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중앙통신, 26일 김정은 일가 사진 공개…김경희 건재 입증
김정은, '백두혈통' 공개활동으로 내부결속·정통성 강조하려는 듯
[서울=뉴스핌] 하수영 기자 = 지난 2013년 12월 남편 장성택이 처형된 이후 모습을 감췄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고모 김경희가 6년 만에 모습을 드러냈다.
26일 북한 노동당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은 설 명절을 맞이해 김 위원장이 부인 리설주와 함께 지난 25일 삼지연 극장에서 기념공연을 관람했다고 밝혔다.
26일 북한 노동당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은 설 명절을 맞이해 김 위원장이 부인 리설주와 함께 지난 25일 삼지연 극장에서 기념공연을 관람했다고 밝혔다. 앞줄 맨 왼쪽부터 최룡해, 김정은, 리설주, 김경희, 김여정. [사진=조선중앙통신] |
이날 통신이 공개한 김 위원장의 동석자 명단에는 남편 장성택의 처형 이후 종적을 감춘 고모 김경희가 있어 주목된다. 통신은 "최룡해 동지, 김경희 동지, 리일환 동지, 조용원 동지, 김여정 동지, 현송월 동지가 공연을 관람했다"고 전했다.
통신은 이와 함께 김 위원장이 공연을 관람하는 사진도 공개했다. 사진을 보면 김경희는 김 위원장과 리설주, 김여정의 사이에 앉아 공연을 관람하고 있다.
김경희는 김일성 전 주석의 딸이자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의 여동생으로 김정일 체제에서 핵심 인사로 활동하고 김정은 집권 이후에도 후견인 역할을 했던 인물이다.
그러나 남편의 처형 이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숙청설 및 사망설이 제기됐다. 김경희의 남편인 장성택은 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위원, 국방위원회 부위원장, 최고인민회의 제12기 대의원 등 주요 직위를 두루 거친 북한 고위인사였지만 2013년 12월 3일 모든 직위에서 배제되고 출당 조치를 당했으며, 같은 달 12일 특별군사재판 후 사형이 집행돼 사망했다.
김경희도 2013년 9월 9일 김 위원장과 함께 한 정권 수립 65주년 경축 노농적위군 열병식에 참석하고 조선인민군내무군협주단 공연을 관람한 것 이후로는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그러나 이날 모습을 드러냄으로써 그간의 소문을 잠재우고 건재함을 입증한 셈이 됐다.
[서울=뉴스핌] 노민호 기자 = 조선중앙통신은 지난해 12월 28일부터 31일까지 당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열린 제7기 제5차 전원회의 소식을 지난 1일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전원회의에서 "이제 세상은 곧 멀지 않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보유하게 될 새로운 전략무기를 목격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사진=조선중앙통신] 2020.01.01 noh@newspim.com |
한편 이날 김 위원장이 김경희, 김여정 등 이른바 '백두혈통'과 함께 설 명절 기념 공연을 관람한 것은 최근 북‧미 협상 교착 국면에서 정면돌파전을 강조해 온 것의 연장선상에서 내부 결속을 다지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통신은 "지금은 부닥친 온갖 난관을 과감한 정면돌파전으로 뚫고 나갈 불멸의 공격사상을 제시하고 그 진두에서 빛나는 예지와 위대한 영도력으로 사회주의조국의 승리적 전진을 힘차게 향도함으로써 세련된 혁명의 참모부로서의 위대한 우리 당의 존엄과 권위와 전투력이 그 어느 때보다 비상히 떨쳐지고 있는 역사적 시기"라고 언급했다.
이어 "이런 때 우리의 운명이시고 미래이시며 모든 승리와 영광의 기치이신 존엄 높은 우리 당 위원장동지를 몸 가까이 모시고 뜻 깊은 설 명절 기념공연을 보게 된 관람자들은 끝없는 감격과 환희에 휩싸여있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장성택 당 행정부장 처형 이후 7년 만에 노동신문 1면에 건재한 김경희를 등장시켜 김정은, 리설주, 김여정과 함께 나란히 찍은 얼굴사진을 전체 주민들에게 보여준 것은 설 명절을 맞이해 백두혈통의 단합된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내부 결속을 더욱 확고히 다지려는 의도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이어 "내부결속을 이끌어내는 것은 물론 김정은에 대한 지도자로서의 정통성과 정당성을 확고히 다지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에 따른 조치일 가능성도 크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앞으로 좀더 두고 봐야 하겠지만 '백두의 혁명정신'을 강조하면서 당 전원회의에서 결정한 정면돌파전을 통해 10월 10일 당 창건 75주년 기념일에 승리를 선언하고자 하는 김정은 입장에서 '백두혈통'의 어른인 김경희를 본격적으로 활용할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도 해석된다"고 덧붙였다.
suyoung071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