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브로프 외무, 폼페이오 회담 뒤 ‘北 체제 보장·한반도 비핵화’ 못 박아
폼페이오 "北 완전한 비핵화 위해 양국 협력해야”
[뉴욕=뉴스핌]김근철 특파원=러시아 정부가 북한을 둘러싼 비핵화 논의와 관련, 비핵화의 범위는 단순히 북한뿐 아니라, 한반도 전체를 대상으로 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는 러시아가 북한에 대한 체제 보장을 통한 비핵화 달성에 그치지 않고 주한 미군 및 한반도 주변 미국의 핵 우산 정책까지 겨냥한 것이어서 향후 논란이 예상된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14일(현지시간) 러시아 소치를 방문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과의 회담을 마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러시아는 북미 간 대화의 진전을 지지하고 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라브로프 장관은 “우리는 동아시아 지역에 평화와 안정을 위한 견고한 체제를 구축하는 것을 희망한다”면서 “북한 지도부는 최근 자신들의 비핵화 조치에 상응하는 자국에 대한 체제 보장을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고”고 소개했다.
[소치 로이터=뉴스핌]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왼쪽)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 장관이 14일(현지시간) 러시아 소치에서 회담을 가진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19.5.14. |
라브로프 장관은 이어 “이 비백화는 (한)반도 전체가 돼야한다”고 못박았다.
그는 이 밖에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통화에서도 지난 달 25일 북한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북러 정상회담 협의 내용에 대해 상세히 설명했다고 덧붙였다.
라브로프 장관의 이날 발언은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이 북한 뿐아니라 한반도 주변 전체의 비핵화를 목표로 해야 한다는 입장을 명확히 한 셈이다.
북한도 미국을 상대로 한 핵 협상이 ‘한반도 비핵화’ 대상으로 하고 있다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지난해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합의문에 ‘김정은 위원장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향한 흔들리지 않는 확고한 약속을 재확인했다’란 표현이 들어간 것도 북한의 집요한 요구에 따른 것이다.
과거 미군의 핵 배낭 등 전술 핵 무기가 한국 내에 배치된 적이 있지만 이미 모두 철수된 상태다. 따라서 라브로프 장관은 북한의 핵 위협에 대처하기 위한 주한 미군 및 한국과 일본 등에 제공하는 동북아시아 지역 핵 우산 정책까지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은 동맹국이 적국의 핵 공격을 받으면 자국의 핵 무기로 보복 공격한다는 핵 우산 정책을 유지하고 있으며 동북아 지역에도 핵 보복 공격을 위한 대비 태세가 유지되고 있다.
한편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모두 발언 등을 통해 “북한의 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가능한 비핵화가 이루어질 때까지 유엔의 대북 제재는 전적으로 이행돼야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미국과 러시아는 비핵화 목표에 동의했다”면서 북한 비핵화를 위한 양국의 협력 필요성을 강조했다.
kckim10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