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는 국회 만들기·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 법안 모두 계류
여야 이견으로 법안소위 이번주도 열기 어려울듯
'강기정 수석부터 국회법 개정안'까지…얽히고설킨 여야 셈법
[서울=뉴스핌] 이지현 기자 = 국회 운영위원회 법안소위가 7개월째 열리지 못하고 있다. 패스트트랙 국면 이후 단 한 번도 운영위가 법안을 논의하지 않은 셈이다. 이에 따라 '일하는 국회법', '국회 국민 청원 게시판' 등 다수의 국회 개혁 법안들이 밀려있는 상황이다.
문제는 여야가 여전히 대립을 거듭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최근에는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 사태 등으로 여야가 대립각을 세우고 있어 법안소위 일정을 잡는 것조차 난항을 겪고 있다.
19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 운영위 법안소위인 '국회운영개선소위원회'는 지난 4월 4일 마지막 회의를 이후로 한 번도 회의를 진행하지 않았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가 지난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정례 회동을 가지고 있다. 2019.11.18 kilroy023@newspim.com |
이 때문에 국회 및 국회의원 개혁과 관련된 각종 법안들이 국회에서 단 한번도 논의되지 못한 채 발이 묶여 있는 상황이다.
대표적인 것이 '국회 국민청원 게시판' 제도다. 이 제도는 국민들이 직접 온라인을 통해 법안을 제안하고, 국회의원들이 이를 논의하도록 한 제도다. 지난 4월 국회법을 개정해 오는 12월 1일부터 시행에 들어갈 예정이었다.
하지만 청원 시스템의 구체적인 운영 방안을 규칙안으로 정해야 할 국회 운영위원회가 법안소위를 열지 못하면서 당장 다음달부터 제도가 시행될 수 있을지 미지수다.
국회 사무처 차원에서 국회 입법지원 인력을 확충하고, 업무량이 적은 직위를 재조정해 인력 효율성을 높이는 내용을 담은 '국회 사무처 직제개편안' 역시 논의가 멈춰있는 상황이다.
'국회의원 개혁'과 관련된 법안들도 밀려있다. 대표적인 것이 일하는 국회 법안이다. 올해 들어 여야가 극한 대립을 빚으면서 국회 파행이 잦아지자 정치권에서는 국회법을 개정해 일하는 국회를 만들어보자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왔다.
이에 지난달 말 민주당은 ▲국회 회의 불출석시 징계 ▲의안 자동상정제도 도입 ▲본회의 개의 의무화 등의 내용을 담은 국회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또 국회의원들이 세금을 내지 않고 받는 각종 수당을 정비해 과세 형평성을 맞추는 내용의 '국회의원 수당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도 지난 3월에 발의됐지만 논의는 지지부진하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유인태 국회 사무총장이 지난해 11월 29일 국회 정론관에서 국회 투명성 강화 및 제도 혁신 방안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18.11.29 yooksa@newspim.com |
보다 못한 유인태 국회 사무총장이 나섰다. 유 사무총장은 지난 18일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를 만나 국회 운영위 소위를 열어줄 것을 요청했다.
유인태 사무총장은 양당 원내대표들과 만나 "이번주 중 운영위 법안소위를 열어달라"고 요청했다. 전자청원 시스템 도입과 국회 사무처 직제 개편을 위해서는 시기적으로 이번주 안으로 법안소위가 열려야 하기 때문이다.
양당 원내대표들의 반응은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실제 여야가 이번주 중 운영위 법안소위를 열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얽히고설킨 각 당의 셈법 때문이다.
일단 한국당은 정부가 국회 입법을 우회해 시행령 개정만으로 정책을 추진하는 '국회 패싱'을 막는 국회법 개정안을 강력하게 추진 중이다.
정양석 운영위 한국당 간사는 "국회 패싱을 막는 국회법 개정안을 어느 정도 수준에서 정할 것인지에 대해 여당과 협상 중에 있다"며 "여당이 이에 대해 긍정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어, 이 부분만 합의가 된다면 이번주 안에라도 언제든 운영위 법안소위를 여는 것은 문제가 안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말은 달랐다. 이원욱 운영위 민주당 간사는 "국회 패싱을 막는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논의는 운영위 법안소위를 열어 하면 되는 것 아니냐"며 "법안소위 열기도 전에 무슨 여야 간 법안에 대해 협상을 하냐"고 반박했다.
그는 이어 "어제도 한국당 원내대표들이 만날 때 수석들 간에도 만났었는데, 운영위 법안소위 이야기를 하자 '강기정 수석 사태'를 다시 거론하더라"며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의 사과를 바라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앞서 한국당은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 도중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이 고성을 지른데 대해, 강 수석의 사퇴와 노영민 실장의 사과를 요구해왔다.
정양석 간사는 "강기정 수석 사태와 운영위 법안소위는 관계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여전히 앙금이 풀리지 않은 상황인 것.
이원욱 간사는 "여기에 바른미래당에서는 오신환 원내대표가 국회법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데이터 3법까지 막아야 한다고 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각 당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이번주 안에 운영위 법안소위를 열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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