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에 진출한 중국 기업 수만 무려 1만개"
"아프리카, 中 노예 전락 주장은 서방의 프로파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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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김세원 기자 = 중국이 육·해상 신(新)실크로드 구축 정책인 일대일로(一帶一路) 사업을 통해 아프리카에서의 영향력을 넓혀가고 있다.
중국이 아프리카 국가에서 인프라 사업에 투자를 늘리는 등 공을 들이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중국을 향해 날선 비난을 날리고 있다. 특히 미국과 유럽을 포한한 국가들은 중국이 일대일로 사업을 통해 아프리카 국가를 빚더미에 안게 만들 것이라는 경고를 날리는 상황. 하지만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일대일로 사업을 넘어 수많은 중국인 개인 사업가가 새로운 기회를 찾아 아프리카로 향하고 있으며, 이들이 모여 아프리카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27일(현지시간) 비중 있게 보도했다.
전기기사인 중국인 윌슨 우는 젊은 시절 미얀마에 있는 중국전력공사에서 일한 경험을 갖고 있다. 새로운 도전에 목이 말랐던 그는 2011년 가방을 챙겨들고, 돌연 나이지리아로 향했다. 그는 현재 나이지리아 라고스에서 60km 떨어진 오군주(州) 이그베사에 있는 자유무역지역을 관리하는 일을 맡고 있다.
윌슨 우는 기회를 찾아 아프리카로 떠난 수많은 중국인 중 한 명이다. 지난 20년 동안 아프리카에 진출한 중국인 수는 약 100만명으로 알려졌다. 그는 아프리카에 머물고 있는 다른 중국인과 마찬가지로 아프리카의 다듬어지지 않은 에너지와 야심을 보고 있으면, 1978년 덩샤오핑(鄧小平)의 개혁개방 선언 이후 중국을 이끌었던 원동력이 떠오른다고 말했다. 그는 아프리카가를 둑도 "사업을 시작하면 막대한 돈을 얻을 수 있었던 1970~1980년대 중국의 모습과 같다"며 "그런 행운은 오늘날 중국에서 따라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윌슨 우처럼 최근 자신의 야망을 실현하기 위해 아프리카로 눈을 돌리는 중국인이 늘어나고 있다. 특히 중국의 치솟는 인건비와 산업생산 과잉 등 갈수록 까다로워지는 사업 환경으로 자국에서 어려움을 겪는 이들이 아프리카로 떠나고 있다.
FT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14년 사이 미국의 2% 수준이었던 중국의 대(對)아프리카 외국인직접투자(FDI) 규모는 55%까지 뛰어올랐다. 컨설팅회사 맥킨지는 현재 같은 속도로는 중국의 대아프리카 FDI 규모가 10년 안에 미국 수준을 뛰어넘을 것으로 내다봤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베이징(北京)에서 열린 중국-아프리카협력포럼(FOCAC)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이날 개최한 FOCAC에는 중국과 아프리카의 53개국을 대표하는 지도자들이 참석했다. 2018.09.03 [사진=로이터 뉴스핌] |
◆ "아프리카에 진출한 중국 기업 수만 무려 1만개"
아프리카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확대되자 미국은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 있다. 지난해 12월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은 중국이 "뇌물과 불투명한 합의들 그리고 아프리카 국가들을 중국의 바람과 요구대로 붙잡아두는 부채 전략을 이용하고 있다"며 중국을 향한 날선 비난을 날렸다.
하지만 FT는 일대일로 사업에 참여하는 화웨이와 대규모 국영기업 만이 아프리카를 재편하는 것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매체는 그러면서 미국의 행정부 관리들은 윌슨 우처럼 형편이 어려운 수 천명의 중국인 기업인들이 공장부터 농장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이들이 아프리카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는 점을 모르고 간과하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맥킨지에서 어소시에이트 파트너로 일하는 아이린 위안 순은 "아프리카에서 중국 기업들의 활동은 단순히 국가 주도의 노력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다"라며 "규모가 크지 않은 민간기업들이 아프리카에서의 중국 기업의 활동을 구성하고 있으며, 이들은 더 빠르게 현지화될 뿐만 아니라 더 큰 경제적· 사회적 영향을 미친다"고 분석했다. 맥킨지는 현재 아프리카에서 약 1만개 이상의 중국 기업이 활동하고 있으며, 이 중 90%가 민영기업이라고 추산했다.
