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내달 종로로 이사…출마 의사 공식화 했지만
친문계 의원 "당 지도부와 상의없이 결정한 것"
"李, 당 위해 호남·세종에 가야…종로엔 이광재"
[서울=뉴스핌] 조재완 김현우 기자 =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최근 서울 종로구 출마를 사실상 공식화했으나 향후 여정이 녹록지 않아 보인다. 친문(親文)계를 중심으로 '이낙연 세종 출마설'이 솔솔 나오고 있다.
대신 종로에는 최근 사면된 이광재 전 강원도지사를 전략공천 하는 것을 친문계가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지사가 종로에서 승리를 거머쥐면 단숨에 '차기'로 부각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 이낙연 '종로 출마설'에…친문계 "당과 상의 안돼" "황교안 출마 가능성 낮은데 굳이"
총선에서 종로가 띤 상징성은 크다. '정치 1번지'로 불리는 종로는 총선 때마다 여야 최대 격전지로 떠올랐다.
최근 정세균 국무총리 임명으로 종로가 무주공산이 된 가운데 야권에서는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출마가 유력시되며 '이낙연-황교안 빅매치'가 성사될 지 관심이 쏠렸다.
실제 이 전 총리는 종로 출마 의지가 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총리는 최근 종로 소재의 한 아파트 전세 계약을 체결, 내달 초 입주할 계획이다.
그는 15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청년시절 가장 많이 산 곳이 종로다. 추억이 많은 곳이다. 시골뜨기로서 종로에 살아보는 꿈도 있었다"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낙연 전 국무총리에게 꽃다발을 전달하고 있다. 2020.01.15 kilroy023@newspim.com |
하지만 이 전 총리의 종로 출마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내 친문계 핵심 관계자는 "이 전 총리 종로 출마 가능성은 아직 모를 일이다. 이 전 총리의 종로 이사는 당 지도부 상의없이 이뤄졌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당이 어떤 역할을 요구할 지에 따라 이 전 총리가 종로에 출마하지 않을 수 있다. 당의 입장에선 전국적 인지도를 갖춘 이 전 총리가 한 지역구에 집중하는 것보다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아 선거판 전체를 이끄는 것이 좋을 수 있다"며 이 전 총리의 '종로 출마설'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원내 박원순계로 분류되는 한 의원도 이날 기자와 만나 "이 전 총리가 종로에 나가는 것은 적합하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대권 행보를 위해 본인이 어떻게 할지 고민하기 보다 당에 무엇이 도움이 될지 생각해야 한다. 당은 선거에 기여해달라는 목적으로 이 전 총리를 불렀는데 정작 당사자가 종로에 발이 묶여있는 것은 좋지 않다"고 부정적인 입장을 명확히 했다.
[서울=뉴스핌] 백인혁 기자 = 이낙연 국무총리가 지난 6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2020 중소기업인 신년인사회'에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뒤를 지나 자리로 이동하고 있다. 2020.01.06 dlsgur9757@newspim.com |
황교안 대표의 실제 종로 출마 가능성이 낮다는 전망도 이에 힘을 보탰다. 야권 대선후보 격인 황 대표가 종로에 나서지 않는다면 굳이 이 전 총리가 종로에 출마할 이유가 없다는 설명이다.
이 의원은 "황교안 대표는 종로에 나올 리 만무하다"며 "이 전 총리의 종로 출마가 유력해질수록 황 대표는 종로에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지원 의원도 "이 전 총리가 종로 출마를 굳히면 황교안 대표는 배짱이 없어 못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 두 사람의 '빅매치'가 성사될 경우 이 전 총리 압승이 예상된다는 이유에서다.
황 대표는 이날 이 전 총리와 종로에서 맞붙을 가능성에 대해 "당에 도움되는 곳을 찾아가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 "이낙연, 당 위해 호남·세종행 가야…종로에는 이광재"
이 전 총리의 종로 출마가 불발될 경우 최근 특별사면된 이광재 전 강원도지사가 다음 후보로 점쳐진다. 이 전 지사는 4.15 총선에서 험지 출마를 마다하지 않겠다는 뜻을 최근 밝힌 바 있다.
박지원 의원은 앞서 YTN 방송에 출연해 민주당 핵심인사를 인용, "이낙연 (당시) 총리는 세종시에, 이광재 전 강원지사는 서울 종로에 출마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하기도 했다.
친문 핵심 관계자도 "정세균 총리가 이광재 전 지사를 언급한 적 있다"며 힘을 보탰다. 민주당은 최근 종로에서 이 전 지사에 대한 인지도 조사를 실시한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 일각에선 대선주자가 없는 친문계가 이 전 지사를 '차기'로 내세우기 위해 종로를 활용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민주당 관계자는 "친문 입장에서 보면 괜히 이낙연을 종로에 보내 띄어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할 것"이라며 "양정철이 이광재를 대선후보로 키우고 싶을 수 있다"고 전했다.
이광재 전 강원지사<출처=여시재 제공> |
이 전 총리에 대해서는 차순위로 이해찬 대표 지역구인 세종 출마설이 돌고 있다.
당내 사정을 잘 아는 또 다른 관계자는 "이 전 총리가 전남지사 출신이자 '탈호남' 이미지를 꾀하는 상황에서 호남으로 가는 것은 모양새가 맞지 않다"며 이 전 총리의 세종행을 언급했다. 그는 "세종 선거는 큰 힘을 들이지 않아도 된다"며 "이 전 총리가 본인 선거를 준비하며 당 선거도 지원하는 그림이 바람직해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이 전 총리가 굳이 종로행을 원한다면 당 지도부도 말리지는 못할 것"이라며 "황 대표와 이 전 총리 중 누가 먼저 칼을 뽑느냐가 관건"이라고 봤다.
한편 이 전 총리는 4.15 총선을 위한 공직자 사퇴 시한을 이틀 앞두고 전날 총리직에서 물러났다.
그는 이날 당에 복귀하며 "내가 무슨 일 해야하고 무슨 일 할수 있는가 하는 것은 당과 상의하며 결정하게 될 것"이라며 "현재까진 상의한 바 없다"고 말을 아꼈다.
종로 출마와 관련해선 "확정 주체는 당"이라며 "내가 종로로 이사하게 됐단 것은 사실이고 그걸 뛰어넘는 문제는 당에서 결정해줘야 움직일 수 있다"고 말했다.
chojw@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