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중국 유통 업체들이 나이키 운동화 신상품 판매를 중단했다. 나이키의 디자이너가 소셜 미디어에 홍콩 시위자들을 지지하는 뜻을 밝혔다가 벌어진 일이다.
일본 식품 업체 요시노야 홀딩스는 지난주 페이스북에 홍콩 경찰을 희화화한 콘텐츠를 올렸다가 중국 소비자들에게 뭇매를 맞고 있다.
경찰과 충돌하는 홍콩 시위대 [사진=로이터 뉴스핌] |
글로벌 기업들이 홍콩 시위에 홍역을 치르고 있다고 17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범죄인 인도 법안 개정을 저지시키기 위해 연일 이어지는 홍콩 사상 최대 규모의 시위에 글로벌 기업들이 예기치 않았던 복병을 만났다는 얘기다.
폭염 속에 거리로 쏟아져 나온 홍콩 시위자들이 예외 없이 손에 쥔 것은 일본 음료 포카리 스웨트. 경찰의 진압이 이뤄진 거리에는 포카리 스위트 빈 병이 산더미다.
홍콩 시위자들이 포카리 스웨트를 약속이나 한 듯 사 들고 모인 것은 이 음료를 생산하는 일본 업체 오츠카 제약이 친정부 성향의 현지 방송사 TVB와 광고를 중단했기 때문.
홍콩에서 판매량이 폭증한 포카리 스웨트는 중국 시장에서 보이콧에 시달리는 상황이다. 광고 중단 소식이 전해지면서 중국 소비자들이 소셜 미디어를 통해 불매 운동을 벌인 것.
정치적 의도가 전혀 없는 마케팅 전략이 초래한 결과에 오츠카 제약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에 앞서 나이키는 일본 협력 업체 언더커버가 홍콩 시위자들을 촬영한 사진을 소셜 미디어에 올렸다가 극심한 후폭풍에 시달리고 있다.
소셜 미디어에서 중국 소비자들의 분노가 끓어오른 가운데 중국에서 출시하기로 한 스니커즈 신상품의 판매가 좌절된 것.
일본의 음식점 업체 요시노야 홀딩스의 프렌차이즈를 운영하는 점주는 홍콩 정부를 지지하는 발언을 했다가 과격한 ‘보복’을 당했다.
홍콩 시민들이 프렌차이즈 벽면과 출입구에 보이콧을 요구하는 수 백장의 포스트잇을 붙여 정상적인 영업이 어렵게 된 것.
이와 달리 대규모 시위를 틈타 매출 신장을 보이는 업체도 없지 않다. 중화권 전통 과자인 문케익을 생산하는 와이탕 베이커리는 범죄인 인도 법안 개정에 반대하는 메시지를 상품에 새긴 뒤 소비자들의 뜨거운 지지를 얻고 있다.
베이커리 경영자는 새로운 문구를 새기기 위해 베이커리 형판을 중국 거래처에 주문했지만 거절당하고 말았다.
한편 정치적 소요에 글로벌 기업들이 중국에서 곤욕을 치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미국 호텔 체인 메리어트 인터내셔널은 홍콩과 대만, 티벳, 마카오를 독립 국가로 간주한 온라인 서베이를 실시했다가 일정 기간 중국 내 웹 사이트와 모바일 앱의 운영을 중단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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