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스 혼 캠퍼스 방문...각 건물들 유럽식으로 지어
여의도 절반 규모...1조7000억 투입해 올 연말 완공
[뉴스핌=둥관(중국)] 심지혜 기자 = "와, 여기가 회사라고? 관광지 같은데."
중국 둥관에 위치한 화웨이 R&D 센터 '옥스 혼 캠퍼스'에 들어서자마자 나온 첫 마디다. 옥스 혼 캠퍼스는 흔히 생각하는 ICT 기업 건물이라고는 상상하기 어려운 중세 유럽의 성처럼 지어졌다. 일반적인 고층 빌딩이 아닌 탁 트인 넓은 공간엔 성들이 곳곳에 위치해 있었다.
중국 광둥성 둥관시에 위치한 화웨이 R&D 센터 '옥스 혼 캠퍼스'는 유럽 중세 시대 건물들로 조성돼 있다. [사진=심지혜 기자] |
이 캠퍼스는 들어가는 것 부터가 달랐다. 간이 지하철 정거장처럼 보이는 곳으로 들어가자 "땡땡땡" 소리와 함께 빨간 전기 트램이 눈앞에 나타났다. 트램을 타고 이동하는 동안 창문을 통해 보이는 모습은 "여기가 과연 중국인가" 싶을 정도로 달랐다. 블랙 스완이 거니는 호수와 넓은 녹지, 그리고 유럽 고궁처럼 보이는 건물들이 지나갔다.
20일 방문한 중국 광둥성 둥관시에 위치한 화웨이 R&D 센터 '옥스 혼 캠퍼스'는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ICT 기업의 모습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었다. 흔히 생각하는 기업의 모습은 네모 반듯한 건물들이 줄이어 서있는 모습이지만 이 곳엔 그런 규칙이 없다. 캠퍼스 이름은 지형이 소의 뿔과 같은 모습을 띄고 있다고 해서 '옥스 혼'이라고 붙여졌다.
트램에서 내려 캠퍼스를 둘러 보니 회사가 아니라 흡사 놀이 동산에 놀러온 것과 같은 느낌이 들었다. 캠퍼스는 총 12개 블록으로 구성돼 있으며 각 블록은 파리, 베로나, 버건디 등 유럽 유명 지역의 이름이 붙여졌다.
중국 기업이 왜 유럽 감성으로 건물을 지었을까. 중국 기업들은 자국 색깔을 뚜렷하게 나타내는 성격이 강한데, 심지어 본토에서 유럽 양식으로 캠퍼스를 지었다는 것이 의아했다. 이는 화웨이 관계자도 정확한 대답을 주지 못했다.
대신 글로벌에 초점을 맞춰 목표를 설정하겠다는 것으로 해석했다. 화웨이는 그간 내수 시장을 바탕으로 글로벌 통신장비 1등, 스마트폰 2등과 같은 성과를 냈다. 하지만 4차 산업 혁명 시대 핵심 기술인 인공지능(AI)이나 5G 등에서 만큼은 글로벌을 중심으로 주도권을 잡겠다는 의지를 담았을 것으로 짐작됐다.
실제 글로벌을 향한 화웨이의 의지는 투자 규모와 성과로 나타난다. 지난해에는 연매출 가운데 14%(1015억위안)를 R&D에 투자했고, 올해에는 1200억위안(약 309억달러, 약 20조6000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이는 지난해 가장 많이 투자한 아마존(288억달러)을 넘어서는 규모다. 5G표준필수특허 보유 건수도 1529건(지난 2월 기준)으로 가장 많다. 다음으로 노키아(핀란드) 1397건, 삼성이 1296건으로 뒤를 잇는다.
중국 광둥성 둥관시에 위치한 화웨이 R&D 센터 '옥스 혼 캠퍼스'는 유럽 중세 시대 건물들로 조성돼 있다. [사진=심지혜 기자] |
화웨이의 열정이 담긴 캠퍼스인 만큼 규모나 조성 비용도 상당하다. 공사비로만 100억위안(약 1조7000억원)이 투입됐다. 규모는 여의도 절반 가량인 180만㎡로 2014년에 착공하기 시작해 올해 말정도에 완성될 예정이다.
캠퍼스가 도시 절반 규모이지만 차는 보이지 않았다. 환경을 생각해 7.8km 길이의 전기 트램을 설치, 직원들이 다니는데 어려움이 없도록 했다는 설명이다. 현재 2만5000여명의 R&D 직원들과 3000여명의 지원 직원들이 근무하고 있으며 연말 완공되면 최대 3만명까지 수용 가능하게 된다.
더욱 인상적이었던 것은 화웨이의 근무 지침이다. 점심시간을 12시부터 오후 2시까지 배정해 낮잠을 잘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 시간 동안에는 업무와 관련된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 금지된다. 출퇴근 시간도 다소 탄력적으로 운영돼 반드시 정해진 시간에 출근하지 않아도 된다. 근무 시간인 8시간에 맞춰서 일 하면 된다.
화웨이 관계자는 "연구개발이 업무 스트레스가 많은 만큼 직원들에게 여유로운 환경을 제공하려고 한 것"이라며 "화웨이는 최근 젊은이들 사이에 취직하고 싶은 최고의 직장으로 꼽힌다"고 설명했다.
sj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