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장주연 기자 = 영화 '겨울왕국2'가 지난 7일 10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역대 27번째 '천만 영화'로 외화 중에는 8번째 성과다.
언젠가부터 '천만 영화'는 국내 극장가의 흥행 기준이 됐다. '천만 영화'에 이름을 올리는 순간 영화의 지위는 격상되고 영광의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하지만 '천만 영화'의 탄생 빈도가 잦아지면서 그 의미를 반문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최초의 '천만 영화'인 '실미도'가 개봉한 2003년 이후 16년이란 시간이 지났고 그사이 극장가 환경이 변했다는 거다.
[서울=뉴스핌] 장주연 기자 = 최초의 '천만 영화'인 실미도(왼쪽)와 최근 1000만 관객을 돌파한 '겨울왕국2' 포스터 [사진=시네마서비스·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2019.12.12 jjy333jjy@newspim.com |
◆ 본 사람이 또 본다…극장가 N차 관람 문화 확산
가장 대표적인 변화는 N차(다회차) 관람이다. 과거와 달리 요즘 관객들 사이에서는 한 영화를 여러 번 보는 것이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았다. 작품을 여러 측면에서 해석하는 관객층이 많아지기도 했고, 싱어롱(작품에서 나오는 노래를 관객들이 함께 따라 부르는 것), 영혼 보내기(특정 영화를 지지하기 위해 직접 보지 않더라도 표를 예매하는 행위) 등의 후광(?) 효과를 보기도 했다.
극장 플랫폼의 다양화와 특수관의 대중화도 N차 관람으로 이어졌다. 현 멀티플렉스들은 3D, 4DX, IMAX 등 영상, 소리, 체험을 극대화한 각양각색의 특수관을 운영 중이다. 관객은 이러한 특수관을 통해 자신이 원하는 콘텐츠를 다양한 버전으로 즐기고 있다.
실제 CGV 관객 분석에 따르면 올해 1000만 관객을 돌파한 '극한직업' '어벤져스:엔드게임' '알라딘' '기생충'의 N차 관람 비율(개봉일~종영일 기준)은 각각 7.2%, 10.4%, 10.0%, 6.0%로 집계됐다. 동기간 TOP 10 영화의 N차 관람률과 비교했을 때 2~3배 이상 높은 수치다.
황재현 CGV 커뮤니케이션팀 팀장은 "특수관으로 인한 N차 관람이 1000만 영화 탄생에 기여하는 부분이 있다. 과거 일반 2D 영화로만 상영했을 때는 N차 관람이 지금처럼 활성화되지 않았다. 반면 현재 상영 중인 '겨울왕국2'는 N차 관람률이 7.2%가 넘어섰다. 다양한 플랫폼으로 콘텐츠를 더 재밌게 보려는 관객 욕구가 증가한 거다. 여기에 SNS의 활성화 더해지면서 N차 관람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장주연 기자 = 역대 1000만 영화 2019.12.12 jjy333jjy@newspim.com |
◆ 강제 1000만 만들기…스크린 독과점의 폐해
'천만 영화'의 잦은 등장이 점점 심해지는 스크린 독과점(상영 배정의 편중)의 폐해란 목소리도 크다. 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는 최근 '겨울왕국2'이 1000만 관객을 돌파한 것을 두고 "스크린 독과점을 발판으로 1000만 관객을 기록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그 근거로 4년 전 1029만 관객을 동원한 전편 '겨울왕국'(2014)의 흥행 속도를 들었다. '겨울왕국2'는 '겨울왕국'(46일)보다 29일 빨리 '천만 영화'에 등극했다. 영진위에 따르면 '겨울왕국'의 개봉 2주간 평균 상영점유율은 23.4%, 같은 기간 평균 좌석판매율은 44.9%였다. 반면 '겨울왕국2'의 개봉 2주간 평균 상영점유율은 58.2%에 달했고, 이 기간 평균 좌석판매율은 28.9%에 미쳤다.
영진위는 "'겨울왕국'이 20%대 상영점유율을 약 한 달간 유지하면서 높은 좌석판매율을 기반으로 1000만 관객을 달성했다면, '겨울왕국2'는 개봉 2주간 70~50%대 상영점유율을 통해 스크린을 독점하는 방식으로 단기간에 관객몰이를 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지욱 영화평론가는 "'겨울왕국2'의 1000만 돌파와 '실미도'의 1000만 돌파는 같을 수 없다. '실미도' 때는 다양한 영화가 극장에 걸려있었고 관객이 선택해서 봤다. 하지만 지금은 강제 관람과 다르지 않다. 보름 만에 1000만명을 돌파한 것만 봐도 그렇다. 스크린 독과점으로 '천만 영화'를 만들고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1000만명 중 30~40%는 영화를 꾸준히 보는 사람, 30%~40%는 일 년에 한두 번 영화를 보는 사람이다. 그리고 나머지는 평생에 영화를 한두 번 보는 사람이다. 과도한 독과점으로 한 달 혹은 일 년에 한두 번 영화를 보는 관객들의 선택지를 없앤 것"이라며 "이건 기현상이다. 이렇게 되면 한국영화산업에 발전은 없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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