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CC 의존도 압도적...“올해 출하량 전년대비 14% 감소” 전망
中 스마트폰 제조사의 IT용 MLCC 수요 둔화 불똥
[서울=뉴스핌] 나은경 기자 = 미중 무역분쟁에 삼성전기가 곤경에 처했다. 주력 제품인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업황이 악화되면서 올 2분기에 영업손실에서 벗어나기가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MLCC는 자동차나 정보기술(IT) 기기에 쓰이는 핵심 부품이다. 전자제품 속 부품에서 사용할 전류를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흐르게 하는 역할을 한다. 앞서 업계에서는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이 MLCC 신규 주문을 늘리면서 올 2분기엔 삼성전기의 매출과 영업이익이 개선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미중 무역분쟁으로 IT기업들의 수요가 급격히 둔화됐다.
10일 부품업계에 따르면 미중 무역분쟁 장기화가 점쳐지면서 IT용 MLCC의 업황 회복 시점이 늦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같은 분위기는 MLCC가 전사 실적을 견인하는 삼성전기 실적에 미칠 영향이 크다.
삼성전기의 매출은 MLCC가 이끌어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삼성전기는 모듈솔루션, 컴포넌트솔루션, 기판솔루션의 세 사업부문을 갖추고 있는데 이중 MLCC를 생산하는 컴포넌트솔루션의 영업이익은 전사 영업이익에 압도적인 영향을 미친다. 지난해엔 컴포넌트솔루션의 영업이익이 1조1171억원으로 전사 영업이익인 1조181억원을 넘어섰다. 컴포넌트솔루션 사업부문 안에서도 MLCC는 매출 85% 이상을 차지한다.
삼성전기 실적표. [자료=삼성전기] |
하지만 미중 무역분쟁으로 삼성전기의 높은 MLCC 의존도가 발목을 잡게 됐다. 삼성증권은 올해 MLCC 출하량을 기존 전망인 7300억개보다 10% 줄어든 7097억개로 전망했다. 이 같은 올해 전망치는 지난해 출하량보다도 14.4% 감소한 수치다.
이종욱 삼성증권 연구원은 “중국 모바일 고객사들의 재고 축적 사이클이 중요한데 화웨이 제재가 중국 고객사들의 재고 전략을 보수적으로 만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세트업체들의 재고 전략이 삼성전기에 큰 영향을 미치는 이유는 삼성전기 MLCC 매출액의 약 40% 이상이 중국에서 나오기 때문. 특히 삼성전기는 전체 MLCC 매출에서 IT용 MLCC가 차지하는 비중이 압도적이다. 최근 자동차용 MLCC 비중이 늘어나고 있지만 IT용 MLCC의 업황을 개선시킬 수 있는 수준에 미치지는 못한다.
뿐만 아니라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사업이 화웨이 제재로 반사이익 효과를 얻을 수 있지만 미중 무역분쟁이 장기화되면 긍정적 영향은 제한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고의영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MLCC 업황은 스마트폰 외에 전반적인 IT 세트 수요의 영향을 함께 받는다”며 “화웨이 제재로 삼성전기의 삼성전자향 모바일 MLCC 공급이 증가하더라도 미중 무역분쟁 장기화로 PC, TV 수요 및 삼성전자를 제외한 글로벌 스마트폰 수요가 줄어든다면 MLCC 업황 회복에 걸리는 시간이 더 길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nanan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