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앞으로 다가온 황산화물 배출 규제
대응방안 검토…대응체계 정비는 '관망세'
"스크러버 등 다각적인 지원책 마련해야"
"설비·제조 진출 확대 등 제휴 추진해야"
[세종=뉴스핌] 이규하 기자 = 해운 역사상 강한 환경규제인 ‘황산화물 배출 규제’를 1년 앞두고 대응체계 정비가 시급한 것으로 분석됐다. 해운업계가 다양한 대응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여전히 ‘관망 자세’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 해운업계가 국제해사기구(IMO) 황산화물 규제에 대응한 최적의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수 있도록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요구되고 있다.
8일 해양·수산·해운항만 관련 연구기관인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등에 따르면 IMO의 2020년 황산화물(SOx) 규제 시행이 1년 앞으로 다가오면서 국내외 해운업계가 자사 특성에 맞는 대응방안을 검토 중이다.
SOx 규제는 오는 2020년 1월 1일부터 전 세계 모든 해역을 지나는 선박의 연료유 황 함유량이 현행 3.5%에서 0.5%로 강화되는 환경규제를 말한다.
덴마크 머스크라인 선박 [사진=대우조선해양] |
최근 국외 주요 선사들의 SOx규제 대응 실태를 보면, 세계 1위 선사인 덴마크의 머스크라인은 유지비용을 높은 선박 탈황장치(스크러버) 설치보다 저유황유 사용을 채택했다.
세계 2위 선사인 스위스의 MSC는 스크러버 설치 방식을 택했다. 지난해 9월 삼성중공업에 컨테이너선 6척을 LNG연료 선박으로 발주한 MSC는 지난 11월 기존 벙커유를 사용하는 엔진에 스크러버(scrubber)를 설치도록 계약 내용을 변경한 바 있다.
저유황유를 기본적으로 택하고 있는 프랑스의 CMA CGM도 스크러버 설치와 LNG연료 선박 도입을 고려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기존 20척 이상의 일부 선박에는 스크러버 설치를 추진하되, 15척의 LNG연료 추진선박을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국내 주요 선사의 대응 실태를 보면, 현대상선은 선박에 스크러버를 장착하는 방안 추진 중이다. 현대상선은 지난해 7월 스크러버를 장착한 1만1000TEU(1TEU는 20피트짜리 컨테이너 1대분)급 컨테이너선 ‘에이치엠엠 프로미스(HMM Promise)’호를 취항시켰다.
최근에는 한국해양진흥공사의 지원을 기반으로 스크러버를 장착한 20척의 초대형 컨테이너 선박도 발주한 상태다. 해당 선박에는 ‘LNG READY’ 디자인(향후 LNG 추진선박으로 개조할
수 있도록 선박 내 LNG 연료탱크 등의 설치를 위한 여유 공간을 만든 선박)이 적용됐다.
8000TEU급 4척, 6500TEU급 8척, 5900TEU급 2척, 4000TEU급 3척, 1000TEU급 4척 등 총 21척의 선박SM상선은 저유황유 사용을 통해 대응키로 했다. 보유 선박의 척수가 적은데다, 타 선사로부터의 용선 비중이 높아 스크러버 설치 등의 투자는 현실성이 없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코의 철강, 석탄 연료를 수송 중인 국내 중소형 선사 팬오션, 폴라리스 쉬핑, 대한해운, 에이치라인 해운 등도 일부 선박에 스크러버 장착을 결정했다.
문제는 정부 차원의 기술적·정책적 지원체계다. 해운업계로서는 스크러버 설치와 저유황유 사용의 선택 사이에서 손익을 검토할 수 밖에 없는 처지다.
국·내외 주요 해운선사들의 대응전략 [출처=KMI 동향분석 '2020년 황산화물 규제 시행 대비' 리포트] |
최근 KMI가 공개한 ‘황산화물 규제 대응 기술별 장·단점 분석’ 연구 리포트를 보면, 저유황유를 선박의 주 연료로 사용하는 방법은 기존 선박에 추가적인 장비 설치가 필요하지 않아 초기 투자비용이 소요되지 않는 장점이 있다.
단점은 기존 연료유를 탈황 및 분해해 생산되는 과정을 거치는 등 기존 고유황유 대비 40~50% 이상 높은 가격대다. 또 배출규제 시행 초기 수요가 증가하는 등 공급 부족에 따른 유가급등도 고민할 부분이다. 정유사 별로 제조방법에 따라 유황 함량이 상이해 사용상 주의도 요구된다.
다른 방법은 선박의 배출오염물질 중 SOx를 제거하기 위해 배기가스 세정장치를 장착하는 스크러버가 있다. 이 방법은 가격이 저렴한 기존 고유황유의 사용이 가능하다. 황산화물 외에도 미세먼지의 저감도 가능해 다양한 대기오염원들에 대한 환경규제에 대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초기 투자비용이 큰데다, 설치에 상당한 기간이 소요된다는 점이다. 개조기간 동안 미운항 손실이 발생할 경우 경영상의 어려움으로 다가 올 수 있다. 아울러 별도 설치공간과 추가 전력 소비, 질소산화물 감축을 위한 별도 장비 설치 가능성, 수질 오염에 대한 논란 제기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이호춘 KMI해운산업연구실 부연구위원은 “국적선박의 약 70%인 대부분의 선박들이 저유황유 사용을 고려하고 있는 상황에서 저유황유 가격이 급등할 경우 국내 해운업계에 미치는 영향이 심각할 수도 있다”며 “정부는 선사, 정유사, 유관 협회 등을 중심으로 민관 협의체를 구성해 국내 저유황유의 안정적인 공급과 가격 안정을 위해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책 마련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스크러버 설치를 위한 다각적인 지원책 마련도 꼽았다.
배출규제 대응방안별 장단점 [출처=KMI] |
이 부연구위원은 “국내 선박들 가운데 장기운송계약(COA) 선박들을 중심으로 약 30%가 스크러버 설치를 고려하고 있기 때문에 지원책 마련 역시 중요하다”며 “비용 지원을 포함해 기술적 솔루션 제공도 고려해야한다. 선박용 스크러버 설치 사업을 국내 중소조선소 일감 제공과 연계할 수 있는 방안 마련도 매우 중요”라고 분석했다.
정부 차원의 대응뿐만 아니다. 민간 부분의 자율적인 협업체계 구축과 공동 연구개발(R&D) 추진도 ‘필수적 방안’으로 제언하고 있다.
류희영 KMI해운산업연구실 연구원은 “환경규제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해외 ‘클린쉬핑얼라이언스 2020(CSA2020)’, 국내 한국해운연합(KSP) 등과 같이 민간 주도의 자율협업체계 구축이 활성화돼야한다”며 “이를 통해 황산화물 규제 동향 파악 및 스크러버 설치·운영에관한 기술 노하우 교환 등이 자발적으로 진행되고 관련 기술개발을 위한 선사들의 공동 R&D 추진도 활성화돼야한다”고 말했다.
이 외에 선사의 설비·제조분야 진출 확대도 주목할 부분이다.
KMI 측은 “현재 외국 선사들은 IMO 환경규제 강화에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스크러버 제조업체까지 진출하는 전략을 시도하고 있다”며 “국내 해운업계가 지금보다 더 적극적으로 IMO 황산화물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국내 탈황장치 제조업체들과의 다양한 전략적 제휴 방안들을 검토하고 실행 가능한 단계부터 본격적으로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제시했다.
jud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