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학생 9만여명, 온라인 개학 사각지대 놓여
학부모 "온라인개학은 교육 대책 아니다"
[서울=뉴스핌] 한태희 기자 = "많아야 주 2회 방문 교육을 받을 수 있다고 합니다. 언어치료나 미술치료 교육을 제대로 받을 수 있을까요?"
올해 중학교 1학년에 올라가는 자폐성 장애아이를 둔 학부모 신모(43) 씨의 하소연이다. 신씨는 장애학생에게 온라인 수업은 불가능하고 정부가 대안으로 제시한 순회교육도 아이 교육에 효과적이지 않다고 토로했다. 신씨는 "선생님들 어려움은 알지만 온라인 개학보다는 차라리 (개학을) 연기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2일 정부가 온라인 개학 방안을 발표한 후 장애학생을 둔 학부모와 특수교사들이 답답함을 토로하고 있다. 장애학생에게 온라인 수업은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정부가 대안으로 제시한 순회교육도 효과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 관계자는 "발달장애학생마다 장애 정도가 다 다르고 그에 따른 교육 방법도 다 다른 데 온라인 교육으로 이를 제공할 수가 없다"며 "온라인 개학은 결코 교육 대책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포항지진 당시 피해를 입은 중학교 교실 /이형석 기자 leehs@ |
정부는 온라인 수업이 어려운 장애학생이 소외되지 않도록 순회 교육을 한다는 계획이다. 특수학교 교사가 장애학생 집을 직접 방문해 수업을 한다는 것. 교육부는 일주일에 하루 2시간씩 주 2회 순회교육 방침을 제시했다. 장애학생은 주 4시간 교육을 받는 셈이다.
현장에서는 주 4시간 교육은 장애학생 학습권 보장에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라고 지적한다. 더욱이 교사 1명이 여러 명의 학생 집을 방문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정상 수업 진행이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시각장애와 청각장애, 지적장애와 지체장애, 자폐성장애 등 특수교육을 받아야 하는 학생은 9만2958명이다. 과정별로 보면 초등학생이 4만1091명, 중학생이 1만8642명, 고등학생이 2만1502명 등이다. 9만명 넘는 학생을 특수교사 2만773명이 돌봐야 한다. 교사 1명이 장애학생 4~5명의 집을 직접 방문해야 하는 셈이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 관계자는 "주 1~2회 순회교육으로는 발달장해 학생의 개별화 교육 계획에 따른 지원이 어렵다"며 "정부는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교육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수교사도 난감하기는 마찬가지다. 자폐장애 학생이나 정신지체장애 학생 등은 일반 교과 수업못지 않게 사회성을 기르는 교육이 중요하다. 온라인 수업이나 주 2회 짧은 수업으로 사회성 교육 효과를 내기 어렵다는 것.
서울 종로구에 있는 한 특수학교의 A교사는 "온라인 수업은 장애학생 특성상 무리가 많다"며 "주 2회 수업으로 학생 사회성과 자립성을 키우는 데도 한계가 있어 답답한 상황"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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