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연한 의지 표현하기 위해 돌입했을 것"
방법론 우려 목소리도..."황 라인 견고하지 못한 결과"
[서울=뉴스핌] 김승현 김규희 기자 =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20일 전격 단식에 돌입했다. 황 대표는 단식의 이유로 문재인 정부의 경제 실정, 안보 불안, 선거법 및 검찰개혁법안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 강행 등을 꼽았다.
그의 전격 단식을 두고 당 내에서는 대체로 '지지한다'는 목소리가 들린다. 그러나 결국은 신 주류(新主流)로 표현할 수 있는 황 대표를 둘러싼 측근들과 비주류 사이의 갈등이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에서 대국민호소문 발표를 마치고 단식 농성을 위해 자리에 앉아 있다. 2019.11.20 leehs@newspim.com |
한국당 한 초선 의원은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듣고 깜짝 놀랐다. 그만큼 시국을 엄중하게 본 것이다. (황 대표가) 여러 노력을 했다"며 "지난번에 청와대에 문상 답례 초청 회동에서 패스트트랙을 철회하고 국정운영 전반을 대전환하라고 요청했는데 무시당했다. 그리고 1대1 영수 회담을 제안했는데 또 거부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결국 정상적인 파트너를 야당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여기서 그럼 더 이상 어떻게 하나. 여당은 12월 초 패스트트랙을 밀어붙이겠다고 한다.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그런데 우리가 투쟁하면 국회선진화법 위반이라고 해서 쟁점화하지 않겠나. 황 대표 입장에서는 결연한 의지를 표하기 위해 단식에 들어갔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당 내서 대체로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나'라는 질문에 "어쨌든 야당으로서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 지난번 삭발의 연장선상이 아닐까 생각한다"며 "야당을 파트너로 인정하고 서로 귀 기울이면서 해야 정상적인 국정 운영인데 비정상적인 국정 운영을 계속 한다. 어쩌면 이미 예고된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초선 의원도 "소수당인 상황에서 (패스트트랙) 국회 처리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없다. 그런 상황에서 대표가 할 수 있는 거의 마지막 카드"라며 "노력과 결정에 대해 전적으로 지지를 보낸다"고 말했다.
그는 '단식 결정에 당 지도부라든가 주변과 의논을 나눈 바 없다라는 말이 들린다'는 질문에 "단식은 주위에서 권하거나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지금 황 대표는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함에도 불구하고. 노력 부재라든지 이런 얘기가 나오는 상황에서 꺼내들 수 있는 가장 커다란 카드를 꺼내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황 대표가 주관한 최고위-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도 관련된 내용이 있었다. 회의에 참석한 한 의원은 "단식 이야기를 했다"며 "단식이 큰 이야기라 말리기보다는 놀라는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에서 대국민호소문 발표를 마치고 단식 농성을 위해 자리에 앉아 있다. 2019.11.20 leehs@newspim.com |
황 대표가 무기한 단식에 돌입한 상황에서 그의 결정에 우선은 지지를 보내지만 실제 패스트트랙 강행을 막지 못하거나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한다면 당 내 갈등의 시발점이 될 수도 있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한국당 사정에 밝은 한 인사는 "당 내 표면적인 입장들은 지지할 것"이라면서도 "물밑 속내는 황 대표가 느닷없이 하는 일이 있는 상황에서, 측근 조언 및 제안들을 듣고 바로 실행에 옮기는 것에 대해 의원들이 우려하는 부분이 있다"고 전했다.
이 인사는 이어 "당 대표의 결기에 대해서는 대체로 동의하지만 방법론에 대해서는 우려하는 바가 있다"며 "표면적으로는 패스트트랙을 내세우지만 결국 당내 문제다. '황 라인'이라 할 수 있는 것이 구축되지 않았기 때문에 특단의 대책을 강구한 듯하다"고 평가했다.
부산·경남(PK) 지역 한 중진 의원은 당내 분위기에 대해 "굉장히 당혹스럽게 생각하고 있다. 우선 너무 날이 추우니까 걱정이 앞서고, 둘째로는 이렇게 되면 정치권이 연말에 중요한 결정을 해야 하는데 경직성이 강화돼서 많이 힘들 것이라 보고 있다"고 말했다.
홍준표 전 한국당 대표는 이날 서울 광화문 변호사회관에서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가 주최한 '10월 국민항쟁 평가와 향후과제' 세미나 후 기자들과 만나 황 대표의 단식이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 내다봤다.
그는 "패스트트랙 법안 저지할 자신 있나. 정치적으로 해결을 했어야할 문제다. 정치적으로 해결도 못하고 질질 끌려 다니다가 이제 와서 해결하는 것은 늦었다"며 "단식이 해결수단이 된다고 보나. 나는 문 대통령이 황 대표가 단식하는 것에 대해 코웃음 친다고 본다. 미동도 안 할 것"이라고 말했다.
kims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