물론 아프리카에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아프리카에서 활동하는 몇몇 중국인 사업가들은 현지에서 겪는 고충을 토로하기도 했다. FT는 중국인 사업가들이 인풋과 외화 부족을 사업 활동을 하면서 마주하는 장애물로 꼽았다. 이 외에도 나이지리아에 있는 중국인 기업인들은 현지 근로자들의 기술 수준과 문화 차이 등에서 비롯된 어려움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신발 공장의 매니저인 천 동화는 FT에 "여기 있는 기계들은 현지 직원이 다루기에는 너무 어렵다"고 말했다.
나이지리아 라고스와 카노에 있는 의약품 제조업체를 관리하는 펑 홍은 "이곳은 너무 힘들다"며 중국과는 너무나도 다른 문화적 환경에 대한 어려움을 털어놨다. 현재 그의 회사에는 350명의 나이지리아인과 45명의 중국인이 근무 중이다. 그는 "중국인 직원들을 위해 대부분의 음식을 수입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2005년 처음 나이지리아에 도착했을 당시 "전기가 안정적으로 들어오지 않아, 4시 이후에는 촛불을 켜야 했다. 더위 때문에 잠들 수 없어 마당에서 잠을 청하기도 했다"며 척박했던 환경을 회상했다.
여러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중국인 사업가들은 아프리카는 행운이 손짓하는 곳이라고 입을 모은다. 2015년 나이지리아에 첫 번째 공장을 세웠다는 켄트 찬은 "과거의 나에게 충고할 수 있다면 '더 빨리 움직여라'라고 말할 것이다"고 밝혔다. 그는 2014년에 나이지리아로 오고 싶었지만, 에볼라의 발병으로 계획이 1년 정도 늦어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럼에도 "그 해 나이지리아로 왔다면, 사업이 지금보다 더 잘 됐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국 국기 [사진=로이터 뉴스핌] |
◆ "아프리카, 中 노예 전락 주장은 서방의 프로파간다"
중국의 대아프리카 투자가 늘어가는 가운데 FT는 나이지리아를 포함해 아프리카 대부분의 국가가 중국을 향해 칭찬 반 의심의 눈초리 반을 보내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정부 관리들은 중국을 환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베이징(北京) 주재 전 나이지리아 대사인 조나단 코커는 중국의 투자에 대한 서방의 경고는 위선적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외교관들은 우리가 중국의 노예로 전락할 것이라고 말한다"며 "이는 서방의 프로파간다"라고 비난했다. 그는 이어 "중국 인구는 나이지리아 인구의 10배나 되지만, 국민들을 잘 돌볼 수 있는 시스템을 발전시켜왔다"며 나이지리아가 중국으로부터 배울 수 있는 점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모든 중국인 사업가가 아프리카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다. 일례로 마다가스카에서 중국인들은 로즈우드와 견봉우(인도흑소·肩峯牛)의 불법 수출로 비난을 받고 있다. 중국의 아프리카 야생동물 수요 증가는 잠비아와 모잠비크에서 밀렵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을 받는다.
맥킨지의 어소시에이트 파트너인 순은 아프리카에 중국인 기업인 유입을 '마법의 탄환'과도 같다고 비유했다. 그는 아프리카로 오는 중국인이 공장 건립과 일자리를 약속하면서 동시에 자연환경 파괴 및 지역사회와의 마찰을 불러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들은 극단적인 수준으로 사업가적 면모를 갖고 있으며, (아프리카에서) 상당히 중요한 일들을 하고 있다"며 "모두가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아니다. 다만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saewkim9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