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물수수 혐의 유재수 4차 공판
[서울=뉴스핌] 한태희 기자 = 신용조사업체 회장이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에게 금품을 전달했지만 순수한 마음이었다고 주장했다. 유재수 전 부시장과는 친척보다 가까운 특수관계였다고 한다.
서울동부지법 형사합의11부(손주철 부장판사)는 1일 뇌물수수와 수뢰 후 부정처사, 청탁금지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유재수 전 부시장의 4차 공판을 열었다.
증인으로 나온 신용조사업체 윤모 회장은 "유재수와 저와의 관계는 가족 같고 먼 친척보다 가깝다"며 "제가 돈이 모자라면 꿔준다고 했고 무이자로 갚으라고 했다"고 말했다.
검찰에 따르면 유 전 부시장은 윤 회장에게 2000만원에 가까운 뇌물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유 전 부시장은 윤 회장에게 아파트 구입자금으로 2억5000만원을 무이자로 빌렸다. 유 전 부시장은 2억4000만원을 돌려줬지만 나머지 1000만원은 갚지 않았다. 검찰은 채무 면제를 받은 1000만원과 무이자로 돈을 빌려서 얻은 이익 약 7000만원을 뇌물로 봤다.
윤 회장은 "세계은행(WB)에 나가는 유 전 부시장에게 집을 사라고 권했고 2억5000만원을 무이자로 빌려주겠다고 제가 먼저 제시했다"며 "(유 전 부시장이 산) 아파트 가격이 떨어져서 나머지 1000만원을 안 받았다"고 진술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금융위원회 간부 시절 뇌물수수 혐의를 받는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이 27일 오전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2019.11.27 pangbin@newspim.com |
윤 회장은 또 "(유 전 부시장이) 딱 한번 50권 정도를 얘기했다"면서도 "부산으로 쫓겨난 유재수를 도와줘야겠다는 측은한 마음에 도와줬다"고 말했다.
유 전 부시장은 윤 회장에게 본인이 쓴 책 100권을 산 뒤 돌려달라고 하는 방법으로 약 190만원에 달하는 금품을 수수한 혐의도 받고 있다.
윤 회장은 명절 선물세트를 대신 발송한 것도 유 전 부시장을 돕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윤 회장은 총 114만원 상당의 한우세트 3개를 유 전 부시장 지인에게 보냈다.
윤 회장은 "유재수와 통화를 하다가 제가 선물을 할 곳이 많냐고 물었다"며 "많다는 대답을 듣고 도와주겠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유재수가 어디에 보내달라고 하면 제가 아들(신용조사업체 윤모 부사장)에게 보내라고 했다"고 덧붙였다.
이날 공판에서는 윤 회장이 유 전 부시장 아들에게 10만원짜리 수표 10장으로 총 100만원을 준 정황도 드러났다. 윤 회장은 유 전 부시장 가족과 저녁식사를 하면서 유 전 부시장이 자리를 비운 사이에 수표를 줬다고 진술했다. 윤 회장은 이날 식사 자리는 '기념할 만한 이벤트'가 있어서 마련됐다고 기억했다.
다만 윤 회장은 금품이 오고 간 사실을 인정했지만 대가를 바라지는 않았다고 주장했다. 유 전 부시장의 금융위 기획조정관이라는 당시 신분이 업체에 도움을 줄 수 있냐는 질문에 "없다"고 답한 윤 회장은 "유재수와는 특별한 관계로 순수한 마음이었다"고 거듭 강조했다.
윤 회장이 대가성을 거듭 부인했지만 이날 법정에서는 윤 회장 설명과는 결이 다른 발언도 나왔다.
윤 회장 지시를 받아서 유 전 부시장 책을 구매하고 명절 선물세트도 보낸 윤 회장의 아들 윤 부사장은 증인으로 출석해 "부친과 유 전 부시장은 인간적인 관계를 맺어 친했다"면서도 "회사를 하면서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기대감과 같은 부분이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싶은 것 같다는 게 제 생각"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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