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홍규 기자 = 미국이 북한의 미사일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소집된 11일(현지시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에서 북한에 유연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하면서도 추가 도발을 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이날 회의는 안보리 차원의 공동성명 없이 마무리됐지만 그동안 북한 비판에 신중한 태도를 보였던 미국이 직접 소집한 자리여서 관심이 쏠렸다.
켈리 크래프트 유엔주재 미국 대사는 이날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추가 도발 가능성을 논의하기 위해 소집된 안보리 회의에서 이같이 말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 美 "北에 유연할 준비"...ICBM 도발 가능성에 대해선 경고
그는 작년 6월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합의를 언급하면서 "우리는 그 합의를 향해 구체적인 조치를 병행적이고 동시적으로 취할 준비가 돼 있다"며 "우리는 어떻게 접근할지에 있어 유연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켈리 크래프트 주 유엔 미국 대사. [사진=로이터 뉴스핌] |
크래프트 대사는 또 "지난 1년 반 미국은 북한과 지속적인 협상을 이어왔다"면서 "북한은 우리와 함께하는, 어렵지만 담대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포괄적인 프로세스를 계속해갈 준비가 돼 있다고 여러 차례 언급했다"면서 "미국과 안보리는 데드라인이 아닌 목표를 갖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해두겠다"고 밝혔다.
크래프트 대사는 이와 함께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등 추가 도발 가능성에 대해서는 엄중하게 경고했다.
그는 "북한은 '새로운 길'을 가겠다고 위협하고 있는데 이는 장거리 탄도미사일 기술을 사용하는 우주 발사체를 발사하거나 심지어 ICBM을 발사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핵과 미사일 시험은 북한에 안정을 가져다주지 않을 것이고 경제적 기회를 성취하게 도와주지도 않을 것"이라고 했다.
미국 국무부 부장관에 지명된 스티븐 비건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안보리 개최를 앞두고 이사국 대표들과 오찬 회동을 가지기도 했다.
비건 특별대표는 이날 주유엔 미국 대표부에서 열린 오찬에서 그동안 북한과의 협상 경과 등을 설명하며 안보리 회의를 앞둔 의견 조율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안보리 회의는 의장국인 미국의 요청으로 열렸다. 당초 10일로 예정됐던 안보리의 북한 인권 관련 회의를 취소하고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도발 확대 문제 등을 다루는 회의를 이날 소집했다. 이번 회의에는 15개 이사국뿐 아니라 이해 당사국인 한국과 일본도 참여했다.
유엔 본부에서 안전보장이사회 회의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북한이 지난 7일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에서 "대단히 중대한 시험이 진행되었다"고 발표하며 조만간 ICBM 시험 발사나 위성 발사에 나설 수 있음을 시사한 직후 열린 것이다. 미국에 '연말 시한'과 '새로운 계산법' 내세우는 북한의 압박 강도가 한층 커진 셈이다.
현재 북미간 비핵화 협상은 지난 10월 '스톡홀름 노딜' 이후 교착에 빠진 상태다. 북한은 비핵화 조치 이전에 미국이 제재를 해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국은 이번 안보리 회의를 통해 북한에 유연성을 강조하며 비핵화 협상 복귀 '설득'에 나선 한편, 추가 도발에 대해서는 경고장을 날린 것으로 해석된다.
◆ 중·러 "北, 선제조치 취해...대북제재 완화해야"
북한의 우방인 중국과 러시아는 이번 안보리 회의에서 '대북제재를 먼저 완화해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북한이 핵실험장 폐기와 ICBM 발사 중단의 조치를 취한만큼 대북제재 완화가 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쥔 유엔주재 중국 대사는 급작스런 상황 변화를 막기 위해서 대북제재를 완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바실리 네벤쟈 유엔주재 러시아 대사도 "단계별 재제 해제를 이행하기 위한 로드맵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대북 제재 완화의 필요성을 거론했다.
일본 NHK방송은 "(미국과 중국, 러시아의) 입장 차가 다시 선명하게 드러났다"면서 "미국은 안보리 각국과 협력하고 비핵화 협상을 유리하게 추진할 계획이지만 입장 차가 뚜렷해 안보리를 통해 결속하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고 풀이했다.
미국은 이번 안보리 회의에 앞서 북한을 여러 형태로 압박했다. 지난 5일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유엔 대사들과 오찬을 가졌고, 지난 10일에는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회담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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