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장주연 기자 = 제91회 아카데미시상식이 25일(현지시각)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올해 아카데미시상식의 화두는 ‘다양성’이었다.
이날 시상식은 오프닝부터 세계 영화 팬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의 흥행을 기념해 록밴드 퀸이 직접 오프닝 무대에 올랐다. 프레디 머큐리의 빈자리는 팝스타 아담 램버트가 채웠다. 이들은 퀸의 대표곡 ‘위 윌 락 유’와 ‘위 아 더 챔피언’을 연이어 불렀다.
2019 아카데미시상식 오피닝 무대를 꾸민 그룹 퀸과 아담 램버트 [사진=로이터 뉴스핌] |
30년 만에 사회자 없이 시상식이 열린 것도 화제였다. 이번 아카데미시상식은 사회자 대신 시상자가 바로 등장해 작품을 소개하고 수상자를 발표했다. 축하 무대나 주요 부문 후보도 유명인사가 따로 나와 소개했다. ‘SNL’ 크루 티나 페이, 마야 루돌프, 에이미 포엘러부터 배우 크리스 에반스, 제니퍼 로페즈, 멜리사 맥카시, 사무엘 L. 잭슨, 브리 라슨, 채드윅 보스만, 그리고 테니스 스타 세레나 윌리엄스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 중인 이들이 시상식 진행을 도왔다.
처음부터 사회자 없는 시상식은 아니었다. 당초 흑인 코미디언 케빈 하트가 제91회 아카데미시상식 진행자로 낙점돼 있었다. 하지만 과거 트위터에 게재한 성 소수자 비하 발언이 논란이 되면서 낙마했다. 이에 첫 시상식 무대에 오른 티나 페이, 마야 루돌프, 에이미 포엘러는 “헷갈릴 수 있으니까 확실히 하겠다. 올해 시상식에는 진행자가 없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이어 이들은 “인기 영화상도 없다. 멕시코는 장벽을 위한 세금을 내지 않는다. 시상 중 광고는 나오지 않는다. 단 시상 이후에 광고가 나올 수는 있다”며 쓴소리를 이어갔다. 앞서 아카데미시상식을 주관하는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 측은 촬영, 편집, 분장, 단편 등 4개 부문 시상을 중간 광고 송출 시간에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알폰소 쿠아론 감독을 비롯한 영화인들의 반대에 부딪히자 결국 취소했다. 뿐만 아니라 인기 영화상 부문을 신설하려다 이 역시 영화인들의 반대로 철회했다.
2019 아카데미시상식에서 감독상, 촬영상, 외국어영화상을 받은 영화 '로마'의 알폰소 쿠아론 감독 [사진=로이터 뉴스핌] |
‘로마’의 활약도 주목할 만했다. 비록 작품상을 품지 못했지만, 감독상과 촬영상, 외국어영화상을 휩쓸며 3관왕에 올랐다. 특히 아카데미시상식 외국어 영화상 후보가 최우수 작품상 수상 후보에 오른 건 2000년 이후 처음으로 의미가 컸다. 극장이 아닌 넷플릭스에서 송출되는 영화라는 점도 그랬다.
플랫폼의 다양성을 넘어 인종의 다양성을 인정했다는 점에서도 특별한 시상식이었다. 아카데미시상식은 올해 신입회원을 대거 받았다. 그 과정에서 흑인 비율도 높아졌다. 아카데미 회원 중 흑인의 비율은 지난 3년 사이에 8%에서 16%로 2배 늘었다. 보수적으로 알려진 아카데미시상식의 이례적 행보였다. 자연스레 이러한 변화가 시상 결과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란 예측이 흘러나왔다.
실제 제91회 아카데미시상식 작품상은 흑인 인권 문제를 다룬 ‘그린북’이 받았다. 배우를 포함한 스태프 90%가 흑인인 ‘블랙팬서’는 미술상(해나 비출러, 제이하트), 의상상(루스E. 카터), 음악상(러드윅 고랜슨) 등 3개의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2019 아카데미시상식에서 각색상을 받은 영화 '블랙 클랜스맨'의 스파이크 리 감독 [사진=로이터 뉴스핌] |
‘블랙 클랜스맨’으로 각색상을 받은 스파이크 리 감독은 무대에 올라 “시계를 잠시 멈춰달라. 2월 24일은 역사상 항상 회복되는 날이다. 흑인의 달이기도 하다. 69년에서 이제 100년이 지났다. 이제 노예들이 사라졌다. 우리 할머니는 100년 전에 살아계셨다. 그 어머니가 노예였지만 대학에 가셨다. 손자를 보고 스파이커프라고 불렀고, 저를 MIU영화제작학교에 보냈다. 우리 조상님께 감사드린다. 이 나라를 만든 분들, 원주민을 모두 죽인 사람들에게 말하고 싶다. 인류성을 회복해야 한다고”라며 소신발언을 했다.
또 “2020년 대선이 얼마 남지 않았다. 모두 힘을 모으자. 이제 모두 역사의 바른편에 서야 한다. 도덕적인 선택을 하길 바란다. 사랑과 증오 사이에서 사랑을 택하자. 옳은 일을 해야 한다”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저격해 기립박수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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