다 경쟁사가 적은 분야이기 때문이다. 한미약품은 지난해 미국 식품의약국(FDA)로부터 아테넥스에 기술수출한 경구용 항암신약 '오락솔'과 급성 골수성 백혈병 치료 신약후보물질 'HM43239'의 희귀의약품 지정을 받았다.
테라젠이텍스의 자회사 메드팩토의 항암신약 후보물질 'TEW-7197'도 골수이형성증후군 및 간암을 적응증으로 희귀의약품 지정을 받았다. 브릿지바이오는 궤양성 대장염 치료제 미국 임상시험 2상을 시작했고, 다음 달 특발성 폐섬유증 치료제의 미국 임상 1상에 착수한다. 두 질병 모두 근본적인 치료제가 없는 질환이다.
업계 관계자는 "희귀난치성 질환 등 언맷니즈가 큰 치료제들은 도전할 가치가 있는 분야"라며 "경쟁자가 적어 글로벌 성과를 빨리 낼 수 있다"고 했다.
ke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