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라바마·조지아주도 감염 확산…팰리세이드·텔루라이드 판매 악영향
"글로벌 경영 전략 빠르게 재검토해야"
[서울=뉴스핌] 김기락 기자 = 미국에서 현지 공장을 운영 중인 현대·기아자동차가 속을 태우고 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워싱턴을 비롯해 미국 전역으로 겉잡을 수 없이 퍼지고 있어서다.
중국 부품 공장 가동 중단이 국내 완성차 공장 가동 중단으로 이어져 생산 차질을 겪은 만큼, 전 세계 코로나19 확산에 미국 등 해외 공장의 '셧다운' 우려가 고조되는 것이다.
◆ 美 코로나19 확진자 증가세...현대·기아차 '초긴장'
13일 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미국 코로나19 확진자는 전일 오전 기준 1004명으로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전 세계 코로나19 감염자가 110여개국 12만6000명을 넘어선 가운데 세계보건기구(WHO)는 이날 코로나19에 대해 결국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선언했다.
워싱턴주에는 279명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고, 사망자도 24명에 달한다. 지역별 확진자 규모는 ▲워싱턴(279명) ▲캘리포니아(178명) ▲뉴욕 173명 등이다.
기아차 공장이 자리한 조지아주에서도 17명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왔다. 현대차 공장이 있는 앨라배마 주위의 테네시주, 루이지에나주 등 지역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늘어나는 탓에 현대·기아차는 긴장을 조금도 늦출 수 없는 상황이다.
연간 생산 규모는 앨라배마 공장 37만대, 조지아 공장 34만대 수준으로, 싼타페와 쏘렌토 등 현대·기아차 대표 차종을 생산하고 있다. 현대·기아차 내부적으론 주저앉은 내수 시장에 이어 해외 시장까지 불투명해 코로나19 확산 추이만 바라볼 뿐이다.
[서울=뉴스핌] 김기락 기자 = 기아차 미국 조지아공장 전경 [사진=기아차] 2020.03.12 peoplekim@newspim.com |
현대·기아차가 속타는 이유는 또 있다. 지난해 현대차 팰리세이드와 기아차 텔루라이드 등 SUV를 미국에 출시하면서 성장세를 탔고, 같은해 10월 이후 판매 실적이 5개월 연속 고공행진을 보였기 때문이다.
단적으로 현대·기아차는 지난달 미국에서 10만6777대를 판매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17.9% 증가한 것으로, 현대·기아차 2월 판매량으로는 역대 최대 기록이자, 10만대 돌파도 2016년 이후 4년 만이다.
현대차는 지난달 전년 동기 대비 15.8% 많은 5만4600대를 팔았다. 최다 판매 차종은 준중형 세단 아반떼로 1만86대 판매됐다. 이어 ▲투싼(9594대) ▲코나(7092대) ▲팰리세이드(6967대) 등 SUV 판매량이 증가했다.
기아차 성장율은 현대차 보다 더 높다. 기아차는 지난달 5만2177대 판매, 지난해 같은 기간에 견줘 20.2% 뛰었다. 스포티지(7934대)와 텔루라이드(6754대)의 증가세와 함께 지난달부터 셀토스(2798대)도 가세한 결과로 해석된다.
◆ 국내 공장 생산 차질 약 4조원 추산...해외 공장 '셧다운' 우려
지난달 이어진 코로나19 습격에 현대·기아차는 국내 공장을 겨우 정상화했으나 해외 공장마저 셧다운 될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코로나19 직격탄을 받아 지난달 실적이 급감했다. '와이어링 하니스(wiring harness)'를 생산하는 중국 부품 공장으로부터 공급이 끊겨 국내 전 공장이 문을 닫는 '셧다운' 사태가 이어졌다.
이로 인해 내수는 물론 수출 감소도 피하지 못했다. 현대·기아차 국내 공장이 3일에서 10여일간 휴업하게 되면서 생산 차질이 빚어졌기 때문이다. 국내 공장 생산 차질에 350여 1차협력사와 5000여 2·3차 협력사까지 직간접적 피해를 보게 됐다.
[서울=뉴스핌] 김기락 기자 = 미국 코로나19 확진자 현황 [그래픽=홍종현 미술기자] 2020.03.12 peoplekim@newspim.com |
현대차는 내수 3만9290대, 해외 23만5754대 등 총 27만5044대를 판매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12.9% 감소한 수치로, 내수는 수요 위축에 따라 26.4% 감소한 3만9290대에 그쳤다. 기아차도 내수 2만8681대, 해외 15만9163대 등 5.0% 감소한 18만7844대를 판매했다. 내수는 13.7%, 해외는 3.2% 각각 감소했다.
코로나19 피해는 공장별, 생산라인별 생산량과 판매 차종이 다른 만큼 차질 규모를 정확히 추산하기 어려울 정도다. 공장을 재가동했지만 가동률 차이 등 남아있는 변수가 많다.
김진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현대차 1분기 매출 차질은 2조4000억원, 기아차 매출 차질은 1조5000억원으로 추산했다. 영업이익 차질 예상치는 현대차 2400억원, 기아차 1200억원이다.
현대·기아차는 국내에서 겪은 코로나19 충격파가 미국 등 해외 시장으로 번질지 우려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코로나19 미국 확산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기아차가 중국 시장 부진을 위해 미국과 인도 등 국가를 전략적으로 집중해왔다는 점에서 미국과 유럽 등 코로나19 확산에 글로벌 경영 전략을 빠르게 재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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