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개원한 파리코리아센터, 유럽 한류 확산의 전초적 기지
세대별 한류 콘텐츠 전략 필요…K팝·전통예술까지 다양화
문화원·콘진원·관광공사, 문화융합 긍정적 사례 보여줄 차례
[파리=뉴스핌] 이현경 기자 = 패턴이 화려한 테라스와 하늘빛 지붕, 바닐라색 벽면으로 따뜻한 공기가 가득한 프랑스풍 건물에 태극기가 펄럭인다. 프랑스 파리 샹젤리제 부근 8구로 확장 이전한 파리 코리아센터의 새 보금자리다. 'Centre Culturel Coreen'이라는 간판 아래에는 한국문화원과 한국관광공사,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대한 소개가 들어갔다. 주프랑스한국문화원이 39년 만에 이전하면서 같은 건물에 공사와 콘텐츠진흥원이 함께 입주, 유럽 최초의 코리아센터로 문을 열었다.
올해 7월 주프랑스한국문화원장으로 부임한 전해웅(57) 원장을 19일(현지시간) '파리 코리아센터'에서 만났다. 전해웅 원장은 서울대 불어교육과를 졸업하고 프랑스 부르고뉴대학 문화정책학 DESS 과정을 졸업했다. 성균관대학교 예술학 박사과정을 수료하며 프랑스 문화 정책에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여왔다. 아울러 예술의전당에서 32년간 근무한 이력을 발판으로 주프랑스한국문화원을 3년간 책임지고 이끌어갈 예정이다. 전 원장은 주프랑스문화원의 이전과 '파리 코리아센터'의 개원이 향후 유럽의 잠재적 한류 팬층의 저변을 확대할 기회라고 기대했다.
[파리=뉴스핌] 이현경 기자 =전해웅 주프랑스한국문화원장 [사진=문체부] 2019.11.21 89hklee@newspim.com |
"프랑스문화원의 이전과 코리아센터 개원으로 유럽 한류의 중심 거점이 마련됐습니다. 앞으로 수준 있는 대규모 문화예술행사와 세대별 맞춤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다채롭게 기획할 예정입니다. 또 유럽의 9개 문화원(프랑스, 독일, 영국, 스페인, 이탈리아, 러시아, 폴란드, 헝가리, 벨기에) 사이의 정보 교류와 사업 연계의 허브 역할을 통해 한류 확산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게 됐습니다. 유럽은 비교적 가까운 문화적 배경을 가진 여러 나라들이 좁은 지역에 밀집한 터라 유럽의 한국문화원들과 사업 계획을 공유해 시너지를 거둘 여지가 많습니다."
1980년대 프랑스 파리 에펠탑 맞은편에 터를 잡았던 주한국프랑스문화원은 긴 역사와 현지인들의 관심 속에 성장했다. 다만 미비한 시설로 본격적인 활동에 제약이 따랐다. 한식 체험, 전시, 케이팝 댄스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기획해도 선보일 공간이 부족해 아쉬웠고, 비가 오면 물이 새고 잠기는 반지하 건물 때문에 애를 먹었다. 새로 터를 옮긴 주프랑스한국문화원은 전보다 5배 크고 지하 1층부터 지상 7층까지 건물 전체를 사용한다. 건물 내에는 한국문화체험관과 한식체험관(485㎡), 공연장(118석), 대규모 전시실(500㎡), 도서관(345㎡), 강의실(185㎡) 등 다양한 체험시설이 들어섰다.
[파리=뉴스핌] 이현경 기자= 20일 개원한 파리코리아센터. 주프랑스문화원이 39년만에 이전 확대 개원하면서 이 건물에 한국관광공사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함께 입주해 유럽 최초의 파리코리아센터가 문을 열게됐다. 2019. 11.21 89hklee@newspim.com |
39년 만에 터를 새로 잡고, 문화원과 관광공사, 콘텐츠진흥원이 함께 입주해 코리안센터로 개관한 만큼 다차원적인 한국 문화 알리기 활동에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문화원과 공사, 진흥원이 함께하는 만큼 한국문화와 문화산업, 관광 분야 협업을 통한 시너지 효과가 기대돼요. 더불어 우리 문화를 이루는 다양한 면모를 다차원적으로 보여줄 수 있게 됐습니다. 콘텐츠를 다루는 일에는 문화원, 콘진원, 관광공사의 업무가 모두 관련돼 있거든요. 한국 문화를 소개하는 일을 이끌어갈 '코리아 센터'는 문화의 융합을 결과물을 보여줄 일만 남았습니다. 내년에는 문화원 개원 40주년을 맞아 '궁'을 주제로 '테이스트 코리아'가 열립니다. 이곳에서 한국 드라마와 영화, 한식, 패션쇼, 사진 등 다양한 장르의 콘텐츠를 소개하고 즐기는 자리가 될 것이라 자신합니다."
