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기준 마련 늦어져 상품전략 스톱...인력 구조조정 우려
[서울=뉴스핌] 박미리 기자 = 오는 31일부터 1조4000억원 규모(기인하분 6000억원 포함)의 카드 수수료가 인하된다. 하지만 카드업계의 부담을 감안해 함께 진행하기로 한 부가서비스 축소안 발표는 기약 없이 연기됐다. 카드사는 속앓이 중이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23일 카드 수수료 태스코포스(TF)에서 논의 중인 '카드상품 부가서비스 축소' 기준과 관련, "현황을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분석해야할 상품) 건수가 많아 목표했던 1월 말 발표하는 것은 사실상 어려워졌다"며 "시간이 조금 걸릴 것 같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지난 22일 국무회의에서 여신전문금융업법 시행령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지난해 11월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카드수수료 개편방안 후속 조치다. 우대수수료 적용구간을 현 연매출 5억원 이하에서 30억원으로 확대, 소상공인 수수료 부담을 연 평균 160만원씩 줄여주는 것이 골자다.
하지만 인하폭이 컸던 탓에 카드사 수익성 악화가 우려됐다. 개편안을 내놓을 당시 금융당국은 "외형 확대를 위해 대형가맹점 등에 과도하게 지출하는 마케팅비용을 합리적으로 감축하면 수지 개선이 가능하다"며 "업계와 카드 수수료 TF를 만들어 카드사의 마케팅비용 감축을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카드 수수료 TF에서 △고비용 마케팅 관행 개선(카드상품 부가서비스 단계적 축소 등) △경쟁력 제고(수익 다변화 등) 방안을 논의, 카드사의 손실을 메워주고자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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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단추는 부가서비스 단계적 축소 방안 마련이다. 부가서비스 축소 허용은 카드사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사안이다. 카드사 마케팅비 6조원 중 카드상품에 탑재된 부가서비스는 75%로 추산된다. 카드업계는 적자인 카드상품의 부가서비스 변경이 가능해지기를 바라고 있다.
현재 금융당국은 출시 후 3년 이상 약관을 유지한 상품 중 수익성이 떨어져 유지가 어려운 상품일 경우, 심사를 거쳐 부가서비스를 축소할 수 있게 했다. 하지만 금융감독원은 '소비자 보호'를 이유로 2013년 이후 약관변경 승인을 해준 적이 없다. 이러한 문제 의식은 여전한 것으로 전해진다.
카드업계는 속앓이를 하고 있다. 일단 TF 결과를 기준으로 삼아 신제품 출시, 영업전략 등을 세우려던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충분한 검토를 위해 논의가 지연되는 것이라 생각한다"면서도 "현재로서는 섣불리 신제품 출시, 영업 활동을 하기가 어려운 부분은 있다"고 말했다.
TF의 부가서비스 축소허용 논의가 유야무야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그렇게 되면 카드사들은 비용절감을 위해 인력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카드사 노조 관계자는 "최근 TF에서 저희 업계의 요구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을 수 있다는 분위기가 감지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렇게 되면 회사는 비용절감을 위해 인력감축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카드산업이 경쟁력을 유지할 수 없는 수준으로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면, 투쟁에 다시 나설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금융당국은 최선의 안을 도출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1월 말로 시한을 못 박았던 것은 아니다"라며 "소비자 편익을 해하지 않는 선에서 비용 감축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금감원 관계자도 "TF 결과에 따를 것"이라고 짧게 말했다.
milpar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