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손회사 에어부산, 황금알일까 계륵일까
"자회사 격상 vs 재매각" 복잡한 속내
[서울=뉴스핌] 김유림 기자 = 항공업계가 역대급 위기를 맞이하면서 아시아나항공의 자회사 에어부산의 거취에 관심이 집중된다. 당초 시장에선 HDC현대산업개발이 에어부산을 재매각할 것이란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업황 부진이 이어짐에 따라 인수자가 나오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셈이 복잡해지고 있다.
13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사태로 한국-중국 노선의 80% 이상이 중단되거나 감편됐다. 사드 및 일본 불매 운동까지 버텨냈던 대형항공사들까지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다.
특히 얼마 전 HDC현대산업개발(HDC현산)이 인수한 아시아나항공은 연결 기준 작년 영업손실 4274억원으로 적자 전환을 기록했다. 중국 노선이 전체 매출에서 19%에 달하는 만큼 올해 역시 고난의 행군을 이어갈 전망이다.
아시아나항공의 자회사 에어부산과 에어서울 역시 적자폭이 크게 늘어났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에어부산은 앞선 3분기 누적 적자 359억원에 4분기 예상 적자 250억원을 합산해 지난해 총 600억원 가량의 적자를 추산한다. 에어서울은 2016년 설립 이후 단 한번도 흑자를 낸 적이 없으며, 올해 적자폭이 확대됐을 것으로 예상된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해 2조원 가량을 투입했다. 유상증자 4000억원을 비롯해 공모회사채 발행(3000억원), 차입금(8026억원), 자체 보유 현금 5000억원을 등을 통해 자금을 투입한다.
이처럼 대규모 자금을 조달했지만, 당장의 재무안정성에 부정적인 영향은 없을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HDC현대산업개발이 100% 자회사인 에어서울만 남기고, 44.2%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에어부산을 재매각해 자금을 확보할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면서 HDC그룹 지배구조는 지주사 HDC→현대산업개발→아시아나항공→아시아나항공 자회사 체제로 재편됐다. 아시아나항공 자회사는 에어부산, 아시아나IDT, 에어서울, 아시아나개발, 아시아나세이버, 아시아나에어포트 등 6개 회사는 지주사인 HDC의 증손회사가 된다.
공정거래법에는 증손회사로 편입될 경우 지주회사가 2년 이내에 지분 100%를 확보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HDC현대산업개발은 에어부산 타주주 지분율 45%가량을 추가로 매입하거나 재매각해야 한다.
엄경아 신영증권 연구원은 "상반기 코로나바이러스 영향 때문에 다들 영업이익이 좋지 않아서 자본금에 대한 걱정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며 "HDC현대산업개발이 저가항공 사업을 계속 가져간다면 100% 자회사인 에어서울만 남기고 에어부산은 매각하는 것이 오히려 이익이 될 것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최고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저비용항공사(LCC) 실적이 안 좋고 대내외 악재가 계속 나오면서 자연스럽게 다시 에어부산이 매물로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것 같다"며 "여러 악재가 있는 지금은 아니더라도 업황이 나아지고 나서 매각 작업을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다만 올해 신규 진입하는 곳까지 더해 총 11곳이 한정된 수요에서 경쟁하는 상황에서 인수자가 쉽게 나오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다는 게 증권가의 대체적인 진단한다. 인수 유력 후보였던 애경그룹이 이스타항공 인수로 이탈했을 뿐만 아니라 티웨이항공까지 LCC들의 매각설이 끊이지 않고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또 부산을 기반으로 32개 국제선 노선을 운영하며 김해국제공항에서 시장점유율 35%를 차지하는 에어부산을 매각하면, 경쟁사의 추격을 받을 위험이 높다.
아시아나항공의 에어부산 보유지분 44.2%이외에 2대주주 부산광역시를 비롯해 넥센, 부산롯데호텔, 부산은행 등이 주요 주주로 있다. 아시아나항공이 100% 자회사로 만들기 위해서는 1700억원 가량을 직접 추가 투입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합병을 진행할 경우 부산 지역 향토기업인 에어부산 측 주주들의 거센 반발이 불 보듯 뻔하다.
[서울=뉴스핌] 백인혁 기자 = 정몽규 HDC현대산업개발 회장이 지난해 11월 12일 오후 서울 용산구 현대산업개발 본사 대회의실에서 아시아나 항공 인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19.11.12 dlsgur9757@newspim.com |
항공업계 관계자는 "면세점 사업이 대내외 악재에 수요보다 공급이 넘쳐나는 탓에 적자 경쟁을 이어가다가 줄줄이 문을 닫았다. 항공사들도 치킨게임으로 치닫는 상황이며, 에어부산이 김해공항 거점이라는 장점이 있어도 쉽게 인수자가 안 나오거나 제값을 받지 못할 것"이라며 "차라리 에어서울과 에어부산을 합병해 몸집을 키워나갈 것이란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달 15~29일 아시아나항공은 국내 정규직 객실 승무원을 대상으로 희망휴직 신청을 받고 있다. 에어서울도 지난 6일부터 19일까지 전체 직원을 대상으로 최소 2주에서 3개월까지 희망자에 한해 휴직할 수 있도록 했다.
이처럼 영업 정상화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아시아나항공의 실적이 HDC현대산업개발에 반영되면 재무리스크는 높아지게 된다. 항공사업 자체가 수익성이 높지 않다는 점에서 향후 에어부산 지분 해소 향방이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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