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이렇게 순환이 빠른 시대에 정규앨범을 발매한 게 저한테도 큰 도전이었어요. 그래도 제 음악으로 좋은 영향을 드리고 싶어요."
크러쉬가 두 번째 정규앨범 '프롬 미드나잇 투 선라이즈(From Midnight To Sunrise)'로 돌아왔다. 이번 신보는 지난 2014년 6월 발매한 '크러쉬 온 유(Crush On You)' 이후 무려 5년 6개월 만이다.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가수 크러쉬 [사진=피네이션] 2019.12.05 alice09@newspim.com |
"만감이 교차하는 순간이에요. 기대되고, 설레고, 긴장돼요. 걱정도 되고요. 복합적인 감정이 머릿속을 지배하고 있죠. 그럼에도 새 앨범에 담긴 스토리를 많은 분들이 들어주시면 좋겠어요. 그럼 너무 감사하죠."
힙합 알앤비로 음악을 시작해 부드러우면서도 감미로운 목소리로 대중을 단번에 홀린 크러쉬. 다만 새 앨범 타이틀곡은 힙합 알앤비가 아닌 발라드로 택했다. 더블 타이틀곡 중 하나인 '얼론(Alone)'을 통해서는 앨범 전체에 담고자 했던 메시지를 전달한다.
"발라드 장르로 구분 지으려고 하지 않았어요. 그저 메시지와 선율이 많은 분들이 공감하도록 만들려고 노력했죠. 따뜻한 음악이었으면 했어요. 앨범의 가장 큰 테마가 위로거든요. 타이틀곡 메시지도 그렇고요. 이 앨범을 3년간 준비했는데 그간 느꼈던 많은 감정을 하루라는 시간 안에, 흐름에 맞춰 담았어요. 저도 누군가의 음악을 들으면서 위로를 받았기 때문에, 이제 제 음악으로 누군가 위로해주고 싶죠."
'프롬 미드나잇 투 선라이즈'는 크러쉬가 새벽부터 아침까지 앨범을 작업하며 느낀 감정들이 오롯이 들어가 있다. 3년 전에 구상된 이번 앨범의 영감은 '산책'에서 떠올랐다.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가수 크러쉬 [사진=피네이션] 2019.12.05 alice09@newspim.com |
"아무래도 새벽부터 아침까지 작업하는 경우가 많아요. 이건 제 일화가 담긴 제목인데, 3년 전 '원더러스트(Wonderlust)'를 발매했을 때 아침 6시쯤 한강으로 산책을 간 적이 있어요. 동쪽은 해가 떠서 밝은데, 서쪽은 깜깜하더라고요. 누군가에는 아침이 시작되는 새벽이, 누군가에겐 하루를 마무리하는 시간일 수 있단 생각이 들었죠. 그 경계에 서서 자아성찰을 하다 이 앨범을 구상했어요. 하하."
크러쉬는 그간 발매했던 곡들로 음원차트 1위는 물론 상위권에 안착하면서 '음원 강자' 수식어를 얻었다. 5년 만에 발매하는 정규앨범이 어떤 성적을 거둘 지 부담이라면서도 크게 연연하지 않을 거라고 웃었다.
"부담되는 건 사실이죠. 그래도 이번 앨범은 정말 진정성과 메시지, 여러 큰 틀을 잘 완성시키고자 노력했기 때문에 스코어에는 연연하지 않으려고요. 사실 이렇게 순환이 빨라진 시대에 정규앨범을 내는 건 저한테도 리스크가 커요. 큰 도전이죠. 그럼에도 제 음악이 좋은 영향을 많이 줄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고요."
크러쉬의 이번 신곡들을 듣다 보면 1990년대 스타일이 떠오른다. 지금의 노래들처럼 엄청나게 화려하지도 않다. 요즘 가요시장에 힙합 비트가 유행이라지만, 크러쉬는 이를 따라가지 않고 자신만의 색깔을 드러냈다.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가수 크러쉬 [사진=피네이션] 2019.12.05 alice09@newspim.com |
"개인적으로 트렌드가 무의미해졌다고 봐요. 디지털화된 세상에 빠르게 적응해야 하니까 유행이 없어진 것 같더라고요. 요즘 사람들은 자신이 원하는 걸 선택해서 살죠. 전 원래부터 1990년대 음악들에 조예가 깊었고, 아날로그 형태의 음반을 모으기 시작했어요. 1970년대부터 1990년대 LP들을 모으는 게 취미인데, 거기서도 영향을 많이 받아요. 그런 것들이 앨범에도 녹아있고요."
크러쉬는 이번 앨범을 계속해서 '도전'으로 표현했다. 그리고 자신이 듣고 싶은 말이자, 리스너에게 하고 싶은 말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앞선 앨범들과 다르게 신보를 통해 힘이 많이 빠진 크러쉬의 노래를 접할 수 있는 이유다.
"1집 앨범, 전작과 비교했을 때 힘이 많이 빠져있는 듯한 느낌을 받으실 수도 있어요. 다이내믹한 요소가 많아야 음악에 집중되는 게 아니라는 걸 강조하고 싶었거든요. 메시지와 드라마를 염두에 두고 만들어서 강약조절을 잘 하려고 노력했어요. 그러면서 제 음악 인생에 2막이 온 것 같다는 조심스러운 생각도 들었죠(웃음). 이번 앨범은 대중에 가수 크러쉬가 아닌, 인간 신효섭의 청춘이 담긴 음반으로 기억됐으면 합니다."
alice0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