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잔치'로 끝날 우려
[서울=뉴스핌] 김지나 기자 = 최근 정‧관계 인사들이 경제계 목소리를 듣는다며 잇따라 경제계를 방문하고 있지만 경제계는 이에 환호하기보단 냉소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아직 기업 숨통을 트게 할 가시적인 경제 정책 변화가 나타나지 않아 자칫 '말 잔치'로 끝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재계 5대그룹 [사진=뉴스핌DB] |
14일 청와대 및 재계 등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은 15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최태원 SK 회장, 구광모 LG회장 등 4대그룹 총수를 비롯해 대기업‧중소기업인 128명을 맞이한다. 기업의 어려움과 건의사항 등을 청취하기 위해서다.
'적폐 청산'이란 짐을 짊어지고 출범한 현 정부는 정권 초기 적폐 청산 및 경제 민주화 등에 방점을 찍고 정책을 추진해 왔다. 하지만 고용지표 등 경제 지표가 악화되며 올해부턴 경제 우선 정책을 펴 나갈 것을 예고하고 있다. 이에 정‧관계 인사들 역시 너도나도 잇따라 경제계를 방문해 재계 목소리를 들으려는 행보에 나서고 있다.
신년 들어 정부 여당 더불어 민주당과 야당 자유한국당 등은 잇따라 경제단체장들과 신년 간담회를 개최하고, 경제계 요구사항을 경청했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취임 후 처음으로 경제단체 신년인사회인 중소기업중앙회 신년회에 참석해 경제계 인사들과 교류했다.
이밖에도 지난해 말부터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을 비롯해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 관계 인사가 경제단체 문을 두드렸다.
경제계는 정‧관계 인사들의 이 같은 의지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진정성 면에선 의문을 표시하고 있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늦긴 했지만 이제라도 정‧관계 인사들이 기업인들을 만나려고 하는 것은 다행이지만 현재 나온 정책만 보더라도 바뀐 것이 없지 않느냐"고 반문하며 "비정규직 정책을 비롯해 최저임금, 근로시간 단축 문제 등과 관련된 정책 중 기업을 위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토로했다.
그 대표적인 예가 지난해 말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안이다. 재계에서는 최저임금 산정 방식에 있어 주휴수당을 제외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했지만 결국 받아들여지지 않고 시행령 개정안이 통과됐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지난해 말 최저임금법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이 속도조절을 언급했지만 그 다음날 시행령이 차관회의를 통과하며 청와대와 고용노동부가 손발이 맞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면서 "일단 정-관계에서 손발을 맞추고 경제계와 만나는 것이 수순인데 그렇지 않은 상황에 정부의 진정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규제 완화에 대해서도 지난 한 해 경제계에서 강도 높게 요구해 왔지만 정책 반영이 미미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의 경우 20대국회에 들어서만 10번 넘게 국회를 방문했고, 40차례 이상 규제 개혁 건의를 했다.
하지만 규제 완화는 경제적 이해관계 뿐 아니라 정치‧사회 등 다양한 이해관계가 맞물리며 경제계에서 만족할 만 한 결과물이 나오진 않았다. 이에 박 회장은 지난달 26일 출입기자단과의 인터뷰에서 "20대 국회 들어와서 발의된 기업 법안 1500개 중 800개 이상이 규제 법안"이라며 한탄하기도 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정부 정책에 있어 가시적인 변화가 나오지 않는 한 기업 입장에선 정부가 기업인들을 만난다는 것만으론 변화가 와 닫지 않을 것"이라며 "경제계가 어려운 시기를 지나고 있는 만큼 정부는 기업인들에 진정성 있게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abc123@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