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 속도 4K 대비 더뎌...2023년까지 1%대 비중 유지
전망 어둡지만 업체간 8K 시장 선점 경쟁은 계속될 듯
[서울=뉴스핌] 심지혜 기자 = 8K TV가 출시 4년차를 맞았지만 여전히 시기상조라는 분석이 나온다.
글로벌 TV 시장 1위 업체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8K TV 시장이 열리면서 올해 세계 최대 가전 전시회 CES2020에서는 LG전자와 중국·일본 업체들도 앞다퉈 신제품을 선보였지만 당분간 점유율은 1%를 넘어서지 못할 것이란 관측이다.
27일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8K TV는 오는 2023년까지 1%가 채 안되는 점유율을 유지할 것으로 집계됐다.
8K TV 성장률은 높은 편이다. 8K TV는 사실상의 출시 첫해였던 2017년 2400대와 2018년 1만8600대 지난해 12만7200대(잠정) 판매됐으며 올해 32만대에서 2022년 120만대, 2023년 190만대로 예상된다.
이에 반해 전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히 미미하다. 판매량 100만대를 돌파할 것으로 기대되는 2022년에도 점유율은 0.52%에 불과하다. 이듬해에도 사정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판매량은 60%나 늘겠지만 비중은 0.86%에 그친다.
8K TV 패널 판매량 전망치도 낮아지는 분위기다. 지난해 1분기에는 올해 8K 패널 출하량이 100만대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됐으나 최근에는 내년에 가능한 것으로 조정됐다.
상황은 4K와 대조된다. 지난 2011년 첫 등한 4K TV는 2년 만에 100만대를 돌파(160만6000대)했으며 2014년에는 10배인 1168만대, 지난해에는 1억1519만대(잠정)가 팔렸다. 8년 만에 판매량 1억대라는 기록을 깬 것이다. 반면 8K는 4K가 2년 만에 깬 기록을 5년이 지나야 달성하게 된다.
더 높은 화질의 TV가 등장했음에도 출시 10년차인 4K TV가 계속해서 전성기를 유지하는 셈이다. 이에 따라 4K TV 비중은 지난해 52%에서 올해 57%, 2023년 64%로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8K TV가 더딘 성장을 보이는 데에는 부족한 콘텐츠와 높은 가격이 주된 이유로 지목된다. 콘텐츠의 경우 최근 인공지능(AI) 업스케일링 기술이 발전하며 4K 화질을 8K로 높여줄 수는 있지만 특히 가격은 상당한 걸림돌이다.
일례로 삼성전자가 최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미국에서 판매하고 있는 TV 가격을 비교해 보면, 65인치 기준 4K TV 최저가는 480달러다. 반면 같은 크기의 8K TV는 2000달러를 할인해도 3000달러다.
권성률 DB증권 연구원은 "올해 많은 업체들이 8K TV를 선보이고 있지만 향후 몇 년간 콘텐츠를 확보하기 어렵다는 점, 여전히 경쟁력 있는 4K TV의 아성, 비싼 가격 등으로 인해 성패를 좌우할 요소가 되진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올해 도쿄 올림픽에서 8K 방송이 송출되면서 관심이 높아질 수는 있겠지만 이제는 화질 위주의 TV 경쟁은 큰 의미가 없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비록 8K TV 시장이 4K TV에 비해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업계에선 시장 선점을 위한 경쟁은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TV 업계 한 관계자는 "시장 전망이 다소 어두울 수는 있으나 초기 시장 선점은 상당히 중요하다"며 "최근 삼성전자와 LG전자가 8K TV를 두고 치열한 공방전을 벌인 것도 이같은 이유다. 가격의 경우 경쟁 업체들이 늘어나면 자연히 떨어질 것"이라고 해석했다.
sj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