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스토브리그' 조병규가 쟁쟁한 선배들 가운데서 보란 듯 제 몫을 해냈다. 남궁민, 박은빈, 조한선, 오정세 등과 호흡하며 극에 웃음과 활기를 불어넣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최근 종영한 SBS '스토브리그'를 마치고 사이판으로 포상 휴가를 다녀온 조병규를 만났다. 드라마가 막을 내린 지 열흘가량 지났지만 아직도 드라마에 애정이 가득해 보였다. 누군가는 쉽지 않을 거라 예측했던 스포츠, 오피스 장르 드라마를 기분좋게 끝냈다는 뿌듯함이 엿보였다.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2020.02.26 jyyang@newspim.com |
"작년 한 해의 마무리와 올해의 시작을 '스토브리그'로 할 수 있어 감사하고 영광이에요. 드라마팀 막내였는데 선배들 보면서 많이 성장하는 학습의 장이었어요. 정말 감사한 촬영장이었죠. 아직 저는 나이도 어리고 현장에서 제 생각을 가감없이 말해서 신을 만들고 협의하는 과정이 미숙하거든요. 선배들 보면서 오히려 솔직히 말하고 좋은 장면이 나오는 걸 보다보니 배우에게 필요한 점을 많이 보고 듣고 배웠어요. 선배들 연기에 자극 받은 건 물론이고요. 인간적으로나 배우로서 성숙할 수 있는 기회였죠."
스포츠, 그것도 야구를 소재로 한 드라마라니. 방영 전부터 반신반의하는 이들이 많았다. 5%대 시청률로 출발한 이 드라마는 무려 20%에 육박하는 시청률로 종영하며 흥행했다. 조병규는 "웰메이드 드라마가 될 거란 확신은 있었다"고 출연을 결정할 때의 심경을 털어놨다.
"대본을 처음 받고 읽는데 서사가 탄탄하고 구성도 좋았어요. 흥행 요건 같은 건 잘 모르지만 좋은 드라마가 될 거라고 생각했죠. 적어도 야구 마니아들은 좋아해주실 거란 생각도 들었고요. 사실 그렇지 않은 분들조차 이 드라마를 사랑해주고 응원할 거라곤 예상 못했어요. 개인적으로 구기 종목은 다 즐겨봐요. 야구도 아예 문외한은 아니었지만, 보통 야구 경기 장면만 보잖아요. 드라마를 하면서 그 모든 결과와 과정이 다 비시즌에 이뤄진다는 걸 알게 됐죠. 비시즌에 어떻게 보내느냐가 경기력으로 다 나온다는 걸 알게 되고, 경기 외에 많은 노력들이 있었구나, 새롭게 배웠어요."
조병규가 연기한 한재희는 금수저 집안 자제이자, 낙하산으로 구단에 들어온 직원이다. 이세영(박은빈) 팀장에게 은근한 호감도 있다. 연기하면서 조병규는 "시종일관 진지한 톤의 드라마를 라이트하게 만들 수 있는 역할이라 좋았다"고 이신화 작가에게 감사했다.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2020.02.26 jyyang@newspim.com |
"배우로서 드라마 분위기를 조금 가볍고 밝게 해줄 수 있는 역이었어요. 톤이 굉장히 진지한 드라마다보니 제가 허술하게 나사빠진 장면이나 세영 팀장과 티키타카를 보여주면서 쉬어갈 틈을 줄 수 있었죠. 사실 이 작품은 캐릭터를 뛰어넘을 만큼 대본의 서사와 구조가 탄탄해서 매료됐어요. 그래서 출연했죠. 재희는 어떻게 보면 노력하는 금수저예요. 가장 응원이 됐던 댓글이 기억나요. '낙하산, 재벌3세'라는 키워드가 불호 쪽에 가깝잖아요. 어떤 분이 '낙하산에 재벌 3세라는데 안심이 됐던 건 네가 처음이야'라고 써주셨는데 힘이 많이 됐죠. 잘 하고 있구나 싶었고 라이트한 면이 대중에 호의적으로 다가갈 수 있는 계기가 돼서 좋았어요. 재밌게 연기했고요."
그런 한재희와 조병규가 닮은 점이 있을까. 그는 "밝고 쾌활하고 명랑한 성격은 아니다"면서도 약간 허술한 면이 있다고 인정했다. 정동윤PD도 바로 그 점을 보고 캐스팅한 게 아닐까 추측하기도 했다.
