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접고 전문 유튜버로…구독자 34만 영화전문 '리드무비'
"영화감독 꿈이었는데…일 만족도 최고, 행복해요"
[인천=뉴스핌] 장봄이 기자= "유튜브 하길 잘했다고 느꼈을 때요? 일 때려친 순간ㅋㅋ."
유튜브 채널 '리드무비'를 운영하는 영화 크리에이터 김종길 씨. 그는 '언제 유튜브 시작하길 잘했다고 생각하냐'고 묻자 이렇게 답했다. 일과 유튜브 작업을 병행하던 시기는 반년 정도였다. 일이 하루 종일 컴퓨터를 보는 것이다 보니 '투잡'이 어려웠다고 했다. 일해서 버는 것보다 유튜브 수입이 더 많아지면서 그는 바로 퇴사했다.
기자 출신 김종길 씨는 구독자 수 34만명의 영화 전문 유튜버다. 2013년부터 2017년까지 두 차례 이직하면서 기자로 일했다. 그를 작업실 근처인 인천예술회관역 한 카페에서 만났다.
"원래 꿈은 영화감독이다. 다만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있다 보니 영화 관련 일을 하면서 생계를 해결하고자 영화기자를 하려고 언론사에 들어갔다. 사회부에서 기자 생활을 시작해 문화부에선 한 1년 정도 일했다. 마음이 맞는 동료와 웹 매거진을 창간하려고 4~5개월 정도 준비하다가 일이 틀어졌고, 취미 겸 부업으로 유튜브를 시작하게 됐다. 유튜브는 친구 소개로 처음 접했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유튜버 리드무비 인터뷰. 2019.06.28 mironj19@newspim.com |
김씨는 유튜브를 시작하고 석 달쯤 지나자 수입이 생겼다. 50만원 정도가 들어왔다. 영상 2개가 크게 인기를 얻은 덕분이다. 그는 "당시 인생영화를 소개하는 코너에서 '트루먼쇼'를 추천했고, 2016년 최악의 한국영화라는 콘텐츠를 올렸는데 각각 100만뷰를 넘겼다. 반응이 뜨거웠다. 그때부터 유튜브 수입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수익은 지난해까지 유튜브 광고수익과 협찬이 7 대 3 정도였는데, 올해는 6 대 4로 광고수익 비중이 다소 높아졌다. 유튜브 수익은 구독자 수나 조회 수와 비례하지는 않더라. 주위 크리에이터들과 비교해 봐도 개별적이고 천차만별이다. 과거 기자로 일할 때보다 훨씬 많이 벌고 만족도도 높다. 전업에 성공한 것 같다."
이젠 채널이 안정기에 접어든 것 같다고 그는 말했다. 작년 구독자가 급격히 늘었고, 올해도 꾸준히 증가하면서 어느 정도 안정화됐다는 것. 다른 영화 채널과의 차별점은 구독 연령층이 넓다는 것이다. 그는 "영화 채널은 보통 10대, 20대 남성 구독자가 80% 이상을 차지하는데, 제 채널에선 히어로무비를 다루지 않다 보니 40, 50대까지 구독층이 고른 편"이라며 "장점이자 단점이기도 한데, 젊은 층의 뜨거운 반응은 느끼기 힘들지만 대중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는 점에 만족한다"고 말했다.
◆오롯이 혼자 해결…파트너는 아직
영상 제작과 촬영, 편집은 오롯이 혼자 해결하고 있다. 최근 직원을 고용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본인 스타일의 편집자를 찾는 게 쉽지 않았다고 한다. 함께 일을 시작하면 맞춰 가는 작업이 필요한데, 주변 얘기를 들어보면 그 과정에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것 같다. 그래서 아직까지는 혼자다.
대본 작업에 시간이 꽤 걸린다고 했다. 어떤 멘트를 넣을지, 내레이션 글 쓰는 작업이 힘들다. 특히 김씨는 대본 작업이 1차 편집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크리에이터마다 작업방식이 다르지만 시간이 굉장히 많이 소요되는 편이라고 했다.
영상은 적어도 1주일에 1편은 찍어야 한다고 마음먹고 있다. 하지만 협찬 영상이 들어오면 일정에 따라 미뤄지기도 해 한 달에 적게는 3개, 많게는 5~6개 정도 올리고 있다. '방구석 1열' 같은 프로그램 작업 때는 개인 작업 시간이 너무 많이 줄어 소홀해지기도 했단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유튜버 리드무비 인터뷰. 2019.06.28 mironj19@newspim.com |
롯데시네마와 협업하는 영화 리뷰 영상은 리버스영화제 시상식에서 진행을 맡았을 떄 촬영 콘텐츠 영상을 보고 업체 측에서 함께하자고 제안해 왔다. 롯데시네마와 중간에 대행사, 제작사 등 함께 한 달에 1~2회 정도 콘텐츠를 만들기로 한 상태다. 지난 6월에 1회 영상이 공개됐다.
◆"만족감+행복지수 최고"
취미로 시작했지만 정말 좋아서 하는 일이란다. 수입이 생기고, 하고 싶은 일들이 집약된 느낌이랄까. 영화 관련 일을 하고 싶었고 영화감독을 꿈꾼 사람으로서 오리지널 콘텐츠를 만들지 못했지만 앞으로도 연출을 꿈꾸고 있다.
추상적인 답이 될 수도 있지만 유튜브는 정말 행복하기 위해서 하는 것. 지금까지는 한 번도 시작한 걸 후회한 적은 없다고 했다. "전업으로 한 지는 엊그제 보니 600일 정도 됐더라. 병행한 기간까지 포함하면 4년 차인데, 여러 직업을 거쳤지만 수입을 제외해도 만족도가 가장 높고 행복한 직업이다. 다만 좋아하는 게 일이다 보니 하기 싫은 걸 해야 할 때도 있다. 하지만 어느 직업이나 그런 면이 있다. 만족감이나 행복지수는 최고다."
"올해 목표는 구독자 수 50만명 돌파였는데 실패할 것 같다(ㅋㅋ). 꾸준히 협찬 제안이 들어오고 찾는 사람들이 있고, 올해도 리버스영화제를 진행하게 됐다. 일이 끊이지 않아서 좋고 영화를 소개하면서 호응해 주면 그걸로 만족스럽다."
유튜버 시작은 일단 진짜 관심 분야와 소재를 발굴하는 게 우선이라고 그는 강조했다. 부업 이상의 수입 도구로 운영하지 않으면 어떤 것을 해도 상관은 없지만 많은 사람이 봐야 하는 게 결국 콘텐츠의 숙명이란 것. 1주일에 1개 이상 올려서 6개월은 꾸준히 해봐야 한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그런 다음 본인 기준에 충족되지 않으면 채널 소재나 성격을 빨리 바꿔야 한다는 것.
"일단은 가벼운 맘으로 시작해 봐라. 장비 갖추고 아카데미 가서 편집기술을 제대로 배우고 하겠다는 생각이면 준비하다 지친다. 무턱대고 하나둘 시작하면서 반응도 살펴보고 반영해 나가는 방식을 추천한다."
bom22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