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주요 50개, 주택 매수 후 50년은 임대해야 본전 회수
부동산 시장 전망 엇갈려, 자금력 풍부한 투자자 공실 유지
[서울=뉴스핌] 강소영 기자=중국의 다주택자들이 고민에 빠졌다. 부동산 시장 침체로 자산증식을 위해 비싼 가격에 사들인 집의 가치가 하락하고 있는데, 임대 수익률마저 나빠지고 있기 때문이다. 베이징, 상하이 일부 지역에선 임대 수익률이 은행 예금금리를 크게 밑돌면서 주택 투자자들이 투자 전략 재정비에 나서야 할 상황이 됐다.
중국 디이차이징(第一財經)은 주택 임대료가 집값 상승세를 쫓아가지 못해 중국 전역에서 임대 수익률이 크게 낮아지고 있다고 3일 보도했다.
이 매체가 인용한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주거자오팡(諸葛找房)의 자료에 따르면, 중국 50대 주요 도시의 매매가 대비 임대 수익비는 1:592 수준이다. 중국 대부분 도시에서 월세를 592개월 받아야 집값을 회수할 수 있다는 의미다. 대도시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1선 도시의 평균 매매가 대비 임대 수익비는 1: 636에 달한다. 임대 목적으로 집을 구매한 후 약 50여 년을 세를 줘야 본전을 뽑을 수 있는 것이다.
같은 기간 국제 평균 수치는 1:200~300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중국의 주택 임대 수익률이 해외 부동산 시장보다 월등히 낮다는 것이다. 중국 사회과학원의 집계에 따르면, 2008년 중국의 주택 매매가 대비 임대 수익비는 1:300으로 현재의 국제 평균 수치에 가까웠다. 최근 10년 사이 집값이 폭등하면서 임대 수익률이 현저히 떨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현재 중국 주요 도시 임대 수익률은 평균 2.2% 수준이다. 2년 만기 은행 예금이자 2.4%보다 낮다. 집값이 비싸기로 '악명' 높은 상하이(上海)의 경우 주택 임대 수익률은 2.0%에 불과하다. 광저우(廣州)는 이보다 더 낮은 1.8%이다. 베이징(北京), 상하이, 광저우, 선전(深圳)의 중국 4대 도시 주택 임대 수익률 평균이 2.0%를 넘지 않는다.
반면 하얼빈(哈爾濱), 선양(瀋陽), 창춘(長春), 다롄(大連) 등 동북 지역의 임대 수익률은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이들 지역은 경제가 낙후했지만 일자리를 찾아온 외지인들이 많아 임대 수요가 많다. 부동산 가격은 싼 데 임대 수요가 탄탄해 수익률이 높게 나오고 있다는 분석이다. 하얼빈의 경우 주택 임대 수익률이 4.0%에 달한다.
◆ 안갯속 중국 부동산 시장에 '보유 vs. 매도' 판단 어려워
[서울=뉴스핌] 강소영 기자= 2019.12.04 jsy@newspim.com |
자산 증식과 재테크 목적으로 부동산을 구매한 투자자들이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만약 주택 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한다면 낮은 임대 수익을 감내하더라도 보유하고 있는 편이 좋다. 그러나 반대로 주택 가치가 갈수록 떨어지면 본격적인 침체기가 도래하기 전 매도를 해 양도 차익을 실현해야 한다.
하지만 현재 중국 부동산 시장 분위기에선 쉽게 판단을 내리기가 힘들다. 지난 10년간 부동산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했고, 향후 추가 상승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중국 부동산 시장조사 전문 기업 이쥐연구원(易居研究院) 산하 씽크탱크의 웨진(躍進) 총감독은 "올해 10월 중국 전국 신축 아파트 평균 분양가격이 1㎡당 9337위안을 기록했다. 올해 부동산 시장의 가장 큰 특징은 기준 단위 당 가격이 8000위안을 넘어 9000위안의 새로운 구간에 진입했다는 것이다. 향후 부동산 가격은 여전히 오를 가능성이 내릴 확률 보다 높은 편이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일부 기관들은 중국 부동산 시장이 침체기에 진입했다고 주장한다. 주요 도시 기존주택 거래가 하락세가 뚜렷해지고 있다는 것을 증거로 제시한다.
◆ 중국 부동산 투자자, 임대 수익보다는 양도 차익 추구
[서울=뉴스핌] 강소영 기자= 2019.12.04 jsy@newspim.com |
만약 다주택자들이 낮아진 임대 수익률과 부동산 시장에 대한 자신감 하락으로 보유한 주택 처분에 나서면, 일부 지역에선 부동산 가격 하락이 두드러질 수 있다.
그러나 다주택자들이 주택 매도에 나설지는 미지수다. 중국 상당수 다주택자들의 투자 목적이 임대 수익이 아니기때문이다. 임대 수익률을 중요하게 따지는 우리나라와 달리 중국 부동산 투자자들은 집값 자체의 상승 가치에 더욱 주목한다. 이 때문에 여러 채의 집을 보유하고도 세를 주지 않고 빈집으로 유지하는 경우도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중국 정부 당국은 치솟는 집값과 함께 주택 임대 시장 수급 불균형 문제에도 골머리를 앓고 있다. 임대 수익률이 낮다고는 하지만, 주요 대도시 임대료는 대다수 임차인에게 큰 경제적 부담이다. 여기에 세를 주지 않고 놀리는 집까지 더해져 주택 임대 시장 구조가 왜곡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2018년 중국 시난차이징대학(西南財經大學) 중국 가정금융조사연구센터가 발표한 '2017 중국 도시 주택 공실률 분석'에 따르면, 2011년·2013년·2015년 중국 주요 도시 주택 공실률은 각각 18.4%·19.5%·20.6%로 매년 높아지는 추세다. 2017년에는 공실률이 21.4%에 달했다. 전국에서 약 6500만 가구의 집이 비어있다는 것이다. 공실률은 대도시보다는 중소도시가 높은 편이다.
[서울=뉴스핌] 강소영 기자= 2019.12.04 jsy@newspim.com |
공실률 확대는 중소도시의 임대 수요 부족과 일부 자금력이 풍부한 다주택자들의 고의적 공실이 더해져 상승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어떤 이유에서는 부동산 공실률 증가는 중국 경제 산업에 부담으로 작용한다. 자원 낭비 측면에서도 해결해야 할 문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부동산 학자들이 다양한 정책과 제도를 제안하고 있다. 부동산세 과세, 공실세 과세 등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중국 부동산 시장을 대상으로 한 과세 개혁은 매우 보수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디이차이징은 향후 5년 입법 내용을 검토 중인 13차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앞서 언급된 부동산 신규 과세 항목이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에 적어도 2023년까지 공실세가 부과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보도했다.
jsy@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