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영화 극장개봉 형태 새 국면 맞을 가능성"
[서울=뉴스핌] 장주연 기자 = 영화 '사냥의 시간'이 코로나19 여파를 견디지 못하고 넷플릭스로 향했다. 극장 개봉 없이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공개를 택한 첫 상업영화인만큼 이번 사례가 영화계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관심이 쏠린다.
[서울=뉴스핌] 장주연 기자 = [사진=리틀빅픽처스] 2020.03.25 jjy333jjy@newspim.com |
앞선 23일 '사냥의 시간' 측은 4월 10일 넷플릭스를 통해 영화를 단독 공개한다고 알렸다. 원인은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다. 이 영화는 당초 2월 26일 극장에 선보일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로 개봉을 연기했다. 하지만 이후 코로나19 확산세는 더 거세졌고 결국 투자·배급사는 극장 개봉을 포기, 넷플릭스란 차선책을 택했다. 마케팅 비용을 다시 투입하지 않고 순제작비를 거둬들일 수 있으니 투자·배급사 입장에선 위험부담이 덜하다.
문제는 이것이 가져올 파장이다. 예상치 못한 변수와 그에 따른 불가피한 선택이었더라도 이를 계기로 향후 비슷한 사례가 뒤따를 가능성이 있다. 코로나19로 극장 개봉일을 못잡은 영화만 50여편이나 되는 반면 넷플릭스 등 OTT 수요는 계속 증가하기 때문이다.
확인 결과 '콜' '결백' '침입자' 등 개봉 미정의 국내 상업영화들은 여전히 극장 개봉을 고집하고 있다. 다만 상황이 상황인 만큼 OTT 공개 가능성을 0%라고 확신할 순 없다.
윤성은 영화평론가는 "코로나19가 장기화됨에 따라 극장이 아닌 다른 채널을 통해 영화를 배급하는 사례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며 "시의성 때문에 개봉을 계속 미룰 수만은 없는 영화도 있고 올 상반기 개봉을 염두에 두고 홍보 마케팅을 계속해온 경우도 있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17일 오전 서울 송파구의 한 영화관이 코로나19 여파로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20.03.17 mironj19@newspim.com |
극심한 보릿고개에 시달리는 극장 입장에선 걱정이다.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이번 주 영화관을 찾은 전체 관객수는 일평균 2만5000여명에 불과하다. 박스오피스 1위는 한 달째 변동이 없다. 이처럼 관객수 감소에 신작 부재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사냥의 시간'과 같은 사례는 우려스러울 수밖에 없다.
극장 관계자는 "고육지책인 걸 안다. 지금 극장 개봉을 고집하기도 어렵다. 그러나 신작을 기대했을 관객이 있고 영화는 제작부터 상영까지 한 몸처럼 상쇄하는 구조인데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어 "흥행 악재로 순제작비 100억원대의 중형작이 이렇게 쉽게, 스스로 부가시장에 넘어간다면 이 사태 후에도 영향을 줘 비슷한 규모의 작품들을 잃어버릴 수 있다. 대형작 쏠림현상이 더 심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결국 영화시장 전반의 위기다. 정지욱 영화평론가는 "코로나19에 따른 가장 큰 문화적 변화는 적정 수순에서 멈출 거라 예상한 OTT시장이 가열돼 오히려 자리를 잡는 거다. 특히 '사냥의 시간'이 외부(이중계약 논란) 문제를 잘 해결해 성과를 낸다면 상영관을 가지고 있지 않은 중소 배급사들을 중심으로 영화계는 새 국면을 맞이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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