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림(桂林)의 아름다운 풍경과 문화 체험
[서울=뉴스핌] 정리 배상희 기자 = '천하 제일의 비경'으로 명성이 드높은 계림(桂林). 이 곳은 아름다운 자연과의 어우러짐이 최고의 경지를 이루는 현실판 무릉도원으로 불리며, 중국인들 사이에서는 생애 한 번은 꼭 가봐야 하는 곳으로 평가된다. 해외 관광객들 사이에서는 '중국식 카르스트' 지형을 대표하는 곳이자, 동양의 신비로운 운치를 가장 생생히 느낄 수 있는 곳으로서, 가장 가보고 싶은 여행지로 꼽히고 있다.
20위안 인민폐의 배경이 된 황포도영(黃布倒影)의 모습. [사진=금교] |
◆ '미펀'과 함께하는 오감의 행복
계림시에 들어서면 풍경도 사람도 아닌, 새콤한 미펀(米粉,쌀국수)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운이 좋게도 현지에서 20년째 미펀만 판매해온 가게를 찾았는데 5위안이면 배 불리 먹을 수 있고, 10위안이면 취향에 맞춰 매우 만족스런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다. 계림 미펀에 들어가는 쏸더우자오(酸豆角,새콤한 줄기콩), 무 조각, 궈샤오(鍋燒,바삭하게 튀긴 삼겹살), 땅콩, 그리고 특제 비법으로 만든 루수이(鹵水)가 북방 지역의 미펀과는 완전히 차별화된 정통 계림 미펀 만의 독특한 맛을 만들어낸다. 담백하면서 새콤하며 시원한 풍미가 느껴지는 특유의 루수이 향이 후각을 자극한다. 미펀은 계림 사람들이 아침, 점심, 저녁을 불문하고 찾는 주식으로서, 거리 곳곳에서 미펀을 파는 크고 작은 가게들을 찾아볼 수 있다. 계림을 찾은 관광객들에게 수려한 풍경으로 눈을 만족시키고, 미펀으로 입을 만족시키며 큰 즐거움을 제공한다.
계림시에 위치한 무릉도원 관광지는 동진(東晉) 시대 시인 도연명(陶淵明)이 묘사한 신선이 사는 무릉도원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사진=금교] |
◆ '현실판 무릉도원' 속으로
미펀과 함께 계림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이강(漓江) 크루즈'다. 이른 아침 2층짜리 유람선을 타고 이강을 따라 양삭(陽朔)로 가는 여정 속에서 '계림산수갑천하(桂林山水甲天下,계림의 산수는 천하 제일이다)'라는 말의 의미가 몸소 느껴진다. 계림의 최고 경관 중 하나인 구마화산(九馬畫山)과 20위안짜리 인민폐의 배경이 된 황포도영(黃布倒影)부터 어옹창만(漁翁唱晚)까지 절묘하며 아름다운 장관들이 눈 앞에 끝없이 펼쳐진다. '배는 푸른 물결 위를 떠다니고 사람은 그림 속을 여행한다(舟行碧波上,人在畫中遊)'라는 표현이 완벽히 재현되는 순간이다.
구마화산이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석벽의 상단, 하단, 좌측, 우측, 어미봉(魚尾峰)에서 총 9마리의 말 모양을 찾아볼 수 있다. 산기슭에는 음마천(飲馬泉)이 있고, 음마천 옆 석벽에는 청나라 학자 완원(阮元)의 '청이석벽도(清漓石壁圖)'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다. 계림 대대로 전해내려 오는 '마랑을 봐, 마랑을 봐, 신마(神馬)는 몇 마리일까? 7마리가 보이면 2등이고 9마리가 보이면 장원급제다(看馬郎,看馬郎,問妳神馬幾多雙? 看出七匹中榜眼,能看九匹狀元郎)'라는 가사의 노래가 떠오른다. 유명한 말 그림의 대가인 서비홍(徐悲鴻)은 단 8마리만 찾아냈다고 하니, 이곳을 찾은 관광객들은 구마화산의 말이 몇 마리일까 세어 보는 쏠쏠한 재밋거리도 찾아볼 수 있다.