전해웅 원장은 파리에서도 방탄소년단을 비롯한 K팝에 대한 관심이 높다고 전했다. 한류가 게임과 드라마, 패션, 화장품에 대한 소비로 이어지고 있다고도 했다. K팝 열풍으로 한국은 젊고 강한 문화 콘텐츠 강국이라는 시선이 보편화됐고 최근에는 한식에 대한 관심도 확대됐다. 20년 전 7개에 불과했던 파리의 한식당은 현재 140여개로 늘어났다. 예약하지 않으면 갈 수가 없을 정도로 인기다.
[파리=뉴스핌] 이현경 기자 = 파리코리아센터 개원을 맞아 마련된 국립민속박물관의 '때깔전'을 관람 중인 박양우 문체부 장관 [사진=문체부] 2019.11.21 89hklee@newspim.com |
상황은 낙관적이지만, 전 원장은 보다 폭넓은 한류 확산을 위해 특별한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바로 세대에 따른 콘텐츠 차별화다. 젊은층에게는 대중문화 콘텐츠를, 기성세대에게는 전통 공연과 시각 예술을 선보여 한국의 다양한 문화를 소개하고 교류하자는 의미다.
"프랑스에서도 젊은이들 사이에 최근 K팝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어요. 지난 6월 방탄소년단의 파리 공연 당시 주변 교통이 마비될 만큼 폭발적인 인기를 입증했죠. K팝의 인기는 영화, 한식, 문학, 만화, 게임, 패션 등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며 한류의 영역이 확대됐습니다. 그러나 프랑스 사회의 특성상 한류가 모든 사람의 관심의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기에 사회전체로 확산되는 경우는 드물어요. 때문에 젊은이들에게는 K팝과 드라마, 게임, K뷰티 콘텐츠를 제공하고 중장년 이상에게는 영화, 문학, 전통공연, 클래식과 시각 예술을 소개하는 계층별 접근이 필요합니다."
파리문화원은 1980년대부터 한국문화를 알리기 위한 노력을 해왔다. 당시 한국 하면 일본 옆의 작은 아시아 국가라는 인식이 전부였다. 1990년대 퐁피두센터에서 대규모 한국 영화 회고전을 개최하면서 프랑스에 한국문화를 대대적으로 알렸고, 이때부터 현지에서 한국영화 애호층도 생겨났다.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전통문화, 출판 등 다양한 장르의 한국문화가 전해졌고 2010년부터 K팝과 드라마 등 대중문화 콘텐츠가 젊은층에서 입소문을 탔다.
[파리=뉴스핌] 이현경 기자 = 파리코리아센터 내부 2019.11.21 89hklee@newspim.com |
이제 신한류를 여는 시점에서 문화원은 현대사회에 발맞춘 홍보전략에 집중한다. 바쁜 직장인들이 짬을 내 한국 문화를 접할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거다. 문화원 주변에 위치한 회사와 직장인들을 고려한 프로그램이다. 점심시간을 활용해 잠깐이나마 휴식을 취하고 한국 문화를 접할 기회를 넓히는 전략이다.
인터넷 시대인 만큼 빠르게 한국 콘텐츠를 홍보하고 알릴 수 있도록 인터넷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콘텐츠 생성에도 힘쓸 예정이다. 여기서 중요한 지점은 관이 주도하는 홍보가 아닌 한류 문화 소비자들이 직접 참여하는 '놀이형' 콘텐츠 제작이다. 한류 팬들이 직접 기획하고 문화원이 후원하는 방식이다.
"유튜브를 활용할 예정입니다. 대신 관이 주도한 홍보영상은 이용자 입장에서는 재미가 없기 때문에 한류 문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신나게 뛰놀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식으로 콘텐츠를 생산할 계획이죠. 프랑스의 파워 유튜버 빠쁘상(papesan, 교황)과 협력해 문화원 콘텐츠를 기획, 제작하려고 합니다. 또 '디지털 대사'를 선정해 문화원이 진행하는 행사에 참여하고 관련 콘텐츠를 생성해 유튜브와 SNS 등에 올려 한류 문화를 소비할 기회를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89hkle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