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아 전 부사장, 공식 석상에 나서지 않기로
한진그룹, '조현아 연합' 프레임 씌우기
[서울=뉴스핌] 구윤모 기자 = 한진그룹 경영권을 놓고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분쟁 중인 '3자 주주연합'이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숨기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땅콩 회항' 사태로 대내외 여론이 좋지 않은 조 전 부사장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으며 '선 긋기'에 나선 것이다. 조 전 부사장도 당분간 대중 앞에 나서지 않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반면 한진그룹은 주주연합에 '조현아 프레임'을 씌우는 데 주력하고 있다. '조현아 연합' 이미지를 강조해 향후 여론전에서 주도권을 선점하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사진=한진그룹> |
◆ 조현아 측 "전면에 나설 계획 없어...주주 역할 충실"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주주연합의 핵심인 조 전 부사장은 이번 주총을 앞두고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을 계획이다.
조 전 부사장의 법률대리인 법무법인 원 관계자는 "조 전 부사장의 의견은 3자 주주연합 공동 입장을 통해 밝히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한다"며 "앞에 나서서 이야기하기 보다는 주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 전 부사장은 전날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강성부 펀드)가 주최한 '한진그룹 정상화를 위한 주주연합 기자간담회'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조 전 부사장이 '경영 복귀는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고 있음에도 한진그룹 내 노동조합 등 대내외에서는 이를 믿지 않는 분위기다. 여론 반전을 위해 조 전 부사장이 적극적인 입장 표명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으나 최대한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것이 더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서울=뉴스핌] 백인혁 기자 = 강성부 KCGI 대표가 20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글래드 호텔에서 열린 '한진그룹 정상화를 위한 주주연합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20.02.20 dlsgur9757@newspim.com |
◆ KCGI "'조현아 연합' 아닌 '3자 주주연합'...경영 복귀도 없다" 선 긋기
전날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강성부 KCGI 대표는 자신들이 '조현아 연합'이 아닌 '3자 주주연합'이며, 조 전 부사장의 경영 복귀도 없다는 점을 지속적으로 강조했다.
그는 "언론에서 자꾸 '조현아 연합'이라고 한다"며 "최대 주주인 KCGI가 뒤로 빠지고 조현아 씨가 앞으로 나오는 부분에 약간 섭섭한 생각이 든다. '주주연합'으로 불러 달라"고 당부했다.
아울러 "주주연합은 서로 사심을 비우기로 했다"면서 "경영에 참여하지 않고 서로 일만 하자는 것이 우리 합의의 핵심"이라며 조 전 부사장의 경영 복귀 가능성도 일축했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강 대표의 발언을 두고 주주연합의 '조현아 숨기기'가 본격화 됐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조 전 부사장이 한진 오너 일가라는 상징성을 갖고 있지만, '땅콩 회항' 이미지 등 그로 인한 여론 악화가 점차 심화하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최근 사내이사 후보로 추천했던 김치훈 전 한국공항 상무가 자진사퇴한 것도 이 같은 움직임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시각이 나온다. 김 전 상무가 조 전 부사장의 측근으로 분류된 인물임에도, 그가 조 회장 등 현 경영진에 대한 지지 입장을 표명하며 주주연합을 바라보는 시선은 더욱 싸늘해지는 분위기다.
[영종도=뉴스핌] 이한결 기자 = 조원태 대한항공 대표이사 회장이 30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우한 폐렴) 발원지인 중국 후베이성 우한과 인근 지역 체류 한국인을 국내로 데려올 정부 전세기에 탑승하기 위해 들어서 취재진에 답변하고 있다. 2020.01.30 alwaysame@newspim.com |
◆ 한진그룹, '조현아 연합' 프레임 씌우기...치열한 여론전
상황이 이렇자 한진그룹은 주주연합에 '조현아 프레임'을 씌우는 데 주력하고 있다. 경영권 분쟁이 일반 주주들의 표심 싸움으로 접어든 상황에서 여론전의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최상의 공격 카드가 될 수 있어서다.
한진그룹은 전날 KCGI의 기자간담회 이후 발표한 성명문에서 시종일관 '조현아 주주연합'이라고 표현하며 이들이 조 전 부사장을 중심으로 한 집단이라는 점을 수차례 강조했다.
특히 "조 전 부사장의 경우 항공보안법, 관세법, 출입국관리법에 따른 유죄판결을 받았으며 아동학대 혐의로 기소되고 이혼소송도 진행 중"이라며 "하지만 조현아 주주연합이 오로지 배임·횡령죄에 대해서만 명시한 것은 조현아 복귀를 위한 꼼수"라며 조 전 부사장을 향한 공격에 초점을 맞췄다.
이처럼 조 전 부사장을 최대한 숨기려는 주주연합의 전략에 맞서 한진그룹은 그를 전면으로 내세우기 위한 여론전이 주총 전까지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조 전 부사장은 한진 오너 일가라는 상징성도 있지만, 동시에 부정적인 여론도 커 '양날의 검'"이라며 "조 전 부사장을 놓고 양 측이 여론전에서 우위에 서려는 움직임이 주총 전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iamky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