한 관광객이 계림시 근처의 고동(古東) 폭포를 찾아 물놀이를 즐기고 있다. [사진=금교] |
◆ '한 폭의 산수화'가 눈 앞에
계림시 근처의 유명 관광지로는 상비산(象鼻山), 고동(古東)폭포, 용척(龍脊) 계단식 밭을 꼽을 수 있다. 계림시의 중심부를 가르는 이강과 도화강(桃花江)이 만나는 곳에 위치하고 있는 상비산은 코를 뻗어 이강의 물을 마시는 거대한 코끼리처럼 생겼다는 이유로 붙여진 이름이다. 코끼리의 코와 다리를 형상하는 석벽 사이에는 약 150평방미터 면적의 동굴이 형성돼 있으며, 강물이 동굴을 가로지를 때는 마치 밝은 달이 물 위에 떠있는 것과 같은 장관을 연출한다. 서쪽에 위치한 상산수월(象山水月)은 이강 동쪽의 천월암(穿月巖)과 마주하고 있어, 보름달이 뜨면 하늘과 강에서 동시에 달이 떠오르는 '이강쌍월(漓江雙月)'의 기이한 경관을 만들어낸다.
계림시에서 25km 떨어져 있는 곳에 위치한 고동 폭포를 찾으면, 하늘을 찌를 듯이 솟아있는 고목들이 이루어낸 원시 삼림과 아름다운 단풍이 관광객을 유혹한다. 서로 휘감겨 있는 거대한 등나무들과 지저귀는 새들의 소리, 진동하는 꽃 향기가 상쾌한 산속 공기와 어우러져 삼림의 정취를 자아낸다. 이곳은 계림시에서 가장 가까우면서 면적이 가장 크며 가장 특색 있는 삼림 공원으로 꼽힌다. 개울을 따라 산속으로 들어가 시원한 샘물에 두 발을 담그면 온 몸이 상쾌해지는 느낌도 경험해 볼 수 있다. 용척 계단식 밭은 일정상 방문하지 못했지만, 민족의 지혜가 녹아있는 아름다운 광경에 큰 전율을 경험했으리라 생각한다. 사방으로 펼쳐진 계단식 밭, 새벽을 뒤덮은 아름다운 운무, 카르스트 산악이 한 폭의 중국 산수화를 연출했을 것이란 기대감을 갖게 한다.
장족 사람들이 영화 '류싼제(劉三姐)' 에 나오는 노래를 부르고 있다.[사진=금교] |
◆ '산수와 역사 문화의 빛나는 융합'
계림에서의 마지막 일정으로 은자암(銀子巖)과 양삭서가(陽朔西街)를 구경하고, 장이머우(張藝謀) 감독이 연출한 인샹류싼제(印象劉三姐) 공연을 관람했다. 류싼제(劉三姐) 가요는 60년대 중국 전역에서 불려졌고, 영화 류싼제는 미국 박스오피스에서 할리우드 대작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기록을 능가했을 정도였다니 놀랍지 않을 수 없다. '양인가(洋人街)'로도 불리는 양삭서가는 밤이 되면 세계 각지에서 온 관광객들로 북적이며, 화려한 밤거리를 연출한다.
'미몽선경인선취, 천리벽파속계림(迷蒙神境人仙醉,千裏碧波屬桂林,넋을 빼놓는 아름다운 풍경이 사람을 취하게 하고, 푸른 물결이 천리에 걸쳐 흐르는 곳이 구이린이다)'. 아름다운 자연 풍경과 민족의 정취, 역사문화가 한데 어우러져 우리의 눈을 부시게 하고 마음을 매혹시키는 곳 '계림'에서의 여행은 헛되지 않은 결정이었다.
글/허옌하이(何延海)
[금교(金橋, 중국 국무원 신문판공실 주관 잡지)=본사 특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