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숙혜의 월가 이야기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중국에서 번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아시아 신흥국의 외환시장을 강타했다.
트레이더들이 공격적인 하락 베팅에 나선 가운데 태국 바트화가 급락했고, 그 밖에 주요 통화도 동반 약세를 연출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발원지인 중국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시에서 의료시설이 부족해져 우한국제컨퍼런스전시센터를 임시병원으로 전용해 환자들을 돌보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바이러스 확산에 관광업과 소매업, 제조업까지 주요 산업이 마비된 가운데 특히 중국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신흥국의 경제적 타격이 클 것이라는 관측이다.
6일(현지시각) 로이터의 조사에 따르면 글로벌 외환 트레이더들의 아시아 통화 하락 베팅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특히 태국 바트화에 대한 '숏'이 2019년 5월 이후 최고치를 나타냈고, 중국 위안화와 한국 원화에 대한 하락 베팅 역시 지난해 10월 중순 이후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싱가포르 달러화와 인도 루피화, 필리핀 페소화 역시 트레이더들의 '팔자'가 집중됐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으로 인한 중국 공급망 교란이 아시아 신흥국의 실물경기에 한파를 일으킬 것이라는 우려가 외환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실제로 이들 지역의 통화는 가파른 내림세를 나타내고 있다. CNBC에 따르면 바트화는 연초 이후 달러화에 대해 4.1% ㄱ브락했다.
지난해 7.9% 상승하며 지구촌 주요 통화 가운데 두각을 나타냈던 바트화는 예기치 않은 비경제적 악재에 직격탄을 맞았다.
싱가포르 달러화 역시 지난 5일 하루에만 미 달러화에 대해 2년래 최대 폭으로 하락, 지난해 10월 이후 최저치로 밀렸다.
이날 런던 외환시장에서 장 후반 싱가포르 달러/미 달러 환율은 0.722달러까지 후퇴했다. 싱가포르 중앙은행이 바이러스 충격으로 인해 통화 가치가 추가로 하락할 수 있다고 언급하면서 '팔자'를 부추겼다.
중앙은행의 금리인하 움직임도 통화 가치 하락에 무게를 실어주고 있다. 태국 중앙은행은 6개월만에 금리인하를 단행, 기준금리를 1.0%로 내렸다. 이는 사상 최저치에 해당한다.
이어 필리핀 중앙은행 역시 기준금리를 4.00%에서 3.75%로 0.25%포인트 인하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의 확산에 따른 경제 충격에 대응하기 위한 결정이라는 설명이다.
반면 인도 중앙은행은 레포 금리와 역레포 금리를 각각 5.15%와 4.9%로 동결했다. 경기 하강 기류가 뚜렷하지만 인플레이션 리스크에 발목을 붙잡혔다는 분석이다.
지난 12월 인도의 소비자물가지수는 7.35% 상승해 5년래 최고치를 나타냈다. 음식료 가격이 물가 상승을 주도했다.
이날 인도 중앙은행은 금리를 동결한 한편 올해 상반기 성장률 전망치를 5.5~6.0%로 제시했다. 이는 지난해 말 예상치인 5.9~6.3%에서 하향 조정한 수치다.
시장 전문가들은 아시아 신흥국의 중국 의존도가 투자 심리를 악화시키는 동시에 실물경기를 압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프랑스 투자은행(IB) 나틱시스의 트린 응유옌 이코노미스트는 CNBC와 인터뷰에서 "태국의 중국 관광 비즈니스와 수출이 각각 GDP의 2.7%와 6%를 차지한다"며 "과도한 중국 의존도가 후폭풍을 일으킬 것"이라고 내다봤다.
은행은 올해 태국 경제 성장률이 2.2%까지 후퇴할 가능성을 제시했다. 이는 태국이 세계은행(WB)에 제시한 목표치인 5%에 크게 미달하는 수치다.]
higrace5@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