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숙혜의 월가 이야기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저금리가 장기화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면서 투자자들이 동분서주하고 있다. 고수익률을 올릴 만한 자산을 찾기 위해 혈안이지만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미국 금융위기 이후 10여년간 저금리를 감내하다 지난해 연방기금 금리가 2.25~2.50%까지 오르면서 마침내 만족감을 드러냈던 투자자들은 최근 시장 상황이 당혹스럽다는 표정이다.
달러화 [사진=블룸버그] |
경기 침체 공포와 맞물려 연방준비제도(Fed)의 ‘서프라이즈’가 위험자산의 상승 모멘텀을 살려내지 못하고 있어 글로벌 유동성이 당분간 방향을 찾기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에 힘이 실린다.
27일(현지시각) 주요국 국채 수익률은 내림세를 지속했다.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장중 2.36%까지 밀리며 14개월래 최저치를 갈아치웠고, 독일 10년물 국채 수익률 역시 마이너스 0.09%까지 떨어졌다. 일본과 이탈리아, 스페인 등 주요국 금리가 동반 하락했다.
이날 블룸버그에 따르면 월가의 이코노미스트는 연내 연준의 금리인하가 한 차례 이상 단행되는 시나리오를 예상하고 있다.
알리안츠번스타인의 존 타일러 유럽 채권 헤드는 파이낸셜타임스(FT)와 인터뷰에서 “전세계 중앙은행의 정책 기조는 온전한 반전을 이뤘다”며 “매크로 경제 둔화가 뚜렷하고, 인플레이션과 성장률 측면에서 정책자들이 금리를 올려야 할 근거를 찾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현금을 손에 쥔 투자자들이 자금을 굴릴 만한 투자처를 찾기 위해 분주한 움직임을 보이는 가운데 고금리를 제공하는 예금 상품이 조명을 받고 있다.
시장조사 업체 뱅크레이트에 따르면 미국 머니마켓펀드(MMF)가 제공하는 평균 금리는 연 0.21%에 그치는 실정이다.
반면 디스커버 뱅크와 신크로니 뱅크,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뱅크 등 일부 은행이 연 2%를 웃도는 예금 금리를 제공하고 있다. 골드만 삭스의 마커스 사업 부문과 CIT 뱅크의 예금 상품 역시 2% 이상의 금리를 제시한다.
이들 예금 상품은 거시경제와 연준의 통화 정책 기조에 따라 금리를 하향 조정할 수 있지만 리스크 대비 보상 측면에서 상대적인 매력을 지녔다는 평가다.
이와 함께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부동산 펀드와 리츠에 대한 관심도 부쩍 높아졌다. 특히 연 배당 수익률이 3.7%에 이르는 뱅가드 부동산 상장지수펀드(ETF)과 그 밖에 고수익률이 보장된 리츠 역시 장기 저금리 여건을 감안할 때 해법이라는 분석이다.
유틸리티와 필수 소비재, 통신 섹터를 중심으로 뉴욕증시의 배당주도 투자자들 사이에 대안으로 꼽히는 금융자산이다.
이 밖에 신흥국 채권과 하이일드 본드를 추천하는 의견도 제시됐지만 매크로 경제 리스크를 감안할 때 위험 부담이 작지 않다는 지적이다.
모간 스탠리는 투자 보고서를 내고 “미국 국채 투자로는 만족스러운 수익률을 챙기기 어렵다”며 “이자 소득 생활자들을 포함해 금리에 의존하는 투자자들의 자금 운용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