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사보다는 톤 중시…"감정 연기할 순 없어"
얼굴은 몰라도 목소리는 기억되는 가수가 꿈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잔잔하게 오래 가는, 알게 모르게 대중 곁에 스며드는 가수가 되고 싶어요.”
SBS ‘보컬 전쟁:신의 목소리’로 처음 목소리를 알렸다. 그리고 걸그룹 보컬 선생님으로 활동하다 자신의 이름과 목소리를 내건 앨범을 냈다. 가수 릴리가 최근 몽환적 감성이 두드러지는 싱글 ‘나만 그래(Bright day)’를 발매하고 팬들 앞에 섰다.
가수 릴리 [사진=밀리언마켓] |
“이번 곡은 지금 계절이랑 잘 어울려요. 사랑 노래로 들리는데, 가사는 그렇지 않아요. 제 방식대로 표현을 하자면 지난 사랑을 노래한 곡이에요. 겨울처럼 쓸쓸한 가사에 봄처럼 따뜻한 멜로디가 더해졌죠. 한 노래에 두 개의 계절과 두 개의 감성이 공존하는 노래에요(웃음).”
릴리는 지난해 6월 발매한 ‘트웬티(20·Twenty)’ 부터 M.C THE MAX와 트와이스 곡을 작곡한 한경수 작곡가 팀과 호흡을 맞추고 있다. 최근 발매한 ‘나만 그래’로 벌써 4번째 작업을 함께 했다.
“처음에는 우연히 하게 됐어요. 한번 합을 맞췄는데, 작곡가님이 가지고 있는 감성, 노래, 멜로디가 저랑 잘 맞아 떨어지더라고요. 그리고 처음 할 때보다 오히려 대화가 줄었어요. 이제는 설명하지 않아도 원하는 게 뭔지 알겠더라고요. 하하. 소통하는 데 있어서 간결해진 느낌이에요.”
2016년 SBS 예능 ‘신의 목소리’에 출연하고 자신의 이름으로 앨범을 낸 건 2017년이다. 그리고 벌써 3년이 지났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릴리가 노래하며 지키고 있는 것이 있었다. 바로 ‘목소리 톤’이다.
“저는 오히려 가사에 너무 집중하면, 제 감정이 아닌데 연기를 할 때가 있어요. 그래서 톤을 가장 중요하게 여겨요. 노래가 가짜처럼 느껴지면 무미건조하고 그 곡이 살지가 않잖아요. 제가 노래할 때 톤이 여러 개가 있어요. 그래서 다양한 톤으로 많은 곡을 표현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가수 릴리 [사진=밀리언마켓] |
릴리의 곡은 따스함이 느껴진다. 가사는 비록 슬플지라도, 멜로디가 주는 느낌은 마치 봄처럼 따뜻하다. 그에게도 다양한 곡을 표현하고 싶은 욕심이 당연히 있었다. 릴리는 “톤이 아닌 표현을 달리 하고 싶다”고 말했다.
“곡에 다른 감정을 녹여내고 싶어요. 사랑은 사랑인데, ‘트웬티’는 첫사랑이었어요. ‘너를 닮아’도 따뜻한 곡이었고요. 슬픈 곡이지만 감정의 폭이 크지 않고 잔잔하게 가요. 그래서 한 없이 슬프고, 더 자극적이고 뾰족한 방법으로 사랑을 고백하는 노래를 하고 싶어요. 표현을 달리 하고 싶은 욕심은 있죠.”
릴리는 나름 독특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SBS 예능 ‘신의 목소리’ 출연을 시작으로 가이드 보컬과 걸그룹 모모랜드 보컬 선생님으로 활약했다. 그리고 릴리코랄이라는 이름에서, 지금의 이름으로 바꾸기도 했다. 짧은 시간 동안 여러 변화를 거쳤지만, 쉽지 않은 과정이었다.
가수 릴리 [사진=밀리언마켓] |
“사실 처음 시작했을 때, 방향성에 대한 부담이 컸어요. 그런데 주변에서 방향을 먼저 잡고 가는 게 아니라, 앨범을 내면서 찾아가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얘길 해주셨어요. 너무 많은 가이드 작업을 통해 여러 목소리를 흉내낼 수 있는데, 제 곡을 할 때는 지시받은 게 없으니까 어떻게 하는지 고민이 커지더라고요. 그래서 아무것도 없는 게 제 색깔이라고 생각했어요. 어떤 곡을 받아도 소화할 수 있는 장점이 될 거라고 생각한 거죠. ‘릴리’가 백합인데 하얀색이잖아요. 그래서 흰 바탕에 어떤 색을 칠해도 다 흡수하듯, 저도 그런 가수가 되길 바랐어요.”
2017년부터 다수의 앨범과 드라마 OST를 발매하며 활발한 활동을 이어오는 릴리. 다만 아쉬운 것은 대중에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릴리는 “스스로를 잔잔하고 길게 가는 가수로 얘기드리고 싶다”고 털어놨다.
“뭔가를 할 때 찾는 음악이 아니라, 알게 모르게 일상에 스며드는 가수가 되고 싶어요. 제 욕심이고, 목표이자 꿈이에요. 제 노래들이 들었을 때, 자극적이거나 시끄러운 음악은 아니에요. 잔잔하지만 힘이 있는 가수가 되고 싶어요. 생활에서 튀진 않지만, 잔잔하게 깔리는 음악을 하는 가수가 될 수 있다는 자신은 있어요. 제 얼굴은 모르셔도 돼요(웃음). 하지만 목소리는 기억에 남기고 싶어요.”
alice0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