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 "과도한 시장 규제는 부작용 양산"
2007년 도입당시 입주물량 감소로 이어져
[편집자] 강남 재건축 아파트값이 꿈틀대자 정부가 분양가상한제의 민간택지 확대를 검토하고 있습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장관도 도입 필요성을 연일 강조하고 있어 조만간 확정, 발표될 것으로 보입니다.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는 지난 2015년 사실상 폐기된 제도로 길게보면 집값 안정에 효과가 없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종합뉴스통신 뉴스핌이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도입에 앞서 그 실효성을 짚어봅니다.
<목차>
① [분양가상한제 민간확대] "3.3㎡당 6000만원?"..고가 후분양 차단
② [분양가상한제 민간확대] 주변시세보다 20% 안팎 낮아질 듯
③ [분양가상한제 민간확대] 전문가 "강남 재건축 타겟..장기적 부작용"
④ [분양가상한제 민간확대] 건설업계 "공급 축소, 수익성 하락 불가피"
[서울=뉴스핌] 김지유 기자 = 정부가 민간택지에 분양가상한제 도입을 예고하자 건설업계가 고민에 빠졌다. 분양가를 옥죄면 신규로 공급하는 주택 물량이 줄고 수익성도 하락할 수밖에 없어서다.
12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가 도입되면 건설사 실적이 크게 위축될 전망이다.
건설사들은 대체로 주택시장을 안정화하는 규제는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다만 과도한 시장 개입이나 규제는 장기적으로 부작용을 양산할 것으로 예측한다.
건설사들이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공급 축소에 따른 실적 감소다. 분양가상한제는 사실상 원가 수준에서 분양하라는 것이어서 개발이익이 대폭 줄어든다는 게 건설업계의 중론이다.
이렇게 되면 최근 건설업계가 주택사업 부진으로 실적 압박을 받는 현상이 한층 심화될 공산이 크다. 현재도 서울을 비롯한 주요 수도권 지역은 공급물량 부족으로 주택 부문에서 먹거리가 감소하고 있다. 대형 건설사들이 강북뿐 아니라 소규모 정비사업까지 시공권을 놓고 과열 경쟁을 벌이는 것도 이런 이유다.
실제 지난 2007년 9월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적용 이후 글로벌경제 위기가 겹치자 입주물량이 감소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서울의 새 아파트 입주 물량은 2008년 약 5만6000가구에서 2009년 3만1700가구로 감소했다. 이어 △2010년 3만5000가구 △2011년 3만6900가구 △2012년 2만가구 △2013년 약 2만3600가구로 줄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민간택지에 분양가상한제를 도입하면 건설사들의 분양수익 감소는 불가피할 것"이라며 "지금도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서는 공급 가능한 택지가 부족해 일부 재건축·재개발 사업으로만 분양이 이뤄지는데, 분양가상한제까지 도입되면 공급 감소가 더 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사진=이형석 사진기자] |
특히 건설사들은 분양가상한제가 전반적으로 오르는 집값을 잡지 못할 것이라고 진단한다. 공급물량 축소가 장기적으로 집값을 끌어올리는 부메랑으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또 일부 청약자들에게만 혜택이 돌아가는 이른바 '로또 분양'을 양산한다고 우려한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에 따른 사업성 저하로 주택공급은 감소하고 장기적으로는 집값 불안요인이 될 것"이라며 "전방위적인 가격 통제보다는 수요가 있는 곳에 공급을 늘려 가격을 적절히 조절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중견 건설사 관계자도 "분양가상한제 확대가 전반적으로 집값을 낮추는 안정 효과로 이어질 의문"이라며 "건설사들의 수익 감소분이 일부 청약 당첨자들에게만 그 혜택이 돌아가게 되는 구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증권업계서도 건설사의 실적 감소를 우려한다. 채상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후분양이든 선분양이든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된다면 원가수준의 분양을 해야 한다"며 "민간택지에서 사업을 하는 시행사에 상당한 부담이 될 수밖에 없고, 주요 대형건설사는 예정된 분양물량을 지연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김기룡 유안타증권 연구원도 "건설사의 건축·주택 매출은 연간 분양물량 감소에도 분양가가 상승해 대체로 선방했다"며 "결과적으로 분양가 상승을 제한하면 향후 건축·주택 실적이 둔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2019.07.08 leehs@newspim.com |
사실 국내 건설사가 해외사업에서 떠안은 손실을 국내 주택사업에서 만회하는 상황이었지만 이마저도 녹록지 않게 되는 셈이다. 게다가 해외사업에서 수주 감소는 장기간 이어지고 있다. 올해도 상황이 다르지 않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지난 10일 기준 올해 건설사 해외수주금액은 약 120억6000만 달러로 전년 동기(약 178억 달러) 대비 30% 넘게 줄었다.
김민형 건설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현재 국내 건설시장에서는 변화를 모색할 만한 사업영역이 찾기 어렵고 해외시장도 경쟁력 문제가 대두되면서 실적이 많이 위축됐다"며 "건설사들이 사업영역 다변화를 위해 자산관리, 유통, 헬스케어를 비롯한 다양한 영역으로 진출하고 있는 이유"라고 말했다.
kimjiyu@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