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0일 회의 이후 한달째 논의조차 안돼
금감원 인사이동·설 연휴 겹치며 일정 밀려
이달중 제재심 두차례 남았지만 결론 미지수
중징계시 증선위·금융위 의결까지 더 길어질 듯
[서울=뉴스핌] 김민수 기자 = 한국투자증권이 발행어음을 통해 조달한 자금이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개인대출에 부당하게 활용됐는지에 대한 금융당국의 판단이 늦어지고 있다. 지난해 12월 해당 안건에 대한 첫 번째 제재심의위원회가 소집된 이후 약 두 달이 흘렀지만 최종 결론 시기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이형석 기자 leehs@ |
1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제재심은 오는 21일 오후 2시 제4차 회의를 열 예정이다. 지난 24일 제3차 회의가 개최된지 꼭 한 달 만이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해 12월20일 제재심을 통해 한국투자증권에 대한 기관경고 및 임원해임 경고, 과태료 부과 등 중징계 안건을 처음 심의했다. 이후 지난달 10일 올해 첫 제재심에서도 밤 늦게까지 해당 안건을 논의했으나 결론을 내지 못했다.
논란의 핵심은 한국투자증권의 일부 발행어음 조달자금이 특수목적회사(SPC)의 총수익스와프(TRS)에 활용되는 과정에서 최 회장에게 흘러갔는지 여부다. 현행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에서는 단기금융업(발행어음) 업무 과정에서 개인에 대한 신용공여 및 기업금융업무와 관련 없는 파생상품 투자를 금하고 있다.
금감원은 한국투자증권이 지난 2017년 발행어음을 통해 조달한 자금을 SPC인 ‘키스아이비제십육차’에 대출해줬고, 이 회사가 총수익스와프 계약을 통해 최 회장이 자회사인 SK실트론 지분을 확보하는데 도움을 준 만큼 사실상 개인 대출이라는 입장이다. 반면 한국투자증권은 실체가 있는 법인(SPC)에 투자된 정상적인 기업금융의 일부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이처럼 양측의 입장이 극명하게 엇갈리면서 제재심 일정도 예상보다 장기화되는 중이다. 당초 1월중 마무리될 것으로 전망됐지만, 사안이 매우 복잡하고 한국투자증권이 적극 반박에 나서면서 최종 결론이 차일피일 미뤄지는 양상이다.
서울 여의도 한국투자증권 본사 <사진=김학선 사진기자> |
설상가상으로 지난 달 15일과 24일 열린 제재심에서는 해당 안건이 논의조차 되지 않았다. 안건의 중요성을 감안해 회의 진행사항 및 결론을 외부에 공개했던 것과 초반과 비교하면 상당히 이례적이었다.
여기에 연초 진행된 금감원 인사 역시 일정이 늦어지는데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투자증권에 대한 조치안을 마련했던 금융투자검사국장과 제재심 일정을 관리하는 제재심의국장이 모두 교체됐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금감원 관계자는 “연초 조직개편과 설 연휴가 겹치며 심의가 예상보다 늦어진 게 사실”이라며 “제재심의위원들의 스케줄이 맞지 않아 논의하지 못한 측면도 있었다”고 전했다.
다만 제재심에서 결론이 나더라도 상황에 따라 최종 결론까지는 시간이 더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경징계 결정이 나올 경우 금융감독원장의 재가만으로 확정되지만 중징계시 증권선물위원회와 금융위원회 회의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이 경우 증선위의 논의 과정 역시 예상보다 길어질 공산이 크다.
이는 국내 초대형IB 사업에도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연초 단기금융업 인가를 신청한 KB증권에 대한 심사 역시 상반기 전까지 늦춰질 수 있다.
익명을 요구한 A증권사 관계자는 “한국투자증권은 초대형IB 도입 후 발행어음 인가를 받은 첫 번째 증권사”라며 “작년 5월 NH투자증권 이후 제3사업자 인가가 막힌 상황에서 한국투자증권에 대한 금감원 조치안이 그대로 확정될 경우 초대형IB 시장 위축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mkim0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