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오판과 짜증’으로 꼬이는 협상…양측 효과적 협상 방법 몰라”
NYT “보조금 철폐 ‘버티는’ 중국 때문에 협상 교착”
[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미국과 중국 간 고위급 무역 협상이 또다시 결론 없이 마무리되면서 무역 갈등 장기화를 예고한 가운데, 다음 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마주할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협상이 실제로 어디까지 진전이 됐는지, 또 어떤 부분에서 이견이 있는지 공식적인 발표는 나오지 않고 있는 가운데, 주요 외신들이 전한 막후 협상 과정과 대립 쟁점들은 무역 합의안 타결이 결코 쉽지 않음을 시사했다.
내달 G20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이 직접 마주할 예정이어서 해결의 실마리가 나올 것이란 기대감이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비난의 화살을 중국에 돌렸고 중국 역시 보복 조치를 내놓을 것으로 보여 갈등의 골은 깊어지는 모습이다.
◆ ‘오판과 자존심 싸움’에 얼룩진 협상
12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중 무역 협상이 교착 상황을 맞은 이면에는 양측의 ‘짜증과 오판’이 자리하고 있으며, 양측은 아직까지 효율적인 협상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WSJ이 소개한 협상 비하인드 스토리에 따르면 중국은 돌연 지식재산권이나 강압적인 기술 이전, 정부 보조금 등 쟁점에 대해 국내법을 변경할 것을 문서화할 수 없다는 입장을 미국에 전달했고, 이에 놀란 트럼프 행정부는 추가 관세 위협 카드를 꺼내 들어 우호적이던 협상 분위기가 급반전됐다.
무역 협상을 마치고 나온 미국과 중국 정책자들 [사진=로이터 뉴스핌] |
중국 관계자들은 연방준비제도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금리 인하 압박이 미국 경제에 대한 불안에 기인한 것이라 판단해 중국과의 무역 합의도 간절히 바라고 있을 것이라 계산했으며, 중국 경제에 대한 시 주석의 자신감도 협상이 중국에 유리하다는 판단으로 이어졌는데, WSJ는 이러한 중국의 오판이 협상 교착을 불러왔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오판 속에 협상 타결까지 기대하고 있던 중국은 갑작스러운 트럼프 추가 간세 위협에 깜짝 놀랐고, 워싱턴행 비행기표까지 예약해두었던 중국 측 협상 관계자들을 비롯해 중국 당국은 비상이 걸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에 따르면 트럼프 추가 관세 협박 직후 시 주석을 비롯한 관계자들은 대응책을 긴급히 논의했고, 협상 타결 가능성이 희박하긴 하지만 일단 워싱턴서 예정됐던 협상은 그대로 진행해 논의를 ‘지속하고 있다’는 인상이라도 주자고 결론지었다.
관계자들은 지난주 워싱턴 협상까지 일단락된 현재 중국은 미국 기업들에 대한 즉각적인 보복 조치 발표는 자제한 상태이며, 류허 부총리가 우선 시 주석을 만나 워싱턴 협상을 브리핑한 뒤 대응책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또 WSJ은 대중 강경파로 알려진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달리,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이 무역 불확실성으로 인한 금융시장 타격을 우려해 기자들에게 “무역 합의를 바탕으로 양국 정상의 합의안 서명식을 계획하고 있는 단계로, 장소를 물색 중”이라고 말해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한 행정부 내 관계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고 설명했다.
◆ ‘보조금+관세’가 쟁점
이날 뉴욕타임스(NYT)는 양측 무역 협상이 결렬 위기를 맞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중국 보조금 지원 제도를 둘러싼 입장 차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은 보조금 지원을 줄이겠다는 것을 중국이 법제화하길 바라지만 중국은 이를 거부하고 있으며, 보조 지원과 관련한 정보 공개도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을 기준으로 하겠다는 입장인데 WTO 규정 해석을 두고도 양측이 이견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또 중국 당국은 지방정부의 지원 문제에 대한 해결 의지는 보였으나, 이 역시 관련 법안을 통과시키는 데는 회의적 입장이다.
매체는 시장 친화적인 중국 정부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보조금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지만, 당 내에서 이들의 입지가 점차 줄고 있다고 지적했다. 더불어 미국에서는 일부 민주당원들 사이에서마저 중국이 보조금 축소에 합의할 것이란 데 회의적 입장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양국은 미국의 대중 관세 철폐를 둘러싸고도 이견을 보이고 있다. 중국은 완전 철폐를 원하고 있지만, 미국은 협상 레버리지를 위해 관세는 무조건 남겨둬야 한다는 입장이다.
피터슨 국제문제연구소 채드 보운 수석연구원은 양국에 부과된 관세가 무역 이슈를 해결하는 데 효과적 수단은 아니라면서, 미국이 일부 관세를 남겨둔다 하더라도 국내에서의 미국 기업을 보호할 뿐 중국 정부의 지원을 받은 중국 기업들이 여전히 자국과 유럽 등에서 경쟁력을 높여 미국 수출 기업은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블룸버그] |
◆ G20서 ‘브로맨스’ 보일까
이날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12일(현지시간) 폭스뉴스 시사프로그램 ‘폭스뉴스선데이’와의 인터뷰에서 "(다음 달 일본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에서 미·중 정상의 회동 가능성이 꽤 높다"면서 구체적인 계획이 정해지진 않았지만 두 정상의 만남이 “(협상 돌파구를 찾을)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이 이번 G20 정상회의에서 보여줄 케미와 무역 이슈 해결 의지에 따라 무역 협상이 다시 순항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한 베이징 관계자는 “현시점에서는 무역 협상 교착을 타개할 유일한 방법은 두 정상의 직접 대화뿐”이라고 말했다.
이번 G20 정상회담은 오는 6월 28일과 29일 이틀간 일본 오사카에서 개최된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인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중국과의 무역 협상 교착 상황에 대해 미국은 아쉬울 것이 없다고 주장하면서 "우리는 중국으로부터 수백억 달러의 관세를 거둬들이게 될 것”이라며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