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김민정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과 멕시코 사이 국경에서 벌어지고 있는 인도주의적 위기를 구실로 국가 비상사태를 선언해 국경 장벽 건설 강행에 나섰다. 그러나 최근 들어 국경을 넘는 이민자 수가 약 50년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는 정부 기관 통계가 나오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비상사태를 만들어냈다는 비난이 나온다.
15일(현지시간) CNBC는 미 관세국경보호국(CBP)의 통계를 인용해 지난 2017회계연도에 남부 국경을 넘다가 체포된 이민자가 30만3916명이었다고 보도했다. 이는 지난 1971년 이후 최저치다. 미국 남부 국경의 불법 이민은 2000년 160만 명 이상이 체포된 이후 감소하는 추세다.
특히 최근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과 달리 이민을 원하는 가족들과 혼자 국경을 넘은 아이들의 체포 건수가 많았다. CNN은 로버트 페레스 CBP 부국장을 인용해 국경 수비대가 체포하는 불법 이민자 중 약 60%가 가족이나 동반인이 없는 아이들이라고 보도했다. 2018회계연도에는 이들이 전체 체포자 수 중에 차지하는 비중이 40%였다. 이는 전통적으로 국경 수비대가 멕시코에서 넘어오는 성인을 주로 체포해 온 관행과 대조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로이터 뉴스핌] |
NBC 뉴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대로 불법 이민이 범죄율을 높이지도 않는다. 카토재단의 실증 분석에 따르면 이민자들은 지역 범죄율을 높이지 않으며 미국에서 태어난 집단보다 범죄를 덜 저지르는 경향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남부 국경의 상황을 ‘위기’라고 부르며 장벽 건설을 주장해 왔고 결국 이날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해 장벽 건설 자금 마련에 나섰다.
제리 내들러(민주·뉴욕) 하원 법사위원장은 전날 성명에서 “합리적인 어떤 누구도 남부 국경에서 비상사태가 펼쳐지고 있다고 믿지 않는다”면서 “불법 이민은 사상 최저 수준이며 합법적으로 망명을 추진하는 아이들을 동반한 가족들은 외국인 침입자들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최근 2020년 대선 출마를 선언한 커스틴 길리브랜드(민주·뉴욕) 상원의원은 “국경에서의 유일한 비상사태는 트럼프 자신이 만든 인도주의적인 위기”라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가족들을 악마로 묘사하고 이들을 갈라왔다고 주장했다. 길리브랜드 의원은 “이렇게 만들어진 위기는 인종차별이고 낭비이며 그것을 가지기에는 너무나 신중하지 못하고 증오하는 자의 충격적인 권력의 남용”이라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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