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MCM 참석 차 美 합참의장 등 방한 이어 에스퍼 美 국방 방한
방위비‧전작권도 주요 현안…양국, 접점 찾을 수 있을까
[서울=뉴스핌] 하수영 기자 = 오는 22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지소미아) 종료를 단 일주일 앞둔 15일, 한‧미 국방장관이 한‧미연례안보협의회의(SCM)에서 마주 앉아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지소미아) 연장 문제 등 산적한 안보 현안에 대해 논의한다.
국방부에 따르면 정경두 국방부 장관과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은 이날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에서 만나 지소미아, 방위비 분담금,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등 현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는 시간을 갖는다. 양국의 국방‧외교 분야 고위 관계관들도 배석할 예정이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정경두 국방부장관과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부 장관이 지난 8월 9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한미 국방장관 회담에 앞서 악수를 하고 있다. leehs@newspim.com |
SCM(Security Consultative Meeting)은 지난 1968년 북한의 푸에블로호 피랍사건 등 한반도 긴장이 고조된 상황에서 양국 국방 현안을 협의하기 위해 '국방각료회의'라는 이름으로 설립됐다. 그러다 1971년 제4차 회의부터 양국 외교 대표가 동참하는 정부 차원의 연례 안보회의체로 격상됐고, 명칭도 SCM로 변경돼 2019년 51회를 맞았다.
매년 한 번씩 양국 국방부 청사(미국 워싱턴 펜타곤-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에서 번갈아가며 개최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에 열리는 SCM은 유독 의미가 남다른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부장관이 지난 8월 9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열린 한미 국방장관 회담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19.08.09 leehs@newspim.com |
◆ 공교롭게도 지소미아 종료 일주일 전 SCM 열려…美, 연장 강하게 촉구할 듯
이번 SCM에서는 무엇보다 지소미아가 핵심적인 의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공교롭게도 SCM이 열리는 이날은 지소미아가 공식적으로 종료되는 날짜로부터 정확히 일주일 전이다.
앞서 우리 정부는 지난 8월 일본의 화이트리스트(수출 심사 우대국) 한국 제외 결정에 맞서기 위해 지소미아 종료를 전격 결정했는데, 미국은 국무부, 국방부 등 고위급 당국자들을 통해 지속적으로 반대 입장을 표명해 오고 있다. '한‧미‧일 3각 공조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미국 정부 고위급 당국자들이 연이어 방한해 지소미아 연장을 촉구하는 이례적인 광경을 만들어내고 있어 주목된다. 데이비드 스틸웰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차관보와 제임스 드하트 방위비분담금협상 수석대표 등이 최근 방한해 지소미아와 관련한 입장을 밝혔고 지난 14일에는 마크 밀리 합동참모의장과 필립 데이비슨 인도‧태평양사령관이 한‧미군사위원회(MCM) 참석 차 방한했다. 전날 방한해 15일 SCM에 참석하는 에스퍼 장관도 마찬가지다.
이 가운데 에스퍼 장관은 우리 정부의 지소미아 종료 결정 직후 "한‧일 모두에 매우 실망이다"라고 하면서 강하게 반발한 바 있는 만큼, 반드시 SCM에서 이 문제를 거론하고 정경두 장관에게 지소미아 종료 결정 재고를 촉구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아직까지 "일본의 부당 조치가 철회돼야 재검토해볼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최현수 국방부 대변인은 지난 14일 정례브리핑에서 '미국 측 인사들이 지소미아 종료 관련 잇따라 우려의 목소리를 내는 데 대한 국방부의 입장은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고 "지소미아에 대한 정부의 입장은 변함이 없다"며 "일본이 부당한 보복조치를 철회하고 양국 간 우호관계가 회복될 경우 지소미아를 포함한 여러 조치를 재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평택=뉴스핌] 사진공동취재단 = 지난 6월 29일 오전 경기도 평택시 주한미군 험프리스 기지에서 유엔사·주한미군사령부 본청을 개관하고 취재진에게 공개하고 있다. |
◆ 방위비 분담금 협상 한창…美, 전략자산 전개 비용 등 분담금 인상 거론할 듯
방위비 분담금 문제도 양국 간 빼 놓을 수 없는 의제다.
양국은 제11차 한‧미 방위비 분담금 특별협정(SMA) 협상을 진행 중이다. 그러나 갈 길이 멀다. 제11차 SMA는 2020년도부터 적용되는 것이라 연내 협상을 마무리 지어야 하지만, 아직 2차 협상밖에 하지 못했고 그나마도 양국이 생각하는 금액 차이가 커서 협상이 장기화될 분위기이기 때문이다.
