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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진단] “북한=주적 표현, 공식 삭제…대적관‧안보의식 약화 우려”

기사입력 : 2019년01월16일 05:37

최종수정 : 2019년01월16일 05:37

‘북한=주적’ 표현 삭제…‘北 비핵화된 것 아닌데’ 비판
국방부 “北, 대남‧대외관계 개선 추진 중” 긍정 평가
전문가 “여전히 핵포기 안해…국방부 대처 우려스러워”

[서울=뉴스핌] 하수영 기자 = 국방부가 15일 발간된 ‘2018 국방백서’에 북한을 ‘주적’으로 규정하는 표현을 빼고 대신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에 대해 ‘한반도 평화와 안정에 대한 위협’이라고만 규정해 논란이 일고 있다.

국방부가 발간한 국방백서는 정부의 국방정책을 대내외에 알리는 공식 문서다. 1967년 처음 발간됐고 2004년부터 2년에 한차례씩 짝수 해에 발간되고 있다.

‘2018 국방백서’는 문재인 정부 들어서는 처음 발간되는 국방백서다. 발간 전부터 북한에 대한 ‘주적’ 표현이 삭제된다는 사실이 알려져 이에 대한 비판이 일찌감치 제기됐다.

[서울=뉴스핌] 노민호 기자= 2018 국방백서. 2019.01.15 noh@newspim.com

◆ 北 반발로 ‘적’ 표현 뺐다가 2010년 천안함‧연평도 이후 다시 넣기 시작
    "北, 천안함‧연평도 사과도 안 했는데"…주적 표현 삭제, 시기상조 논란 불러

이날 공개된 ‘2018 국방백서’에 따르면 국방부는 제2장 ‘국가안보전략과 국방정책’ 부문에서 북한 정권과 북한군을 적(敵)으로 지칭하는 문구와 표현을 삭제했다.

2년 전 국방부는 ‘2016 국방백서’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WMD, 사이버공격, 테러 위협 등에 대해 “그러한 위협이 지속되는 한 그 수행 주체인 북한정권과 북한군은 우리의 적”이라고 규정했었다.

정부는 1995년 김영삼 정부 시절부터 국방백서에서 북한을 ‘적’으로 규정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2000년 김대중 정부 당시 북측이 이 같은 사실을 문제 삼으며 그해 11월 열리기로 돼 있었던 ‘제2차 남북 국방장관회담’ 개최를 거부해 그 때부터 약 10여 년 간 국방백서에서 북한을 ‘적’으로 규정하는 표현을 뺐다.

그러다 2010년 천안함‧연평도 사건을 계기로 해서 ‘2010 국방백서’부터 다시 북한을 적으로 규정하기 시작했다. 이후 2012년, 2014년, 2016년 발간된 국방백서마다 이러한 표현이 빠지지 않다가 ‘2018 국방백서’에서 다시 북한을 적으로 표현하는 문구가 빠졌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북한이 천안함‧연평도 사건에 대해 공식적으로 사과를 한 것도 아니고 북한의 핵 위협 등이 완전히 사라진 것도 아닌데 정부가 너무 성급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평양=뉴스핌] 평양사진공동취재단 = 지난 2018년 9월 19일 오전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임석한 가운데 송영무 국방부 장관과 노광철 인민무력상이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문에 서명한 후 취재진을 향해 들어보이고 있다.

◆ 주적 표현 뺀 이유는 한반도 안보환경 변화…軍 “北, 대남‧대외관계 개선 추진 중”

국방부는 ‘북한이 남북관계를 비롯해 대외관계 면에서 과거에 비해 열린 자세를 취하고 있는 데다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환경이 변화하는 시점이기 때문에 북한만을 적으로 규정하는 것에서 벗어나 보다 포괄적이고 잠재적인 적을 규정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국방부는 ‘2018 국방백서’에서도 “북한은 지난해 사회주의 경제건설 총력 집중 노선을 채택하는 등 전략적 변화를 모색하고 있고, 대남‧대외관계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지난해를 기점으로 남북은 군사 부문에서 여러 유의미한 변화를 도출했다. 9.19 군사합의를 통해 지상‧해상‧공중에서의 모든 적대행위를 중지하는 한편 남북 공동으로 감시초소(GP) 11개소에 대한 철수 및 검증도 진행했다.

