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토벤 스페셜리스트' 루돌프 부흐빈더 6년만에 내한
[서울=뉴스핌] 황수정 기자 = 오스트리아의 피아니스트 루돌프 부흐빈더(73)는 살아있는 전설이자 베토벤의 환생이라 불리는 현존 최고의 '베토벤 스페셜리스트'다.
루돌프 부흐빈더 [사진=빈체로] |
그가 오는 12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6년 만에 내한해 '루돌프 부흐빈더 & 베토벤'을 공연한다. 이에 앞서 뉴스핌과 진행된 서면 인터뷰에서 부흐빈더는 설렘과 긴장감, 베토벤에 대한 여전한 애정을 드러냈다.
"서울을 찾는 건 정말 오랜만이에요. 한국은 클래식 공연장에 가서 젊음을 느낄 수 있는 특별한 나라이기 때문에 방문할 때마다 큰 힘이 되곤 합니다. 다른 나라의 클래식 공연장에는 한국만큼 젊은 관객이 없거든요."
부흐빈더는 세계의 저명한 지휘자, 오케스트라들과 함께 50년 넘는 세월 활발히 연주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베를린, 베이징, 부에노스 아이레스, 드레스덴, 이스탄불, 밀라노, 뮌헨, 상하이, 상트페테르부르크, 빈, 취리히 등 전 세계에서 무려 50회 이상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 사이클을 가짐으로써 베토벤 작품들의 연주사 발전에 큰 획을 그었다.
"완벽하게 준비하기 위해 평생도 모자란다고 생각해요. 한 소나타를 준비하고 그 다음 소나타를 준비하다 보면 제 안에 잠들어있던 무언가 깨어나는 것을 느낍니다. 베토벤은 제 영혼, 몸, 그리고 심장에서 모두 살아있거든요. 완벽하게 준비하지 않아도 그는 이미 제 안 어디엔가 살아있기 때문에 언제 어디서든 연주할 수 있어요."
루돌프 부흐빈더 [사진=빈체로] |
뿐만 아니라 루돌프 부흐빈더는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 음반을 세 차례나 발매했고,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 에디션을 39판이나 소장하고 있다. 이외에 바흐부터 현대음악까지 방대한 양의 초판과 원판 등 악보들을 소유하고 있다. 그의 음악적 해석은 역사적인 자료에 대한 세심한 연구에 기반을 둔다.
"음악은 수많은 음악가들의 역사를 담은 결정체이고 작곡가 한 명 한 명 클래식 음악의 혁명가라고 생각해요. 베토벤과 같은 위대한 혁명가가 없었다면, 지금의 클래식 음악과 지금의 저 모두 존재하지 않았을 거예요. 물론 바흐, 슈베르트, 브람스 등 모든 작곡가에게 해당되는 이야기죠. 그렇다면 제 음악과 인생도 지금과는 많이 다를 겁니다."
이번 리사이틀에서 부흐빈더는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10번, 13번, 8번 '비창', 25번, 23번 '열정'을 선보일 예정이다. 끊임없는 연구는 물론, 스스로 자신 안에 이미 베토벤이 살아 있다고 말하는 부흐빈더지만, 아직까지도 어렵고 도전하고 싶은 곡이 있다.
"베토벤은 다 어려워요(웃음). '열정' 소나타의 경우, 현재 연주자에게도 어려운 곡이지만 당시 베토벤 본인에게도 참 거대하고 어려운 작품이었을 거라 생각해요. 베토벤의 작품은 연주할 때마다 새로운 면들이 발견되기 때문에 언제나 새롭게 느껴져요. 그래서인지 수백 번 연주했던 곡이라도 또다시 도전하고 싶게 만들죠."
루돌프 부흐빈더 [사진=빈체로] |
오는 2020년은 베토벤 탄생 250주년이다. 베토벤 스페셜리스트로서 부흐빈더는 특별히 부담감을 느끼지는 않지만 새로운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다.
"언제나 베토벤을 연주하기 때문에 저의 2020년은 다른 시즌과 비교해 특별하지 않게 느껴질까봐 걱정이네요(웃음). 한 가지 특별한 점은, 도이치 그라모폰(DG)과 새 프로젝트 계약을 맺었다는 거예요. 베토벤의 역작이자 대규모 변주곡으로 많은 사랑을 받는 디아벨리 변주곡을 모토로 한 프로젝트죠. 11명의 작곡가들과 함께 새로운 변주곡을 작업해볼 예정이에요. 크시슈토프 펜데레츠키, 막스 리히터, 토시오 호소카와, 탄둔 등 저명한 작곡가들과 음반 작업, 공연까지 준비하는 대규모 프로젝트에요."
'루돌프 부흐빈더 & 베토벤' 리사이틀은 오는 12일 예술의전당 공연에 앞서 7일 대구콘서트하우스, 8일 광주국립아시아문화전당, 10일 강동아트센터, 11일 아트센터인천에서 열린다.
"우리가 살아있는 한 베토벤의 음악에서 새로운 무엇인가를 항상 발견하게 될 겁니다. 이번 공연에선 제가 발견한 음악과 해석으로 청중들을 만족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해보겠습니다. '루돌프 부흐빈더 & 베토벤'을 꼭 찾아주시길 바랍니다(웃음)."
hsj121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