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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닫으면 뺏긴다" 우리은행의 '도발'…12조 경쟁사 고객자산 '겨냥'

기사입력 : 2019년05월17일 14:10

최종수정 : 2019년05월17일 15:14

뱅크샐러드 손잡고 만기 끝난 12조 예적금 고객 겨냥
먼저 열어야 오픈뱅킹 '선점효과'…금융권 완전경쟁 '점화'

[서울=뉴스핌] 최유리 기자 = 우리은행이 핀테크기업인 뱅크샐러드(자산관리 앱)와 손잡고 12조원 규모의 경쟁사 고객을 정조준한다. 뱅크샐러드 안에서 우리은행 계좌개설이 가능하도록 문을 열어주는 대신 뱅크샐러드 데이터를 활용해 만기가 끝난 예·적금 고객을 겨냥하는 전략이다. 핀테크사에 은행 자원을 먼저 개방해 선점 효과를 누리겠다는 의도다.

뱅크샐러드는 핀테크기업인 레이니스트가 운영하는 자산관리앱이다. 뱅크샐러드 앱 내에서 은행, 카드사, 보험사를 연동시키면 이를 바탕으로 재무를 분석해주거나 맞춤형 금융상품을 추천한다. 예를 들어 영화관 결제를 많이 하는 고객에겐 연회비 만기시 관련 제휴사 혜택이 많은 카드를 추천하는 식이다. 현재 176만 고객이 이런 방식으로 평균 10.7개의 금융상품을 뱅크샐러드에 연동해 사용하고 있다.

<사진=우리은행>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과 뱅크샐러드는 올 여름 계좌 개설 서비스를 오픈할 예정이다. 이럴 경우 우리은행 앱을 타고 들어가 별도 로그인하지 않아도 뱅크샐러드 앱 안에서 우리은행 상품가입이 가능해진다. 뱅크샐러드로 가입할 경우 무료 송금 등 부가 혜택도 제공한다. 

현재 뱅크샐러드에 고객이 연동한 자산규모는 120조원. 이 가운데 10% 가량이 금융상품 만기가 끝난 '묵혀둔 자금'이다. 별다른 혜택을 받지 못하는 자금이기 때문에 이를 대상으로 우리은행의 금융상품을 추천해 '갈아타기'를 유도하겠다는 복안이다. 우리은행 입장에선 12조원 규모의 경쟁사 고객 자산을 겨냥하는 것이다.

이를 가능하게 한 것은 우리은행의 오픈뱅킹 전략이다. 뱅크샐러드 앱에서 바로 상품가입이 가능하려면 계좌발급 응용프로그램인터페이스(API)를 열어줘야 하는데 우리은행이 선제적으로 나섰다. API는 서비스와 앱을 개발할 때 필요한 도구다. 외부 업체가 은행의 상품·서비스를 제공하려면 은행이 가진 API를 오픈해야 한다. 우리은행은 지난 2월 뱅크샐러드와 오픈API 업무협약(MOU)을 맺은 바 있다.

레이니스트의 김태훈 대표는 "계좌를 발급하는 API를 은행에서 만들어줘야 하는데 우리은행과 그 작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간 금융사들은 사실상 폐쇄적인 경쟁을 해왔다. 은행입장에서 경쟁사 고객은 탐나는 시장이지만 이들에 대한 거래정보가 없기 때문에 타켓 마케팅이 어려웠다. 상품 만기가 끝난 타은행 고객에게 자사 상품을 추천할 수 없었던 이유다.

업종이나 채널별로 분절된 고객의 금융정보를 한데 모은 핀테크 서비스가 나오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전 금융권을 통합 조회에 맞춤형 금융 상품을 추천하는 게 가능해졌다. 뱅크샐러드도 이 같은 방식으로 금융사의 신용카드를 추천하거나 신용대출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은행이 계좌개설 빗장을 열면 예적금 상품 추천도 가능해진다.

오픈뱅킹의 위기요인 및 기회요인 [이미지=우리금융경영연구소]

우리은행은 먼저 빗장을 풀어 선점효과를 누리겠다는 전략이다. 빠르게 열수록 점유율을 늘릴 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반면 API를 열지 않은 신한은행, KB국민은행, KEB하나은행 등 경쟁사는 손놓고 고객을 뺏길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은행 입장에선 완전경쟁으로 들어가게 되니 API를 열어주지 않았지만 외부기업은 API를 열어주는 은행 위주로 상품을 추천하고 고객경험을 좋게 만들게 된다"며 "고객을 뺏길 수 있기 때문에 한 은행이 먼저 움직이면 따라갈 수 밖에 없는 게임"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금융당국이 추진하고 있는 오픈뱅킹 정책과도 맞닿아 있다. 오픈뱅킹 정책은 은행 도움 없이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는 핀테크 기업에게 API 등 기회를 제공해 소비자에게 다양한 선택권을 주는 것이다. 첫 단계로 올 연말 금융권 공동 결제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황원철 우리은행 디지털금융그룹장(CDO)는 "이미 한 은행의 고객은 다른 3~4개 경쟁은행의 고객이기 때문에 고객수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며 "여러 채널로 고객과 디지털 접점을 확대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yrchoi@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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