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범죄혐의 상당부분 소명…증거인멸 우려”
검찰, 곧바로 구속영장 집행…헌정 ‘초유’ 사법부 수장 수감
박병대는 영장 기각…“범죄 혐의 소명 안 돼”
[서울=뉴스핌] 이보람 기자 = ‘사법농단’ 의혹의 최정점 양승태(71·사법연수원 2기) 전 대법원장이 결국 구속됐다. 헌정 사상 처음으로 사법부 수장이 구속 수감된 것이다.
[서울=뉴스핌] 사진공동취재단 = ‘사법농단’ 의혹의 최정점인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2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2019.01.23 |
반면 박병대(62·12기) 전 대법관의 구속 영장은 다시 한 번 반려돼 전직 사법부 최고 윗선의 운명이 엇갈렸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명재권 영장전담부장판사 심리로 양 전 대법원장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 진행 결과,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고 24일 밝혔다.
명재권 판사는 “범죄사실 가운데 상당부분 혐의가 소명되고 사안이 중대하다”며 “현재까지의 수사 진행 경과와 피의자의 지위나 주요 관련자들과의 관계 등에 비춰 보면 증거 인멸의 우려도 있다”며 영장 발부 이유를 설명했다.
법원의 이같은 결정에 따라 검찰은 서울구치소에서 대기 중인 양 전 대법원장을 상대로 영장을 집행해 수감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검찰과 양 전 대법원장 측은 전날 오전 10시 30분부터 5시간 30분 가량 진행된 구속 심사에서 치열한 법리 공방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날 심문에 수사를 담당했던 신봉수 특수1부장 등 수사인력 7명 가량을 투입, 양 전 원장의 40여개 혐의 대부분이 모두 ‘3권 분립’이라는 헌법 질서를 위협하는 중대한 범죄라고 주장하며 구속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과정에서 검찰이 확보한 이규진 서울고법 부장판사의 업무수첩과 일제 강제징용 소송 관련 김앤장 변호사 독대 문건, ‘법관 블랙리스트’ 의혹 관련 자필 표시 문건 등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 전 대법원장은 검찰의 이같은 주장에 반박하면서 자신의 혐의 대부분을 부인했다. 특히 후배법관들의 진술이 ‘거짓’이라거나 관련 증거 자료가 조작됐을 수 있다는 입장을 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직권남용 혐의도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지난 18일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해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직무유기·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국고손실·위계공무처리방해·허위공문서작성 및 행사·공무상 비밀누설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에 따르면 양 전 대법원장은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손해배상 청구 소송 개입 △ 통합진보당 소송 개입 △ ‘법관 블랙리스트’ 작성 지시 및 법관 인사 불이익 조치 △헌법재판소 내부 기밀 유출 △법원 예산 유용 등을 최종 승인하거나 지시하면서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전반에 개입한 의혹을 받는다.
반면 양 전 대법원장과 같은 날 동시에 구속 심사를 받은 박 전 대법관은 다시 한 번 구속 위기를 벗어났다.
박 전 대법관의 영장 발부 여부를 심리한 허경호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종전 영장청구 기각 후 수사 내용을 고려하더라도 범죄혐의에 대한 소명이 충분하다고 보기 어렵고 추가된 피의사실 일부는 범죄 성립 여부에 의문이 있다”면서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해 12월 박 전 대법관과 고영한(63·11기) 전 대법관의 구속영장을 청구 한 바 있다.
당시 검찰은 영장 청구서에 두 대법관이 이미 구속기소된 임종헌(60·16기)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공범’이라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공모 관계에 의문이 있다며 검찰의 영장 청구를 기각했다.
이에 검찰은 두 달 동안 보강수사를 거쳐 양 전 대법관의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박 전 대법관의 영장도 함께 청구했다.
검찰에 따르면 박 전 대법관은 자신의 고등학교 동문 후배인 지인으로부터 청탁을 받고 형사사법정보시스템에 접속해 무단으로 재판 정보를 수 차례 열람, 자신이 속한 재판부에 사건이 배당되도록 관여한 의혹을 받고 있다.
그는 법원행정처장으로 근무하며 이미 구속 기소된 임 전 차장과 양 전 대법원장 사이에서 일제 강제징용 손해배상 청구소송 개입 등 각종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에 관여한 의혹도 받는다.
brlee1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