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숙혜의 월가 이야기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범죄인 인도 법안 개정에 반대하는 홍콩의 과격 시위가 장기화되는 가운데 월가의 옵션 트레이들의 홍콩 달러 하락 베팅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정치적 리스크와 사회적 소요가 홍콩 경제를 이미 강타했고, 최악의 경우 홍콩 달러의 미 달러 페그제가 붕괴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경고다.
홍콩에서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반대 시위가 두 달간 지속되는 가운데 홍콩 경찰이 14일(현지시간) 카오룽반도 삼수이포 지역에서 송환법 반대 시위대를 향해 최루탄을 발사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15일(현지시각) 블룸버그에 따르면 달러 당 7.84홍콩달러 선에서 등락하는 환율이 7.90홍콩달러까지 상승할 경우 수익을 창출하는 풋옵션 가격이 가파르게 치솟았다.
해당 풋옵션은 2016년 이후 가장 높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또 풋옵션은 앞으로 6개월 사이 홍콩달러의 하락 가능성이 50%를 웃도는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이는 7월 말 14%에서 가파르게 치솟은 수치다.
외환시장 트레이더들의 베팅은 과격 시위에 따른 실물경기 하강 기류와 무관하지 않다. 이날 CNN은 관광업계부터 금융권까지 국내외 기업의 비즈니스가 마비된 가운데 홍콩 당국이 경기 침체 리스크를 진화하기 위해 24억달러에 달하는 부양책을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최근 시위대가 공항을 폐쇄하면서 금융과 비즈니스 허브로 통하는 홍콩의 경기 한파가 한층 악화되고 있다.
2분기 홍콩 경제는 마이너스 0.6%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1분기 0.3% 후퇴한 데 이어 2분기 연속 GDP가 위축, 공식적인 경기 침체에 빠져든 셈이다.
10주 연속 이어진 대규모 시위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 전면전과 맞물리면서 더욱 복잡한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사태 진화가 신속하게 이뤄지지 않을 경우 미 달러화에 대한 홍콩 달러화의 페그제가 흔들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홍콩 달러화의 페그는 지난 1983년 이후 주요 통화 가운데 최장기간에 걸쳐 유지되고 있고, 2005년 이후로는 7.75~7.85홍콩달러 선에서 안정을 이뤘다.
캐나다 CIBC의 패트릭 베네트 아시아 매크로 헤드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실제 페그제 붕괴 여부는 지켜볼 사안이지만 트레이더들의 베팅은 열기를 더하고 있다”고 전했다.
홍콩 금융당국이 통화 가치 안정을 유지하기 위한 자금을 충분히 확보하고 있지만 월가의 구루들은 연이어 경고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헤이만 캐피타라 매니지먼트의 바일 바스 대표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홍콩 달러화가 역대 최대 규모의 재앙을 일으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로이터는 끝을 알 수 없는 대규모 시위가 홍콩의 자금 이탈을 부추기고 있다고 보도했다.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