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식 생략하고 현장으로…직접 상담하며 과제 발굴
"수요자 시각으로 접근…재기지원 멘토링 등 사후관리 강화"
[서울=뉴스핌] 최유리 기자 = #. 지난해 11월 서울 영등포구에서 열린 서민금융박람회장. 경남 창원에서 온 한 국밥집 사장이 이계문 서민금융진흥원장을 다급히 찾았다. 사채 3000만원을 포함해 9000만원 가량의 빚을 졌는데 최근 7개월 연체 기록 때문에 채무조정이 안 된다는 사연이 있었다. 이계문 원장은 1시간 가량 상담 후 본인의 연락처를 건넸다고 한다. 당장은 연체기록으로 채무조정이 어려우니 2~3개월 뒤 방법을 찾아주겠다고 약속했다.
실제로 이 원장은 몇 달 후 2000만원의 사업 운용 자금을 대출받도록 채무자와 미소금융재단을 연결해줬다. 자영업 컨설팅을 통해 매출 확대도 도왔다. 얼마 전 국밥집 사장이 보낸 "앞길이 막막했는데 의지가 생겼다. 산을 반드시 넘겠다"는 문자를 훈장처럼 간직하고 있는 그다.
이계문 서민금융진흥원장 [사진=서민금융진흥원] |
취임 5개월을 맞은 이 원장은 그간 바쁘게 현장을 누볐다. 첫날부터 취임식을 생략하고 현장으로 뛰어갔다. 5개월간 전국 47곳의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 중 11곳을 방문해 직접 상담에 나섰다.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는 미소금융, 햇살론, 바꿔드림론 등 정책 서민금융상품과 채무조정제도를 비롯해 일자리 연계, 자영업 컨설팅 등 비금융 서비스를 안내하는 원스톱 서민금융 상담창구다.
"현장에 답이 있다"는 그의 철칙처럼 현장서 접한 과제는 수두룩했다. 수요자들이 서민금융진흥원의 존재나 역할 자체를 잘 모르다는 점이 풀어야할 우선 과제였다. 실제 연체 90일이 넘은 채무불이행자가 채무조정제도를 신청하기까지 소요된 기간은 평균 42개월. 신용회복의 적기를 놓치고 감당할 수 없는 장기연체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
"상담을 다니면 자주 듣는 얘기가 '진작 알았으면 좋았을 걸' 이었죠. 채무상환 의지는 큰데 방법을 몰랐던거예요. 그래서 상품 위주로 알리던 방식에서 벗어나 서민금융진흥원이 무슨 일을 하는지부터 알려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를 위해 그는 유튜브를 활용하기로 했다. 빚을 모두 갚거나 재기에 성공한 사례를 동영상으로 담는 유튜브 공모전을 열었다. 서민들이 자신의 이야기처럼 공감하고 서민금융진흥원을 찾을 수 있도록 웹드라마도 제작할 계획이다. 또 '이동상담버스'를 운영해 찾아가는 상담 서비스를 구상중이다.
또 다른 과제는 서민금융진흥원을 알아도 정작 서비스를 이용하기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진흥원에서 제공하는 전화 상담이 대표적이다. 자동응답시스템(ARS) 방식 탓에 상품이나 제도 내용을 잘 모르는 소비자들에게 이용 문턱이 높다는 문제였다.
이계문 서민금융진흥원장 [사진=서민금융진흥원] |
"직접 전화상담을 이용해봤는데 햇살론은 1번, 미소금융은 2번 이런식으로 필요한 서비스를 직접 선택하는 방식이었어요. 햇살론이 뭔지, 미소금융이 뭔지 모르니 전화상담 첫 단계부터 막히는거죠. 그래서 처음부터 상담사 연결로 바꿨습니다. 앞으로는 간단한 상담에 인공지능(AI) 기술을 적용해 24시간 서민 재무 상담 서비스를 만들 계획입니다."
수요자 시각에서 서민금융진흥원을 알리면서 맞춤대출서비스 실적도 늘어나는 추세다. 맞춤대출서비스는 일일이 비교하기 어려운 100여개 이상의 서민대출상춤을 비교해 유리한 상품을 추천하는 서비스다. 지난달 지원 실적은 2700건(33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배 가량 증가했다.
채무조정에 그치지 않고 향후 재기지원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사후 관리도 강화할 방침이다. 특히 자영업 컨설팅의 경우 자활에 성공한 미소금융 이용자가 자신의 노하우를 직접 전수하는 '멘토링 프로그램'을 도입하겠다는 설명이다.
"소액대출을 받고 채무조정을 거쳤다고 해서 끝나는 게 아니라 사후관리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예를 들어 임금 체불로 2000만원을 연체해 서민금융진흥원을 찾은 사례가 있었는데, 상담을 해보니 소득 대비 월세 지출이 지나치게 높더라고요. 장애가 있어 소득 증가를 기대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고요. 그래서 채무조정뿐 아니라 주민센터와 연계해 임대주택을 소개했습니다. 이처럼 재무적으로 어려운 일이 생기면 쉽게 찾을 수 있는 취약계층의 PB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yrcho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