특히 남북은 ‘핵무기 없는 한반도’에 전격 합의했다. 지난해 9월 20일 발표된 ‘평양공동선언’에서 ‘한반도를 핵무기와 핵위협이 없는 평화의 터전으로 만들어나가야 한다’는 데 합의한 데 이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도 지난 1일 육성으로 발표한 ‘2019년 신년사’에서 비핵화에 대해 공식 언급했다.

김 위원장은 신년사에서 “조선반도의 항구적이며 공고한 평화체제를 구축하고 완전한 비핵화로 나가는 것은 우리 당과 나의 확고한 의지”라며 “우리는 더 이상 핵무기를 만들지도, 시험하지도, 사용하지도, 전파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내외에 선포하고 여러 가지 실천적 조치들을 취해 왔다”고 강조했다.

지난 2018년 2월 8월 북한 인민군 창설 70주년 기념 열병식이 진행됐다. [사진=조선중앙TV 캡처]

◆ 전문가 “北 비핵화된 것도 아닌데 ‘적’ 표현 삭제…대적관‧안보의식 약화 우려”

국방부는 ‘북한의 이러한 변화를 반영해 북한만을 적으로 규정하던 것에서 벗어나 보다 포괄적이고 잠재적인 적에 대응하는 것으로 안보전략을 바꿔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일부 전문가들은 ‘북한의 비핵화가 완료되지 않았고 특히 핵무기와 관련한 북한의 전략적 입장에는 변화가 없는데 성급하다’고 지적한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연구센터장은 “북한이 전술적 면에서 변화를 보인 것은 맞지만 전략적 면에선 근본적 변화를 보이지 않았다”며 “(북한이) 대화 모드로 전환하고, 9.19 군사합의나 공동 GP 철수 등을 진행하고, 미국하고도 회담을 하겠다고 하는 것은 전술적 변화인데 근본적으로 핵을 완전히 포기한 건 아니기 때문에 전략적으로 변화했다고 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국방‧안보 전문가는 “실제로 (북한의) 비핵화가 진전된 건 거의 없고 오히려 핵 역량이 강화되고 있고 한미동맹을 와해시키기 위한 요구를 계속 하고 있다”며 “신년사만 봐도 한미연합훈련 중단, 전략자산‧전쟁장비 반입 중지 등을 주장하고 있는데 그런 부분에 대해 국방부가 주목하고 대처해야 하는데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특히 ‘2018 국방백서’에서 ‘북한=주적’ 표현이 빠진 것을 계기로 군 장병들의 대적관(적을 인식해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도록 장병들이 갖춰야 하는 것)이나 국민들의 안보 의식이 약해질 것을 우려했다.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는 “(2018 국방백서를 보면) ‘북한의 비핵화’가 아니라 ‘한반도의 비핵화’라고 명시했는데 사실 북한이 말하는 ‘한반도 비핵화’와 우리가 말하는 비핵화는 결이 다르지 않느냐”며 “북한이 말하는 ‘한반도 비핵화’는 한미동맹 해체, 주한미군 철수 등으로 이어지는 건데 그런 용어를 (국방백서에) 썼다는 건 북한에 대한 대적관을 완전히 없앤 것이라고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익명의 전문가 역시 “(2018 국방백서로 인해) 우리 장병들의 대적관이 흐려지거나 국민들이 마치 평화가 온 걸로 착각하거나 그런 일이 있어서는 안 되는데 국방부가 (국방백서를 만들면서) 정치적 판단을 한 것 같다”고 비판했다.

전문가는 이어 “평화를 만들어나가는 건 좋지만 그건 통일부나 외교부가 할 일이지 국방부가 할 일은 아니다”라며 “국방부는 힘으로 평화를 뒷받침하는데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suyoung0710@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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