"재희는 세영 팀장을 향한 동경과 호감 정도로 회사를 다니던 친구예요. 백승수 단장 오면서 희망을 갖고 스스로 일을 찾아 잘 해내갈 수 있었죠. 제가 재희의 밝은 면을 많이 닮지는 않은 것 같아요. 약간 비슷한 건 허술하고 허당같은 면이죠. '나 혼자 산다'에서 보셨듯 그게 저예요. 감독님도 그런 걸 보고 캐스팅했다고도 하셨어요. 하하. 좀 열심히는 하는데 허술해요. 오히려 일하는 스타일은 처음에 대충하다가 점점 진심이 돼가는 재희랑은 달라요. 애초에 시작할 거면 끝을 보자는 타입이죠. 철두철미하게 하고 싶어하지만 어쩔 수 없는 허술함. 뭐든 잘하고 싶은 마음이 처음부터 있어서 열의가 넘치고, 지금까지 쉬지않고 계속 일을 하려는 부분도 있는 것 같아요."
워낙 야구팬들과 드라마 골수팬들의 지지를 받은 덕에 '스토브리그' 시즌2가 나왔으면 하는 시청자 바람도 크다. 그 역시도 "가능하면 너무 하고 싶다. 무조건 할 것"이라고 애정을 드러냈다. 이 부분은 박은빈과도 겹친다. 조병규는 박은빈과 함께 시즌2에서는 조심스레 승진을 노리고 있었다.
"거의 마지막 엔딩 때 재희가 운영팀장이라고 생각하며 연기했고, 세영 누나는 단장이라고 생각하며 연기하지 않았나 싶어요. 하하. 승진해야죠. 선수 연기했던 형들이랑 사이판 갔을 때 진짜 시즌2 결정되면 꼭 하고 싶다고 얘길 나눴어요. 그정도로 작품과 캐릭터에 대한 애착, 같이 한 배우들에 대한 애정이 컸죠. 시즌2 가능성을 우리가 말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기획이 꼭 됐으면 해요. 작가님은 사실 시즌2를 한다면 어떻게 야구계의 문제들을 짚어내 사이다 전개를 보여줄 수 있을지 고민하시는 것 같아요."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2020.02.26 jyyang@newspim.com |
지난해 초 JTBC 드라마 '스카이캐슬'에서 대중에 얼굴을 두루 알렸지만, 조병규의 경력은 그렇게 짧지 않다. 스스로 70번째 작품 정도를 했다는 그는 현재 위치에 온 걸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이따금씩 지었다. 이름이 알려지면서 약간은 겁도 많아졌다.
"70개 넘는 하나 하나가 소중한 기회였어요. 보조 출연으로 시작했지만 여기까지 온 과정이 선배들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할 수는 있죠. 그래도 또래에 비해서는 열심히 살았고 필모에 대한 자부심도 있어요. 더 어려울 땐 정말 작품 하나가 소중했죠. '스카이캐슬도' 거의 60번째 작품이었는데 워낙 대박이 나서 그 뒤로 쭉 호의적으로 잘 봐주신 것 같아요. 정말 기적같은 일이죠. 제가 잘해서 된 건 전혀 없는 것 같아요. 예전엔 잃을 게 없고 계속 어떻게든 소비돼야 하고 각인이 돼야 하다보니 겁이 없었어요. 조금씩 이름이 알려지면서 겁이 생겼죠. 선택에 신중해진다고 해야 할까요. 좋은 점도 있지만 과감해야할 때 자기검열을 하게 되기도 해요. '스토브리그'를 하면서도 스스로 검열하게 되는 때들이 있었어요. 연기할 땐 좀 과감하게 선택하고 보여드리고 싶어요."
과거 필모그래피를 떠올리며 조병규는 학생 역으로 '스카이캐슬'에서 주목받게 된 일도 들려줬다. 다양한 역할을 거쳐왔지만 지금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역할에 먼저 도전해보고 싶다는 게 당장 그의 생각이다. 지금의 조병규를 있게 한 흥행작 속 역할을 향한 감출 수 없는 애정도 조금은 있을 터였다.
"예전엔 현장에서 제 연기만 잘하면 된다 생각했어요. 잘해서 잘 보여드리는 것에 급급했죠. 이제는 상대방과 호흡이 잘 맞아야하고 스태프들과 관계도 중요하다는 걸 알아요. 계속 성숙해져가는 과정이고, 인간 조병규의 선택도 배우로서 선택으로 비쳐지게 마련이죠. 떼려야 뗄 수 없는 숙명이고 좋은 영향력을 끼쳐야 한다는 책임감이 들어요. 예전엔 목소리가 굵어서 20대 초반에 30대 역도 맡고 그랬어요. '스카이캐슬'이 워낙 잘돼서 학생 이미지가 생겼죠. 직후에는 조금 피하고 싶었는데, 더 나이들기 전에 청춘물이나 학원물을 해보고 싶어요. 한두살 더 먹으면 교복입은 제가 너무 꼴보기 싫을 것 같거든요. 하하. 지금이 적기인 것 같아요. 제안을 주시면 고민도 없이 넙죽 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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