외교가에 따르면 미국은 차기 SMA 협상에서 우리 측에 50억 달러(약 5조8000억원)를 제시했다. 9억 달러(약 1조 389억원) 수준인 현재의 5배를 훌쩍 넘는 금액이다.
우리 정부 측은 이에 난색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합리적인 수준에서 협상이 타결될 것"이라는 입장도 거듭 밝히고 있다.
하지만 현재 수준에서 1.5~2배 인상은 불가피해 보이는 분위기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한 미국 정부 고위 당국자들이 연일 "동맹국의 부담"을 강조하고 나서면서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압박하고 있어서다.
때문에 양국 국방장관이 정식으로 마주 앉게 되는 SCM에서 이 문제는 빠질 수 없는 의제다. 특히 지난달 진행된 1차 SMA 협상과 이달 진행된 2차 협상에서 미국 측이 1억달러(약 1170억원)에 이르는 전략자산 전개비용을 거론한 것으로 전해진 것을 감안하면, 한‧미 국방장관이 이 문제를 놓고 의견을 나눌 가능성이 매우 높다.
3대 한미연합훈련 중 하나인 독수리 훈련이 이뤄지는 모습. 지난 3월 한미 양국은 정경두 국방부장관과 패트릭 샤나한 미국 국방장관 대행 간 전화통화를 통해 키 리졸브 연습, 독수리훈련, 을지프리엄가디언 연습 등 3대 한미연합훈련의 종료를 결정했다. 대신 키 리졸브 연습과 독수리훈련을 조정한 새 한미연합지휘소연습 '19-1 동맹연습'이 지난 3월 4일부터 12일까지 실시됐으며, 다른 훈련들도 새로운 형태의 연합연습 및 훈련들로 대체돼 연중 실시될 전망이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 전작권 전환 이후 한국군 기본운용능력 검증 결과 논의할 듯…"이미 상당히 조건 충족"
전작권 전환 관련 문제들도 주요 의제로 예상되는 것 중 하나다.
앞서 한‧미 군 당국은 지난 8월 한‧미 연합지휘소연습(CPX)를 실시했다. 이 훈련은 병력과 장비를 기동하지 않은 컴퓨터 시뮬레이션 형태의 한‧미 연합훈련이다.
특히 이 훈련에서는 전작권 전환을 위한 한국군의 기본운용능력(IOC) 검증도 병행됐다. 쉽게 말해 지금은 한‧미연합사령부가 미군 사령관, 한국군 부사령관 체제로 운영되지만 전작권 이후에는 반대로 한국군 사령관, 미군 부사령관 체제로 운영되는데, 한국군이 그렇게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는지 검증을 한 것이다.
국방부에 따르면 같은 달 서울에서 열린 한‧미 국방장관회담에서 양국 국방장관은 "전작권 전환을 위한 준비가 차질 없이 이뤄지고 있고 이미 조건이 상당히 충족됐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연말쯤 개최되는 제51차 SCM에서 IOC 검증 결과를 논의하자"고 합의했다.
다만 전작권 전환과 관련해 한‧미 간 일부 이견이 드러나는 부분이 있을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전작권 전환 이후 미국 및 유엔군사령부의 역할, 권한과 관련해서다.
최근 일각에선 미국이 전작권 전환 이후에도 유엔사를 통해 한반도에서의 지휘권을 계속 행사하려고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심지어는 전작권을 한국군에 내주지 않으려 한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이에 대해 우리 군 당국은 "그럴 일은 없다"고 강하게 부인한 바 있다.
박한기 합동참모의장은 지난달 8일 국회 국방위원회 주최로 열린 '2019 합동참모본부 국정감사'에서 관련 질문에 대해 "매스컴(언론)을 통해 유엔사 문제가 회자되고 그로 인해 염려하는 분들이 많다는 것을 잘 인지하고 있지만 유엔사는 평상시 정전협정을 유지하는 기능만 수행하기에도 벅찬 조직"이라며 "그럴 상황은 절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 자리에서 박 의장은 "유엔사의 기능은 전시에 다국적군의 전력을 통합해 주한미군사령부를 통해 연합사에 전력을 제공하는 임무를 수행할 뿐, 직접 지휘를 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국방부는 "이번 SCM을 통해 한‧미 양국은 ▲한반도 안보정세 평가 및 정책 공조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 추진 ▲미래 안보협력 ▲주한미군기지 이전 및 반환 등 다양한 안보 현안에 대해 심도 있게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suyoung071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