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터키 리라가 28일(현지시간) 연이틀 급락하자 신흥국 투자자들 사이에서 경계감이 퍼지고 있다. 지난해 신흥국 시장에 도미노 급락 현상을 야기한 터키 외환위기가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특히 브라질 헤알과 남아프리카공화국 랜드화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터키 리라화가 28일(현지시각) 재차 급락한 가운데 환전소에 몰인 이스탄불 사람들 [사진=로이터 뉴스핌] |
28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정부는 리라화를 해외 금융기관에 대출하지 말도록 은행을 압박했다. 오는 31일 지방 선거를 앞두고 리라화 매도세를 막기 위함이다. 오버나이트 스와프 금리는 연 1000%를 넘어섰다. 이날 리라는 달러에 대해 4% 가까이 떨어졌다.
시장 전문가들은 터키가 리라화 방어를 위해 외환보유액을 소진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앞다퉈 금융시장에서 발을 빼고 있는 양상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날 터키 주가지수(ISE내셔널 100)는 5% 급락해 지난해 7월 이래 최악의 하루를 보냈다. 터키 중앙은행에 따르면 지난주 외환보유액은 20억달러 가량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밀레니엄 글로벌의 글레어 디소스 글로벌 경제 헤드는 파이낸셜타임스(FT)와 인터뷰에서 "터키의 외환보유액이 단기 부채를 상환할 만큼 충분하지 못한 상황”이라며 "이 때문에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증폭됐다"고 설명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리라 폭락의 배경에는 JP모간의 매도 보고서가 있다고 지목했지만 20%에 이르는 인플레이션과 가라앉는 실물 경기도 투자 매도를 부추기는 요인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터키는 지난해 미국과 관세 전쟁 후 리라 가치 폭락으로 경기침체 국면에 있다.
투자자들이 우려하는 것은 패닉의 전염이다. 이날 블룸버그는 남아프리카공화국 랜드화와 브라질 헤알화 등 신흥국 통화의 변동성이 상승하는 한편 약세 흐름이 번지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월가의 투자은행(IB) 업계도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웰스 파고는 보고서를 내고 "터키 금융시장의 혼란이 일부 신흥국으로 전염되는 양상"이라며 "특히 고위험 통화가 커다란 충격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브라질 경제는 정치적 혼란에 제동이 걸렸다.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취임하고 3개월 만에 최대 위기를 맞이했다. 바로, 연금 개혁안이 의회와 갈등을 빚고 있어서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에 대한 여론 비판이 끊이지 않자 해외 투자자들은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28일 헤알은 달러에 대해 소폭 상승했지만 전일 하락폭(-2.3%)을 상쇄하진 못했다. 보베스파지수는 3.5% 떨어졌다.
같은날 남아공 랜드화도 리라 약세에 따라 빠졌다. 이날 오전 6시 30분(GMT 기준) 기준, 랜드화는 달러에 대해 0.19% 내린 14.6325랜드를 나타냈다. 랜드 가치는 지난 22일 리라화 하락을 나타낸 이래 6%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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